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서랍장 정리

 

마이리뷰

읽다 1 : 국내 소설'을 넣어두었다.

읽다 2 : 국외 소설'을 넣어두었다.

읽다 3 : 국내 비소설 분야를 넣어두었다. 소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속한다.

읽다 4 : 국외 비소설 분야를 넣어두었다. 소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속한다.

 

마이페이퍼

읽다 :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난 후의 잡다한 생각을 적은 글'을 모았다.

 

개통과 분류

정식 이름은 < 슬픔에 대한 개통과 분류 서랍장 > 이나 작명이 긴 관계로 계통과 분류'로 했다. 페이스북 400자평'으로 생각하면 딱이다. 짧은 단상'을 적고 분류할 생각'이다.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들, 시를 쓰다가 망친 것, 소설을 쓰다가 망친 문장 가운데 몇몇을 솎아서 분실물 보관함에 넣어둔다. 망친 시'는 쪽팔려서 행나누기를 하지 않고 넣어두고, 망친 소설은 마음에 드는 문장'만 골라서 넣어둔다. 참...  음악도 올리기로 했다. 한동안 라디오헤드와 시규어 로스 음악은 듣지 않았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의사 선생이 권한 처방전이었다. 한때 나에게는 라디오 헤드와 시규어 로스' 음악은 금기'였다.

 

손바닥 낙서

風 : 허풍'에서 풍만 적었다. 짧은 콩트'를 묶어둔다. 뭐, 그냥 버리기는 그렇고,  페이퍼'라 우기기도 그래서 그냥 콩트'라고 하는 것이지 사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을 모아둔 창고'다.

勢 : 허세'에서 세만 적었다. 이곳에 어떤 글을 넣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만년설과 필

원래는 만년설과 만년필'인데 대분류 제목이 모두 5음절이기에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년설과 (만년)필'로 정했다. 책 리뷰도 아니고 독서 페이퍼'도 아니며, 400자 개념어 사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콩트도 아닌 애매모호한 글을 넣어두기로 결심했다. 단상'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니 그냥 일상에 대한 생각을 적을 생각이다. 만년설은 무거운 분위기 글이고, 만년필은 가벼운 분위기 글을 담을 생각이다.

 

■ 모호한 취향

말 그대로 개인적 취향'을 다룬 글을 담았다. 야구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쓸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낚시광'이다. 다만 낚시를 해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낚시바늘에 지렁이'를 끼우는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겁쟁이라 욕하지 마라. 한때 지렁이'를 애완동물로 키운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짐승이다. 하여튼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란다.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 글이고, 오락관은 잡다한 연예 코너'에 대한 이야기 글'을 모아두기로 한다. 사정에 따라서 카테고리'가 추가될 예정이다.

 

컨트롤비트 ↓

"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다 " 를 줄여서 " 컨트롤비트↓ " 이라고 적었다. 5음절을 맞추기 위해서 " 다운로드 받다 " 를 " ↓ " 라는 기호를 사용했다. 컨트롤비트 다운 받다'는 힙합 용어'로 미국 합합계의 떠오르는 신인인 켄드릭 라마가 '컨트롤'이라는 곡을 통해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들을 디스 ( 비판 ) 한 데서 비롯되어서 지금은 디스戰에서 상징적 제스츄어가 되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내 글은 대부분 까고 까고 까는 글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소제목으로 분류된 올드스쿨, 프리스타일, 디스'는 모두 힙합 용어'다. < 올드스쿨 > 은 갱스터랩'이 생기기 전인 힙합으로 주로 건전한 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뭐, 잘 살아 보세 ! 따위'가 올드스쿨'이다. 이 서랍장에는 까긴 깠는데 시원찮은 글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 디스'> 는 말 그대로 신랄하게 깐 글들만 모아놓았다. 팔 할이 디스'다. < 프리스타일' > 은 즉흥적으로 랩을 하는 것을 의미해서 올드스쿨'에 넣어두기는 우울하고, 디스에 넣어두기에는 비난의 강도가 낮은 글을 넣어두었다. 그렇다, 난 욕쟁이'다. 시바.

