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책구입 제한도 소용없게 생겼다.

나름 정해놓은 금액상한선을 이미 넘었는데 또 구입해야 할 지경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99 작품, 전작을 소개하고 있는 평론서이자 독서가이드북이 나왔다. 

시모쓰키 아오이 라는 일본 저자의 책인데 미스터리 평론가로 활동해왔다고. 일본은 정말 놀라운 나라야. 어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셜록홈즈 시리즈도 해볼만한 작업일 듯. 아마 누군가는 하지 않았을까.

99작품 전작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서도 스포일러가 없다'니 범인이 누군지는 직접 읽어보면 될 거고, 

크리스티 작품의 인물유형분석에 작품 구성 등 작가론으로 읽혀도 좋을 듯하다. 

 

'트릭 한방에 의존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치밀한 속임수를 성공시키기 위한 유기적 조직' 이라는 건 정말 딱 맞는 분석인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을때 직접 행동으로 옮겨볼 때는 헛점이 드러날수도 있을텐데 유기적으로 맞물려 엮어놓으면 꼼짝없이 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크리스티 작품들을 이런 식으로 따져가며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미 누군가는 했군.

99작품을 다 손봤다 하니 그 끈기와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장편 4편(주홍색연구, 버스커빌가의 개, 공포의 계곡, 네개의 서명)에 단편 56편이 전부인데 크리스티보다 슬림한편에 속한다.

셜록홈즈도 이렇게 완전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지금 누구라도 도전해 볼만하겠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전작주의를 넘어서 전작분석주의 뭐 이런.

전작별점매기기 프로젝트.

아, 이건 사야해.

 

 

 

 

 

 

 

 

 

 

 

 

 

 

크리스티전집은 황금가지, 해문 정도에서 나오고 있는 중인듯.

 

황금가지판은 현재 79권까지 나와있는 듯. 세트로는 품절된 것도 있어서 신경써서 사모으지 않는한 다 갖추기는 어려울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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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제목 보자마자 ‘셜록 홈즈 가이드 북도 나왔으면 좋겠다’하고 간절한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포스트잇님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

포스트잇 2017-07-07 15:38   좋아요 0 | URL
cyrus님이 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cyrus 2017-07-07 16: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하면 어딘가에 있을 셜록 덕후들한테 욕 먹습니다.

포스트잇 2017-07-07 16:55   좋아요 1 | URL
하시다보면 덕후도 되시고.. 그러면 안될까요? 그러면 되실거 같은데요..번역본 비교분석하시는김에 완전정복편을 만드시는거죠 ㅎㅎ

북깨비 2017-10-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를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스포일러가 없다시니 맘놓고 지르렵니다. ㅎㅎㅎㅎ

포스트잇 2017-10-13 17:28   좋아요 1 | URL
네, 가이드북으로 삼으시면 괜찮을 듯합니다.
저자가 나름 별점도 매겼는데 참고로 삼으시면 됩니다.
추리소설은 분명 읽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 내용조차 생각이 잘 안나는 관계로 스포일러가 그닥 힘을 못쓴다는..ㅎㅎㅎㅎㅎㅎ
 

하루키 신작이 곧 나온다는 소식에 흥분한 어제 이 [어군기]라는 소설을 발견했다.

알라디너 생쥐스트님의 별점 리뷰가 꽤나 인상적이어서 어, 일본의 이런 문학도 살펴볼 필요가 있긴 하겠다 싶었다.

"전후 오키나와 문학에 대해서 주의깊은 시선"을 요구하며 "메도루마의 작품세계는 처참한 전쟁과 학살을 경험한 사회에 나타나는 뜬것의 세계, 죽은 자와 산 자의 관계, 지속되는 폭력의 문제를 소설의 언어로 집요하게 추적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작"이라고 평했다.

오래전 생쥐스트님 서재에 우연히 한번 들렀다가 댓글을 남겼는데 아예 서재를 안들리시는 건지 반응이 없어서 조용히 댓글 지우고 나온 적이 있었다. ㅋㅋ 소심한 마음에 상처입었다는 ......

