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어찌할 수 없는 위선이라면 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살아있는 것들을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개고기는 먹지 않으면서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좋아한다.

 

잔인하게 도축하는 게 싫어서, 혹은 사람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좁은 곳에 갇힌 채 살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 언제나 마음 속에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안 먹을 수 있는데, 유독 닭고기는 포기가 안 된다.

 

정말 불쌍하게 사육당하는 게 닭인데도 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닭고기를 끊을 수 없다.

 

 

나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라 가슴 아픈 일은 정말 가슴이 아파서 가능한 한 안 보려고 한다.

 

작년 구제역 때도 그랬는데, 물론 그 때는 모든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끔찍하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낚시도 싫어한다. 한 번 해보고 잡은 물고기 놔 줬다.

 

먹을려고 낚은 것도 아닌데 낚시 바늘에 걸려있는 물고기를 보니 괜히 미안했다.

 

 

이런 내가 웃긴다.

 

가끔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고기를 먹는 게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도 아니고, 괜히 먹는 사람들 불편하게...라고 생각하다가도

 

비록 사람들의 먹이로 살아야 한다해도 엄연한 생명인데

 

살아있는 동안 행복할 수 없는 걸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닭고기 좋아하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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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2-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요. 채식 결심하고 맘먹고 관련책을 읽기 전에 닭고기는 먹고 육고기만 끊어야지 결심했는데, 읽고나니 닭고기가 더 먹기가 힘들더라고요. ;;; 계란도 참 안먹을 수도 없고 해서 최대한 닭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낳았다, 라고 우기는 브랜드의 계란을 먹는데요. 아. 이것도 결국은 그저 자기 위로 ;;

뭐 암튼, 기준을 정하고 지킨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꼬마요정 2012-02-06 17:59   좋아요 0 | URL
아아.. 그렇죠.. 웬디양님도 채식주의자로군요. 울 엄마는 계란마저도 안 드신답니다. 정말 대단대단... 저는 아직 멀었어요.

맞아요. 웬디양님 말씀처럼 기준을 정하고 지킨다는 자체가 중요하죠.. 흑.. 닭고기...ㅜㅜ

Forgettable. 2012-02-07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꼬마요정님의 글을 읽을 땐 제가 쓴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ㅎㅎ 저도 딱 죄책감을 갖고 고기먹는 사람 ㅡㅡ; 채식주의자가 되고싶은 육식녀입니당 ㅎㅎ

꼬마요정 2012-02-07 09:22   좋아요 0 | URL
크흑... 저랑 같은 고뇌를 안고 있다니.. 정말 사람은 간사합니다. 안심이 되네요..ㅜㅜ 우리는 언제쯤 고기를 끊고 이상향으로 갈 수 있을까요?^^;;

책읽는나무 2012-02-0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친구가 채식만 하는 친구가 있어요.정말 채식주의자인데요.정말 신기하더라구요.
헌데 친구는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서가 아닌 체질자체가...ㅋ
전 좀 특별하게 동물들을 위해서 채식을 해볼까? 도전하다가 아~ 힘들어서 말입니다.
기운이 없어 어지럽고,나물반찬만 하기도 넘 벅차고(고기반찬이 나물반찬보다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맛내기도 편하고 식구들도 잘먹고 그렇더라구요.) 특히나 아이들 영양을 생각하니 고기를 절제할 수도 없고....뭐 이런 저런 핑계로 실천키 힘들더라구요.ㅠ

그래서 양을 조금씩 제한하면서 먹고 있어요.
자라나는 아이들 때문에 아주 안먹일 수도 없어 일,이주일에 한 번씩 먹이는 걸로 절제(?)중입니다.계란은 절제가 안돼서 거의 안빠뜨리고 줄곧 먹고 있어요.ㅋ
울식구 육식을 엄청 좋아해서 마구 마구 먹었더랬죠.쩝~
먹으면서도 참~ 불쌍타 하면서도 씹으면서 느껴지는 육질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니 이것 참~

우리 두 번 먹을 꺼 한 번으로라도 줄여 서로 위안을 삼자구요.^^
어쩔 수 없어요.
체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으론..ㅠ

꼬마요정 2012-02-08 11:28   좋아요 0 | URL
크윽.. 어제도 닭을 시켜먹었어요. 양념과 후라이드 반반으로..
먹으면서 닭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생각했답니다. ㅠㅠ
정말 두 번 먹을 거 한 번 먹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2-02-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젤리나 졸리가 인터뷰에서
몇년간 계속 채식만 했는데, 건강이 더이상 버티지 못 해서 이제 다시 육식 시작했다고 하니 그것에서 위안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누가 그러더군요,
개는 키우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 동물이라고. 음.. 조금 극단적 예이긴 합니다만. ^^

제 맘 아시죠?

꼬마요정 2012-02-08 11:28   좋아요 0 | URL
육식 안 해도 영양불균형 없다던데 그것도 아닌가보네요...

당근 마고님 마음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