 

이 글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으나 알라딘에는 비공개 설정'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공개한다. 쪽팔리니 공감 버튼을 눌러서 알라딘 서재 대문에 걸리는 우울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렇게 쓰면 꼭 버튼을 누르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눈여겨보았다가 디스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 알라딘 서재 정리 > 라는 글은 어디에 넣어두어야 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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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 아니 누가 공감을 누른 거야.....
아, 하여튼, 청개구리 같은 작자 가트니라구...
그래, 내 속을 뒤집겠다 이거지 !!!! 그래 어디 다들 눌러보슈 ~~

새벽 2013-11-09 09: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큭큭.. 전 아닙니다.
네버로 컴백하시라 기원했더니 이렇게 여길 더 깔끔 알흠답게 정비하셨군요.

근데 갑자기 이 글 말미와 이 덧글을 보니깐 눌르고 싶어진당.. 그래서 누르고 감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님 바보로군요...
오백원 동전과 백 원 동전 이야기 모르십니까 ?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바보는 늘 100원 동전만 가지고 가죠.
사람들은 그게 재미있어서 늘 둘 중 하나만 가지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
사실 속은 것은 바보가 아니라 동전을 준 사람이라는 그런 이야기...
이 글은 제가 누르지 말라, 라고 하면 사람들이 일부러 누를 것을 알고 제가 쑈를 부린 겁니다.
봐봐요. 벌써 공감이 두 개잖아요.. 저 공감에 목숨 거는 사람입니다.. 허허허..

새벽 2013-11-09 09: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칫.. 저는 그런 엽전 없어도 늘 곰발님 글에 공감을 누른다구욧!

삐쳐서 이제 앞으로 안 눌러 줄거임. 흥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왜 그러십니까. 잘못했습니다. ㅎㅎㅎㅎ
하여튼, 이 글 보고 있을 알라디너'에게 경고한다. 공감 누르지 마라 !!

metro318 2013-1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의 청개구리.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0 02:38   좋아요 0 | URL
메트로 님 오랜만이구랴. 오랜만에 와서 청개구리 짓이나 하다니...
당신을 조만간 디스하겠소 !!!!

metro318 2013-11-1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라니요, 하루에 열두번도 더 들어오고
공감버튼도 꼬박꼬박꼬박 다 누르고
서재 글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1 17:4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후후.... 소리없이 오셨다 가셔서.... ㅎㅎㅎㅎㅎ.
글구 보니 메트로 님이야말로 제 가장 오랜 이웃 가운데 한분입니다.
올드보이'임.....
 



애들은 항구에 가 고기잡게 말지어다

여덟발 문어에게  걸려들까 무서워라

- 정약용

 

 

큰 놈은 길이가 7~8자에 이른다. 동북 바다에서 나는 놈은 길이가 2장(丈) 정도 된다. 머리는 둥글고 머리 밑은 어깨처럼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의 아랫면에는 국화꽃 모양의 단화가 두 줄로 늘어서 있다. 이것으로 물체에 달라붙는데 일단 물체에 달라붙고 나면 그 몸이 끊어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항상 바위굴 속에 숨어 있다. 돌아다닐 때는 다리 밑의 국제( 국화 모양이 발굽 ) 을 사용해서 나아간다. 여덟 개의 다리 한가운데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입이다. 입에는 매의 부리와 같은 이빨이 두 개 있으며, 매우 단단하고 강하다. 장어는 물에서 나와도 죽지 않지만 그 이빨을 빼버리면 곧 죽는다. 배와 장이 오히려 머리 속에 있고, 눈은 목 부분에 있다. 몸빛깔은 홍백색이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눈처럼 흰 살이 드러난다. 국제는 붉은 빛깔이다. 맛은 달고 전복과 비슷하다. 회로 먹어도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 뱃속에는 사람들이 온돌이라고 부르는 물체가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종기를 치료할 수있다. 물에 개어 바르면 단독( 피부병의 일종 ) 에 신통한 효험이 있다.