그건 그렇고 여튼, 일본문학도 소세키나 오에 겐자부로, 하루키와  장르소설 정도만 읽었지 독서폭이 그다지 넓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욕심낼만한 필요를 느끼는 것도 아니어서 잘 읽지 않게 되는데 특히나 사회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소설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 소설도 지나치게 현실이 전면에 드러날때 읽고 싶지 않는다. 피하고 싶다. 뉴스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올바름, 올바른 해결이 왜곡되고 모욕받는 현실을 만날 때 견딜 수 없어지기 때문에 굳이 소설에서까지 그런 현실을 만나고 싶지 않다. 아니, 우리 현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 잘 알고 있어. 더이상 그현실을 새롭게 내게 다가붙여줄만큼 소설이 뛰어나지 못할거야, 라는 가정. 

일본 오키나와는 일본 서남부끝에 위치한 섬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과 미국간의 치열한 전투가 치뤄졌던 섬 정도만 알고 있다. 

지금도 미군기지가 있는 곳 아닌가. 

우리처럼 수도 서울 한복판 가장 좋은 금싸라기 땅들을 미군에 내준 우리같은 나라도 있는데 전범국가의 섬 하나에 미군기지가 있는 거 가지고 .... 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일본의 역사, 아마도 이건 십중팔구 우리와도 밀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오키나와문학, 오키나와학이라고까지 확장된 일본의 문학과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도 생길 수 있겠다. 

스바, 미군에 무상으로 내준 땅들이 전국에 있는데 그러고도 마치 우리가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마냥 큰소리치면서 돈돈돈 돈내노라는 미국을 상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배알이 뒤틀리는 지경인데.. 

 

역시나 이 길목에서 필히 만나게 되는 로쟈님이 소개한 책도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 우선은 메도루마의 [어군기]부터 시작해볼까...

 

 

 

 

 

 

 

 

 

 

 

 

 

 

 

 

 

 

 

 

 

 

 

 

 

 

 

그러고보니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에서 지로네 가족이 도쿄를 떠나 간 곳도 바로 이 오키나와였다.

아, 꽤나 깊은 역사와 사연이 있는 설정이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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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페이퍼 써놓고보니 읽기 싫다. 우리가 돌아봐지기 때문이다. 아, 스바, 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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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7-0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오키나와는 일본이긴 하지만 문화 자체가 좀 독립 국가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 하여튼 일본 내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듭니다..

포스트잇 2017-07-01 14:48   좋아요 0 | URL
문제적 지역인듯요. 우리에겐 너무 많은 오키나와가 있지 않나 싶을 지경입니다 .. 강정도 있고 이젠 성주도 .. 오키나와문학을 보고 싶기도 하면서도 보기 싫기도 합니다...
 

1천여 페이지가 넘는다. 좋아~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7월 13일 출간된다고 예고됐다. 예약판매중.

책이 나오는 건 좋고 반가운데 그게 7월 하고도 보름 가까이에 나온다니 시간이 그만큼 흘러야한다는 게 슬프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모두의 시간이겠지만)이 흐르는 거다.

그러니까.. 7월도 하루키 신작을 읽을때쯤이면 훌쩍 간다는 얘기다.

2017년도 반이 지났다. 남은 반년 동안 무슨일이 생길 것인가.

아버지의 하루하루는 어떠실까. 기나긴 한나절일까 ... 알 수없다.

 

 

 

 

 

 

 

 

 

 

 

 

 

 

 

 

표지는 이게 최선이었을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사랑]도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영화로만 봤는데 소설도 이번에 읽어야겠다.

영화가 어땠더라.....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였군.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절이 됐다. ... 90년대였다, 벌써.

 

"피차 줄 수있는 건 유일하게 시간뿐인 그런 나이"

[팅테솔스]에서 스마일리가 은퇴당한 서커스 전직 조사요원 코니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말이다.

코니는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세월이 흘러 [스마일리의 사람들]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코니는 스마일리에게 기억을 줄 수 있었다.

