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이제 코 앞에 다가왔다... 안 그래도 늦게 시작해서 조급한데, 진도는 더디고.. 덩달아 집중도 안 된다. 알라딘 서재마저 안 들어오다시피 하면서 했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다 오늘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알라딘에 스윽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느낌이 싫어서 가끔 강의 듣기 전 리뷰나 페이퍼를 올리고 도망가버리곤 헀는데, 오늘은 진득하니 앉아 친애하는 서재분들을 만나러 다녔다. 벌써 한 시간 반동안 둘러보는 중... 그러나 내가 얼마나 소홀했으면 들러도 들러도 끝이 없다. 코멘트도 많이 못 달고... 다 둘러보고 싶은데..
공부를 하다보니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듯하다. 그래.. 그게 자격증 시험공부의 폐단이겠지.. 그런 상황 속에 젖어있다보니 느긋하게 만끽할 수 있는 서재에까지 와서 계산적으로 굴고 있다. 여유가 없는가보다.
가끔 내가 이 공부를 해야하나... 숫자들 돌아가는 거 보면서 점점 약아지는 나를 본다. 어제 강의를 듣는데 선생님이 그런다. "미운 놈 있으면 경마 가르쳐줘라..는 이야기 알죠?" 난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잔인하기 그지없다.... 근데 난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낄낄대며 웃었다. 이런 내가 무섭다.
이러다보니 시험 끝나기 전까지는 생각하게 해주는 책들을 읽기는 글렀다. 내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눈에 선하다... 아마 만화책이나 로맨스 소설로 머리를 식히게 되겠지... 시간도 없고, 생각하는 게 힘들어진다. 졸업을 앞두고 할 일이 없다는 게 너무 무섭다. 가족 중에 돈 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금... 장녀라는 나의 위치가 점점 부담스럽다. 그래도... 해야지..해야지... 벌써 몇 번째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이번 시험은 정말 자신이 없다. 이러다보니 애초에 내가 설정해놓은 목표는 온데간데 없다. 목적 없이 일을 벌이지는 않는데,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나의 상황에 힘이 빠진다.
그래서일까... 오늘 문득 여유를 찾으려 애쓰며 알라딘 서재를 찾은게.. 점점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그간 내가 느꼈던 기분들이 정리되면서 이렇게 넋두리도 할 수 있고...
2004년도 이제 안녕이다. 알라딘 서재에 거하게 된 건 반 년이지만, 왠지 내가 살아온 날들이 여기 다 묻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많은 서재분들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