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해운대 장산에 올랐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올라갈 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아픈 다리 이끌고 턱까지 차오른 숨 때문에 헉헉 거리면서도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하는 그 강박감이 싫다. 게다가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올라갔는데 다시 내려와야 한다. 아.. 이건 뭐.. 

근데 어릴 때부터 아빠랑 동생이랑 산에 자주 갔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잘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산에 간다하면 힘들다..란 생각이 앞선다. 저질 체력이라 그런가보다.

금요일 등산은 꼭 가야했기에 올라오는 불평을 속으로만 삼키고 기우제 지내야겠다는 식의 쓸데없는 농담이나 해댔다. 

성격상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하기 때문에 - 특히 몸으로 때우는 건 오기가 나서 잘 한다. 체력장 때 하던 철봉에 오래매달리기도 오기 하나로 만점!! - 정말 열심히 올랐다. 

같이 갔던 선배가 "등산 잘 못한다고 하더니 잘 타네.. 심리적인 문제였구나..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는..ㅋㅋ" 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걸었다.ㅜㅜ  

열심히 열심히 영차 끙차 했더니 제일 먼저 정상을 밟았다. 부산 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을숙도가 구름에 둘러싸인 모습이 예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난개발이 심하구나.. 였다. 온통 고층 아파트에, 산에서 내려다보기도 힘들만큼 높게 지어져 해운대 바다를 사유화 하려는 건물들..

열심히 올라왔는데 이런 느낌을 받으니 서글펐다. 우리는 언제쯤 서로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모두와 함께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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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등산을 좋아하지만, 산은 대충 슬쩍 밑에서 산책하는 정도고요~ 힘들면 주저앉아서 먹다가 놀다가 내려오기도 합니다만^^; 저와 다르게 꼬마요청님은 할땐 제대로, 완벽하신걸 좋아하시는군요~

꼬마요정 2011-09-18 17:56   좋아요 0 | URL
그래서.. 힘든 건 잘 안 하려고 하죠..헤헤

루쉰P 2011-09-1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등산을 해서 저런 큰 깨달음을 깨우치고 내려오시다니!! 모두와 함께하는 세상이라 크흑!! 전 정상에 오르면 소주와 컵라면을 먹고 내려오는 그 맛에 산행을 갑니다. ^^
저 역시 먹고 내려오면 왜 올라가나 하거든요. 이건 뭐... 직장 출근해서 퇴근할 때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근성 있는 여성이시군요. 21세기를 여는 신 여성 답습니다.

꼬마요정 2011-09-19 17:34   좋아요 0 | URL
소주와 컵라면과 뜨거운 물을 가지고 가시는 거에요?? 와우~~~

신여성이라니 왠지 부끄럽습니다.^^

감은빛 2011-09-2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산이라면, 제가 오랫동안 살던 동네 뒷산이네요.
어릴적에 장산 기슭에 살았거든요.
그땐 일주일에 두세번씩 약수터에 가느라, 산을 올랐어요.

안녕하세요. 꼬마요정님.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남깁니다.

꼬마요정 2011-09-21 14: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반갑습니다. 헤헤

장산에 오래 사셨군요. 저, 열심히 올라갔어요.. 흑흑 등산은 정말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