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던 해, 난 세상의 전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건 만으로 스무살이 되었을 때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걸 겨우 깨닫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야 분위기에 휩쓸려, 할 줄 아는 거라곤 공부밖에 없던 터라 그거라도 했지만, 대학이란 공간에서 성인이란 무게의 추를 달고 있는 이상 정말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무난하게 해낸 것도 같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철이 없어도 한참 없다는 느낌이다. 그 때는 내가 다 자란 어른인 줄 알았는데...
내가 성년이 되어 성년의 날을 맞이했을 때, 나름대로 들떠 있었다. 한 송이 장미와 향수, 그리고 키스. 모든 걸 바란건 아니었다. 다만 기억해주길 원했던 거였는데.
그날 바람을 맞았다. 1년 전부터 약속했었는데. 꼭 꼭 챙겨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잊어버렸나보다. 난 후배들이 성년의 날 축하해 준다고 만나자고 하는 것도 거절하고 기다림으로 학교 앞을 배회했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그 서늘함과 어둑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뒤 난 그 일을 잊어갔다. 뭐, 사람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그냥 웃으며 털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매년 성년의 날이 되면 그 때의 감정의 상처가 터져 나온다. 곱게 꿰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보다. 어째서 성년의 날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하는지... 안 그러면 모른 채, 잊은 채 지나갈 수 있을텐데...
아마 나의 자격지심 내지는 질투심이랄까... 난 그 뒤 성년의 날을 맞이한 후배들에게 장미를 선물하지 않는다. 아니, 그 날 이후 만난 이들 중 성년의 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형식적인 인사 한 마디만 건넬 뿐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이 치졸한 감정에서 벗어날 그 날을 기다려본다. 그 때는 웃으며 성년의 날을 추억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