- 자산어보, [ 장어, 속명 문어 ] 중. 현산어보를 찾아서 2'에서 발췌

 

 

 

 


 

 

 

 

 

 

 

 

文漁 : " 어머, 어머머머 ! 그건 정말 오해예요. "

 

 

 

 

우리 선조들은 유선형의 몸매에,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있는 비쥬얼'을 선호했다. 그래서 맛은 있지만 비쥬얼이 약한 갈치나 멸치'는 대상을 낮잡아 부르는 ~ 치'로 끝나는 반면에, 맛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몸매는 훌륭한 숭어나 민어'에게는 한자 ~ 魚' 로 분류했다.

 

 한글은 상놈들이나 배우는 문자'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한글 경시 사상'은 물고기 이름에서도 그 흔적을 알 수 있다. 못난 물고기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독자'는 내 주장에 헛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반격'을 할 것이다. 문어, 그렇다 ! 문어'는 사실 징그러운 바다 물고기'이다. 유선형의 몸매도 아니고, 비늘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다. 더군다나 뱀처럼 생긴 다리 8개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이란 ! 이토록 흉물스러운 물고기'에게 왜 고고한 족보인 < ~ 魚' > 를 선사했을까 ?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먹물'이다. 문어의 먹물'은 선비가 늘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하는 문방사우 중 하나가 아니었는가 ? 사정이 그러하니 이 징그러운 물고기에게 ~ 어'라는 직급을 하사하고 그 앞에 文'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아, 잘난 양반들의 그 지랄같은 한문 숭배란......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 해서 한글을 만드신 것이 아닌가 ? 그 깊은 뜻도 모르니 세종대왕은 광화문 광장'에 앉아 한숨만 쉰다. 그 먹물은 그 먹물과는 다른 먹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먹물이 그 먹물과 같다고 우기는 먹물들의 검은 속내'에 또 한 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줏대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그에 비하면 서양인은 최소한 일관성'을 유지했다. 다음에 나열한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쥐가오리, 문어, 낙지, 아귀. 

 

 

서양에서는 위의 물고기를 모두 devilfish'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쥐가오리, 낙지, 오징어, 문어, 아귀'를 통틀어서 악마의 물고기'라고 부른다. ( 사실 아귀의 경우는 조선 어부들도 재수없다고 해서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즉시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물텀벙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 이처럼 서양 사람들이 데빌피쉬'라고 하면서까지 이들 물고기를 혐오하는 까닭은 성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구약성서 레위기'에 보면 지느러미가 없고,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마라, 라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있고 비닐이 있는 생선을 선호하는 취향은 동서양 모두 동일한 모양이다.

 

 

실 美는 어느 정도 전세계적 공통분모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난다고 해도 콩고 사람들 또한 박지선 사진보다는 김태희 사진을 보며 미인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문화적 속사정'이 있다 보니, 서양인들이 보기엔 한국인의 산낙지 시식은 언빌리버블한 것이다. 오, 오오오오마이갓'이다. 박찬욱의 < 올드보이 > 에서 서양인들이 경악스러워 했던 장면은 망치'로 사람 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아니라 최민식이 산낙지 먹는 장면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살아 있는 다리로 입술을 더듬는, 아 ! 낙지 낙지 산낙지. 그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므, 므므므므므므므시므시하다.

 

 

 

 

문어에 대한 혐오와 공포'는 허먼 멜빌의 < 백경 > 에서도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는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가 한판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들은 존나 스펙타클하게 싸웠다. 서양인들은 당연히 문어나 오징어 따위'를 악마라고 해서 고래를 응원했겠지만 먹물을 숭배하던 조선 선비들은 입장이 달랐을 것이다.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서양인을 보며 쌍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맞아,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 뜬금없이, "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 " 따위'는 곰곰생각하는발의 독특한 문장력이라고 이해해달라. "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 " 에 대한 라임을 맞추기 위한 장단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게 무슨 책 리뷰인가, 라고 욕을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한 마디 한다. 내 맘이유 !   