시간이 기억이겠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하루키가 등장시킨 음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지오반니>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돈지오반니 악보를 받아뒀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흔히 돈 후안이라고도 불리는 천하의 호색한의 이야기인데 이와 관련한 도서들도 찾아뒀건만 정작 읽어보지 못해서 밀로스 포만의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돈지오반니의 이미지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영화에서는 살리에르에 의해 진혼곡 작곡을 의뢰받은 후 정신적 압박을 받던 모차르트가 <돈지오반니>가 상연되는 극장에서 희롱하며 놀던 장면에서 나온다. 벽을 뚫고 나오는 흑가면을 쓴 기사단장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냉엄한 얼굴을 연상하는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흑기사옷을 입은 인물이 석상을 연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가물가물하네.

기사단장은 처음에 나오자마자 돈 후안에게 죽음을 당하니까.

하루키는 <돈지오반니>를 들을 때마다 기사단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단어의 기묘함에 끌려서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소설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는 그림의 제목이라고 했던 것 같다.

<돈지오반니>도 유투브에 몇작품이 올려져있긴 한데 두시간이 넘은터라 맘잡고 봐야 한다.

 

 

 

 

 

 

 

 

 

 

 

 

 

 

T.S. 엘리엇의 시극 중에 [대성당의 살인사건]이 있는데 거기에도 기사단장이 나오는 얘기가 있던 걸로기억하는데 아닌가? 

그건 어떤 이야기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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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2017-06-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알림 저한테도 왔네요.
보름쯤이야 뭐...
가진건 시간뿐인걸요~

포스트잇 2017-06-30 13:33   좋아요 0 | URL
행복한 기다림이시네요.전 지금도 가는 시간이 무서울 지경입니다...
 

조지 스마일리가 최초 등장하는 존 르 카레의 초기작이자 작가로서 본격적인 명성을 얻게 해 준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가 합본으로 새로 출간됐다. 

그래, ...합본도 좋고 다좋은데, 그래도 이빠진 것들은 채워줘야 하지 않겠는가.

카를라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에 속하는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아예 잊어버린 것인가.

새로운 옷을 입히고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 새로운 독자 유입도 좋지만, 빠진것들과 작년 출간된 평전이나 자서전같은 주요 저작도 내주면 좋겠다.


[스마일리의 사람들](1979)에서 조지 스마일리는 "인간성을 잃었"고 또 다른 자아이자 카운터파트였던 카를라는 "정치적 신념을 희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실험) 체제에 대한 르 카레식 비판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본주의하에서 성과와 효율 지상주의로 인해 가치나 존엄을 지킨다는 건, 주워담지 않는 앤의 라이터처럼 버려졌고, 공산주의(실험)가 신념에 의해서만 지탱할 수 있다면 그건 너무나 많은 인간적 "약점들"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초기작들도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 합본판 (아직 상품에 뜨지 않네. 링크만 걸어놓은다.)


[A Perfect Spy] (1986)는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이 역시 번역되지 않았다.
















얼마전 국제도서전에서 열린책들30주년 기념 대표작가선집을 낱개로 판매했다고 들었다.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꼭 구입하고 싶었는데 부탁할만한 인사들은 도서전에 갈일 없다 하고, ... 딱히 부탁하기 그래서 포기했다.

금정연이 글에 잘 올리지 않는 "일독을 권한다"고 했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어보고 싶은데, 열린책들은 합본으로 다시 내주라. 내줘.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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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2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에서 지원하는 작은동네책방에
갔다가 <야만스러운 탐정들> 합본 보고서
너무 갖고 싶었는데 말이죠.

근데 정작 책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다
못 읽었네요.

포스트잇 2017-06-28 11:43   좋아요 0 | URL
전 합본 나올때까지 기다릴까 합니다...열린책들은 합본 내놔야 한다고 봅니다 ㅎㅎ
 

주석달린 셜록홈즈에 존 르 카레가 추천사를 썼고 셜록홈즈와 왓슨 콤비가 없었다면 조지 스마일리와 피터 길럼도 없었을 거라는 헌사를 쓸 정도로 셜록홈즈를 애독한 독자였다는 걸 알게 된 후 급작스럽게 존 르 카레가 다시 보고 싶어져서 재독하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다.

