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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죽음을 ㅣ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평점 :
사적 복수 혹은 사적 정의실현은 정당한가란 질문은 잠시 묻어두자. 죽어 마땅한 사람을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죽여도 될까. 정당방위도, 법 집행도, 전시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일말의 찝찝함을 속여가면서까지도 이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옥상에서 밀었으면서도 증거나 증인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유부남이면서 미혼인 척 미혼 여성을 꼬드겨도 처벌하지 못하고… 법이 존재하지만 내밀한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할 수 없거나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증거나 증인을 요구하는 때에는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삶이 그런거지라고 넘기기엔 피해자의 눈물이 가슴 아프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의 오은수는 물리적인 힘을 기르고 책략을 연구한다. 설희는 그런 오은수의 무대에 감응하고, 둘은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에서 유디트를 보고 홀로페르네스를 본다.
수혁은 작가이고 설희가 사서로 있는 도서관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설희와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설희는 그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설희는 한 때 사랑했던 이의 추악한 민낯을 보는 것이 괴로웠고 화가 났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깨달았다.
사적 복수는 올바르지 않다. 하지만 내 원수가 죽어 자빠져 강을 따라 떠내려올 수 있는 건 누군가가 죽였기 때문이다. 자, 그 죽음은 누가 내릴 수 있는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유디트는 어떻게 내리쳤을까. 팔 근육은 어떻게 키웠고 어떤 칼을 사용했을까. 그보다도 아무리 악인이라도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을까.
지금도 수많은 유디트들이, 설희들이, 오은수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