지난 일요일, 추석...

대구에 계시던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연세가... 69.

내가 큰아버지를 직접 본 건 아마 3번일거다. 아주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미국에 이민 가셨던 큰아버지가 잠시 한국에 오셨다. 그 때 잠깐 봤고, 할아버지 제사 때였나 몇 년 전 한 번 봤고, 그리고 9월 19일 입관할 때 보았다.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장남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 한 번 안 지내셨으니까. 차남이신 아버지께서 거의 장남 노릇을 하셨다. 할머니도 우리집에서 돌아가셨고, 매년 제사도 우리집에서 지내니까. 단 한번도 제사를 위해 도와주신 적 없으신 분이었다. 몇 년 전 할아버지 제사 때 온 것도 다 싫은 소리 하러 부러 부산까지 오신 거였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운명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부랴부랴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대구로 올라갈 때도, 입관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마치 남 같았다.

입관할 때 난 멍하니 큰아버지의 시체만 바라봤다. 수의를 입히는 장의사의 손길 아래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누워서 죽은 이들의 집인 관으로 들어갈 때까지 움직임도 없고, 소리도 없다. 살아있던 사람이, 영혼이 빠져나가고 나니 몸뚱아리는 아무것도 아닌 껍데기가 되어버렸다.

망자더러 좋은 곳으로 가라고 입관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시신의 이마에 손을 얹고 중얼거렸다. 이마에 손을 갖다대니 선뜩했다. 기분 나쁜 차가움... 혼이 떠난 육체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문득 축 쳐진 아버지의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제발,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빌었다.

어떻게 사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제사를 지내 줄 사람이 없어 절에 부탁하는 모습이나, 고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 줄 친우가 없어 서글픈 모습에서.

나는 월요일에 갔다가 그 날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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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버님 명복을 빕니다...

꼬마요정 2005-09-2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날씨도 우울한데, 우울한 글을 적은 것 같아요...흠...그쵸?

날개 2005-09-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태우스 2005-09-2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복을 빌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걸 장례식장에서만 잠깐씩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05-09-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리님, 날개님~ 감사합니다.
마태님~ 그러게요, 늘 생각하면서 착하게 살면 좋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