고작 [팅테솔스]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다시 읽었을 뿐이다. 

카를라를 찾아서 3부작 중 번역된 두 편만 읽은 셈인데  두번째 읽은 이번에 느낀 건,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놓쳤었나, 이다.

카를라는 조지 스마일리의 또다른 자아라서 스마일리를 알면 카를라도 아는 거라고 치고, 스마일리라는 인물에 대해 페이퍼를 써볼만하겠다.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서문을 잠깐 들여다보는데, 코난 도일이 나폴레옹을 두고 했던 말이 카이사르에게 "다소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저자는 인용하고 있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었다. .....나를 경악시킨 것은 그의 성격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를 극악한 인간이라고 단정 지은 순간 고결한 성품이 보이고, 다시 그에게 감탄한 순간 곧바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비열함에 압도되게 된다."


군인이자 정치가인 인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성격일 수도 있겠다. 

르 카레는 조지 스마일리를 편력기사 knight-errant로 여겼다. 냉전과 냉전 이후 데탕트에 걸쳐 전성기를 누렸다가 은퇴당하고 자꾸 과거의 사건과 사람들 때문에 다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스파이. 


카를라 3부작의 마지막 [스마일리의 사람들]에서 르 카레는 조지 스마일리에게 파국을 선언한다. 

조지 스마일리는 "인간성을 잃었다."

작가가 자신의 주요 인물을 욕보이는 설정을 할때는 어떤 심정일지...흥미로운 창작의 과정이다.  

 

코난 도일도 자신의 셜록 홈즈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지 않았는가. 도일 보다는 르 카레는 더 씁쓸한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스마일리의 사람들]의 마지막 공작, 카를라를 잡기 위해 세팅하는 배경은 스위스 베른이라는점이 눈에 띄었다. 셜록홈즈와 모리아티 교수의 최후의 대결이 이뤄진 장소가 바로 스위스 베른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이다. 르 카레가 조지 스마일리와 카를라의 최후의 대결 장소로 스위스 베른을 택한 건 아마도 스위스가 비자금을 운용하는 데 유용한 지역이라는 현실적 설정도 있었겠지만 셜록홈즈에 대한 오마주도 있지 않았을까.

조지 스마일리 또한 셜록홈즈처럼 무대에 올라 단서 하나하나를 추적하며 사건의 진실,핵심에 다가선다.

사건이 끝나면 셜록홈즈처럼 자신이 어떻게 추리해갔는지를 설명할 관객이 그에게는 있지 않다.

비극, 비극만이 있을 뿐.

  .........

 















[스마일리의 사람들] 표지의 그림 또한 다시 보니 의미심장했다.
르 카레가 설정하고 묘사하는 마지막은 모두 굉장했던 듯하다. 대개가 비극을 완성한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의 스마일리와 카를라의 대면 장면은 참 많은 걸 읽게 한다.
여기서도 여자가 교환거리라고 읽을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서로의 "약점"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된다는 건 비참한 일이다. 

누군가는 조지 스마일리를 '햄릿'에 비유하기도 한다. [팅테솔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특히 그러한데, 이미 누가 '두더쥐(이중스파이)'인지 마음속에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더우기 모욕당한 남편으로서 그의 '복수'는 스마일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이에 의해 이뤄진다. 비껴서있는 스마일리.


실비아 플라스(1932~1963)

테드 휴즈(1930~1998)


 

 

이번달 알라딘 탁상달력의 모델은 실비아 플라스이다.

이 여인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곤 가스오븐자살, 시인, 정신질환... 정도였던 것 같다. 

왕은철의 [애도예찬]을 읽다가, 실비아 플라스와 그녀의 남편 테드 휴즈의 이야기를 읽고 놀랐다. 

실비아 플라스의 남다른 예술적 민감함과 예민함이 우울증에 사로잡히게 했으려니, 그러다 삶을 놓아버렸으려니, 대충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알게 된 건 실비아 플라스에게 '심리적 과부하'로 작용한 트라우마 아버지의 죽음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비아의 나이 여덟살 때의 일.