 

 

 

서양인의 문어/오징어 혐오증은 크라켄'이라는 괴물에서 정점을 이룬다. 크라켄은 일종의 대왕오징어나 대왕문어'인데 쥘 베른의 < 해저2만리 > 에서 괴물로 등장한 이후, 해양 어드밴쳐 영화에서는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괴물이 되었다. 악당으로써 오죽 인기가 많았으면 < 케리비안의 해적 3 > 에서도 크라켄이 등장했겠는가. < 스파이더맨 > 에서의 그 유명한 " 닥터옥토퍼스 " 는 어떤가 ? 크라켄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찍혔다.

 

 

하지만 문어'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면 서양인들의 이 혐오'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문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머리가 매우 뛰어난 종이다. 오죽하면 물속의 유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를까. 또한 문어는 자신의 몸을 주변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꾼다. 바위가 되었다가, 산호초가 되기도 하고, 얼룩무늬뱀이 되기도 한다. 정말 똑똑한, 스마트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녀석이다. 나는 옛날부터 옥토퍼스'를 좋아했다. 인간과 괴물의 대사투'에서 언제나 괴물을 응원했다. 인간들은 죽거나 말거나......

 

 

사실 괴물'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휴머니스트'이다. 왜냐하면 괴물'이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괴물과의 사투를 통해서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911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나서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심리와 동일하다. 911이후 콘돔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돌진한 괴물들이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니었을까 ? 이처럼 괴물은 인간을 파괴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존재이다. 우리는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옥토퍼스의 난동이 끝나면 생존자들은 비로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폐허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것, 타이타닉에서 두 청춘 남녀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빙하'라는 이름의 옥토퍼스가 배를 두 동강 냈기 때문이다. ( 옛날 사람들은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대왕오징어나 크라켄을 지목했다. ) 옥토퍼스'란 어쩌면 그들의 사랑을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이었는지도 모른다. 페허에서 나눈 키스는 괴물이 당신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다. 문어는 그런 존재다. 그는 휴머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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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긴 칼과 같다. 큰 놈은 8~9자에 이른다. 입에는 단단한 이빨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데, 물리면 독이 있다. 침어의 종류이지만 몸이 약간 납작하다.

- 자산어보, 정약용. ( 현산어보를 찾아서 3'에서 재인용 )

 

 

< 현산어보 시리즈 > 는 다양한 시선으로 즐길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훌륭한 어류 사전'이다. 더군다나 400컷에 가까운 세밀화'가 그려져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림책으로 읽어도 좋다. 그리고 200년 전 정약전을 찾아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흑산도를 여행하는 형식이니 뛰어난 기행문학이기도 하며, < 자산어보 > 에 대한 트리뷰트 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메타 소설'로 읽어도 된다. 이래저래 좋다.  < 현산어보 3 > 에서는 정약전에 대한 소개'보다는 대부분을 어류에 대한 소개로만 내용을 꽉꽉 채운다. 그 가운데 한 꼭지로 갈치'를 다룬다.  속초에 머물 때 낚시 방송에서 갈치'에 대한 90분짜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보았던 갈치는 아름다웠다. 이 글은 갈치'를 향한 헌정이다. 이 세상 모든 갈치'이게 바친다. 

 

 


 

 

 

 

갈치 : 칼잠에 대한 이해.

