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해운대 장산에 올랐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올라갈 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아픈 다리 이끌고 턱까지 차오른 숨 때문에 헉헉 거리면서도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하는 그 강박감이 싫다. 게다가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올라갔는데 다시 내려와야 한다. 아.. 이건 뭐..
근데 어릴 때부터 아빠랑 동생이랑 산에 자주 갔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잘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산에 간다하면 힘들다..란 생각이 앞선다. 저질 체력이라 그런가보다.
금요일 등산은 꼭 가야했기에 올라오는 불평을 속으로만 삼키고 기우제 지내야겠다는 식의 쓸데없는 농담이나 해댔다.
성격상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하기 때문에 - 특히 몸으로 때우는 건 오기가 나서 잘 한다. 체력장 때 하던 철봉에 오래매달리기도 오기 하나로 만점!! - 정말 열심히 올랐다.
같이 갔던 선배가 "등산 잘 못한다고 하더니 잘 타네.. 심리적인 문제였구나..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는..ㅋㅋ" 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걸었다.ㅜㅜ
열심히 열심히 영차 끙차 했더니 제일 먼저 정상을 밟았다. 부산 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을숙도가 구름에 둘러싸인 모습이 예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난개발이 심하구나.. 였다. 온통 고층 아파트에, 산에서 내려다보기도 힘들만큼 높게 지어져 해운대 바다를 사유화 하려는 건물들..
열심히 올라왔는데 이런 느낌을 받으니 서글펐다. 우리는 언제쯤 서로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모두와 함께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