어머니의 사랑 또한 온전하게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던 듯. 부모란 참 어렵다.

어머니의 냉정함. 이것이 실비아로 하여금 아버지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수 없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


남편 테드와의 결혼 후 원만치 못한 생활. 남편 테드의 바람. 별거. 그리고 자살.

테드의 새로운 연인 또한 자살.

이후 벌어진 일들. 테드는 뭇 사람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게 된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은 맹렬했던 모양. 당시는 1960년대였다.

왕은철은 지나쳤다고 비판한다.

이후 남편 테드 휴즈의 실비아 플라스 애도와 관련된 글, <생일에 부치는 편지>는 테드 휴즈를 이해하고자 한 글이다.

테드 휴즈는 실비아와 만난지 4개월만에 결혼하고 시인이자 교수로서 명성을 쌓아간다.

실비아와의 결혼 파탄과 그녀의 자살, 새로 만난 여인과의 불행한 결말.

그리고 30년 뒤 1998년 그는 [생일편지]라는 시집을 발간한다. 실비아와 함께 했던 삶을 회고하며 쓴 글들로 출간 후 얼마지나지 않아 암으로 사망한다.

실비아가 시인으로서 알려지게 된 데는 남편 테드의 노력 때문이라고도 하는 사람이 있고(왕은철은 이 편이다), 실비아의 저작권 등 모든 권리를 지니고 있는 건 남편 테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특히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테드가 실비아의 시들 중 중요한 것들을 누각시키거나 폐기처분 해버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게 진실인가.

테드의 [생일편지]는 자신에게 가해진 비난을 무마하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리해둘 필요를 느껴서 기획된 출간이었는지... 실비아와의 관계정리를 - 왕은철식으로 말하면 애도- 해왔던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지.
































조지 스마일리도 그렇고 실제 인물들인 실비아와 테드의 삶도 그렇고 나는 그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나.

가끔 사람을 깊이 안다는 거.. 그 사람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한다는 거.. 에 대해 생각해본다.

뇌과학이나 심리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트라우마나 정신적 '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 심리와 정신작용에서 발생하는 난감한 어려움이 한 인간을 그리고 곁에서 지켜봐야 할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어느 사이에 자라나서 내곁에 있게 될 수도 있다. 불행은 오래전에 뇌에 전달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집에 길고양이네가 들어와 살림을 차린듯. 새끼들과 함께 나타난 그 녀석의 울음에 어찌할바 몰라 우선 가까운 마트에서 사료를 사다 부려줬다. 물과 함께.

이것들이 꼬박꼬박 먹는다. 고양이 사료도 꽤나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잘 몰랐다. 다 똑같은 건줄만 알았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는 거. 어렸을 때 우리가 먹던 밥에 멸치류 등을 얹어 주며 함께 살았던 때와 너무나 달라서 어리둥절하다. 

처음에 발자국 소리에도 부리나케 도망치던 어미는 이젠 하악 거리면서도 나를 빤히 보고 있곤 하다.

그래도 아직 녀석과 나는 데면데면하다. 어서 새끼들 키우라. 너는 길고양이로 나는 니가 오면 밥 챙겨주는 그런 관계로 족하다.


(윈도10 엣지브라우저에서는 책 이미지 정렬이 잘 안되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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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레와 홈즈와 실비아 플라스라.... 저에게는 기가 막힌 앙상블이네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 글을 읽었습니다. 이달의 당선작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포스트잇 2017-06-27 16:4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변변찮게 급히, 늘 그렇지만.. 쓴 페이펀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비아와 테드,이 두사람 심상치 않아요.
이들의 글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보려고 합니다.
근데... 먼저 구입한 게 테드의 [생일편지]네요. ......

cyrus 2017-06-2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첫 문장에 ‘홈즈‘가 보여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존 르 카레가 왜 추천사를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포스트잇 2017-06-28 09:47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홈즈 번역본 비교 페이퍼를 보고서 주석달린 홈즈를 돌아봤답니다.
덕분에 르 카레의 추천사를 알게 됐구요. 이게 다 cyrus님 덕분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