 

 

 

빨간책을 보거나, 돼지표 뽄드를 불거나, 담배를 피거나, 소주를 마시던 불량 써클 아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 하나가 < 깔 > 이었다. 차세대 건달이 될 건들건들 양아치들은 주로 입 안에서 면도칼을 돌리는 재주를 가진 여자애들과 함께 폐가나 야산을 돌아다니며 본드와 부탄가스'를 불고 다녔다. 그리고는 " 떼 씹 " 에 대한 경험담을 말하고는 했다. 성'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던 우리들은 넋 놓고 그들이 하는 섹스 경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그 불량배'들이 자주 내뱉던 말들이 깔, 깔따구, 깔치 따위였다. 양아치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써클 소속이면서 내 친구였던 만식이'가 묘사한 깔따구들은 모두 발라당 까진 여자애'였다. 중학생 여자애들이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소주도 마시고, 본드에 부탄가스'까지 불고, 아무 데서나 엉덩이를 내리고 오줌을 싸고, 똥을 싸고, 섹스'를 하는 아이들이었다. 끝으로 만식이는 나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 키스할 땐 조심해야 해 ! 내 깔치는 혓바닥 안에 면도칼 있거든. " 므,므므므시므시하다 !!! ( 참고 : 만식이'란 이름이 만식이가 아니라 내 불알친구들을 모두 두리뭉실 엮어서 부르는 상징적인 이름이다. )

 

 

" 만식아 ! 가,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슴 만져봤냐 ? " 내가 흥분해서 막 질문을 하면 그 녀석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보며 " 병신 새끼! 씹도 했는데 그깟 젖탱이 한 번 안 만져봤겠냐 ? 꺼져, 한번도 안 한 좆병아리 뻔데기 새끼들아 ! " 아, 아아아무리 양아치 불량 써클 청소년이라고 해도 말이 너무 거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싸나이답게 " 가, 가가가가가가가슴 마,마마마마만지면 말랑말랑하냐고 ? " 그땐 여자 가슴 한 번 만져보는 게 소원인 14살 소년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그럴까 ? 갈치'를 보면 자꾸 깔치'가 떠오른다. 갈치의 날카로운 입과 이빨을 보면 혓바닥으로 면도칼을 굴리던 만식이 깔치 향숙이'가 생각난다. 본드 불고 아무 데'서나 허연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누던. 그 오줌 소리'가 박연폭포 같다며 불량스럽게 웃던 만식이'가 떠오른다.

 

 

만식아, 지금은 무엇을 하며 사냐 ? 대마초 재배해서 깜빵 가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자전거 훔쳐서 다시 깜빵 간 내 친구 만식아 ! 결혼은 했냐 ? 그때 그 향숙이랑은 연락하고 지내냐 ? 사실 만식이'는 결손 가정'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어머니 혼자서 시다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렸고, 향숙이'도 고주망태'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거리를 떠돌던 아이'였다. 가난이란 대물림이니 어른이 되었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만식이'의 주먹은 물주먹이었고, 향숙이는 예쁘지 않았다.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했다. 정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깔치에 대한 어원을 조사하니 분분하다. 그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주장은 이렇다 : 깔치의 어원은 미국말과 일본말이 섞인 것이오. 여자친구를 미국놈은 영어로 뭐라 하오 ? 그렇소. girl 이오. 걸 ! 그럼 일본놈들은 ? 키키키키. 일본놈들은 혀가 짧아서 갈'로 발음하지. 그걸 한국 양아치들이 깔'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오. 양아치 씹 문화 용어 대부분은 일본어'에서 따온 것이오. 여기에 사람을 낮게 부를 때 부르는 ~치'가 붙어서 깔치'가 된 것이지. 가끔 갈치와 깔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다른 말이오. 갈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그렇다. 갈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갈치는 칼'에서 유래되었다. 신라시대 때에 칼'을 갈'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아서 이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와 결합하여 갈치/刀魚'가 된 것이다. 갈치 생김새를 칼'로 인식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서양에서 갈치'를 cutlass fish, hairtail 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서 동서양 막론하고 갈치를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고 인식하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칼처럼 생긴 갈치와 칼을 돌리던 만식이의 깔치'가 묘하게 겹쳐지는 이 기묘한 기시감이란.

 

 

갈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이다. 무와 감자를 넣어서 자박자박 조린 갈치조림의 맛이란 얼마나 황홀한가. 소금 간으로 구운 갈치 구이'는 얼마나 단백한가. 그 옛날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한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가시가 많은 생선'을 멀리하지만 갈치의 담백한 맛에는 이길 수가 없다. 더군다나 거제도'에서 맛 본 갈치회'는 정말 맛있었다.

 

 

갈치 속성 가운데 특이한 점은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서서 잠을 잔다고 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꼬리는 바닥을 향한 자세로 잠을 잔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여러 사람이 비좁은 방에서 옆으로 모로 누워 자는 잠을 < 칼잠 > 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갈치의 잠버릇'이라고 한다. 이런 칼잠'을 갈치잠'이라고 하니 말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울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쪽방촌 사람들이다. 창문 하나 없는 이 비좁은 방에서 편히 누울 공간도 없는, 그래서 칼잠을 자야하는 사람들이 견디기엔 지독한 폭염이것이다. 절전 만을  외치지는 말자.  빈곤층 사람들이 겪을 폭염에 대한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한여름 쪽방에서 칼잠을 자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사실 칼잠을 자는 사람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다. 이미 1%와 99%로 나뉜 이 시대 사람들은 모두 칼잠을 자는 블레이드러너'다. 네가 아니면 내가 죽는 런닝맨 게임' 속에서 우리는 불안한 잠을 잔다. 서서 잠을 잔다. 누가 내 등을 후려칠지도 몰라. 물주먹 만식이도, 면도칼을 돌리던 향숙이도, 망루 꼭대기'에서 날마다 칼잠을 자던 김진숙 노동자도, 용산 사태 노동자'도, 나도, 당신도 모두 칼잠을 잔다. 우리 모두는 서서 잠을 자는 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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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온,

 

 

폭염의 도시 대구 출신인 송혜교'는 한류를 대표하는 연애인'이다. 신부님도 아니면서 건방지게 너의 죄를 사한다며 성호를 그었을 때에도 수컷인 우리는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 신부님 " 은 아니었으나 우리 모두는 그녀가 내 " 신부 " 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누군가는 님이라는 글자 하나를 삭제해서 가짜 신부님이셨던 송혜교를 진짜 신부'로 맞이할 것이 아닌가. < 님 > 하나에 울고 웃는다. 그녀는 < 가을날의 동화 > 로 배용준과 함께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솟았다.

 

요즘은 개나 소나 떴다 하면 다 한류'라고 말해서 한류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몇몇은 굳건히 한류를 대표한다. 송혜교, 배용준, 싸이, 비 그리고 " 대구 " 도 있다. 대구 ???!!! 혹자는 대구'가 배우 진구의 형'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구는 진구 형 대구 씨도 아니고, 박근혜의 영원한 빨대 대구도 아니다. 바로 생선 대구'다.

 

 

대구는 한류를 대표하는, 추운 나라에서 온 물고기다. 대구의 ABC 알파벳 이름을 보아도 대구가 한류성 어류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대구를 뜻하는 cod'는 cold'에서 알파벳 L'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뻥이다 !!! 으하하하하하하하여튼 대구는 아이슬랜드/iceland'처럼 추운 나라'에서 노는 한류성 어류이기 때문에 난류성 도시인 대구의 화끈한 밤 문화'에서는 놀 수가 없다.

 

 

내가 < 대구 > 라는 물고기'를 처음 본 것은 대구가 아닌 거제'에서 였다. 거제 사람들이 대구를 으뜸 물고기'라고 여긴다는 것도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내가 귀한 손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거제도 형'은 나를 거제에서 대구 요리'를 가장 잘하는 요리집으로 안내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만 비린내나는 생선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시큰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온 음식'이 대구 맑은 탕'이었다. 멀건 것이 맹탕 같다. 숟가락으로 휘익 저으니 대구 몸통 하나가 전부였다.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 고추가루, 마늘, 양파 등 양념 범벅인 아귀찜과 비교하니...... 닝기미, 손님 대접이 이따위인가 ? 뿔다귀가 났다. 거제도 형이 말했다. " 아야, 묵어봐라 ! "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 ..... 읭?! "

 

 

 

 

아, 이 깔끔한 맛이란 !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하며 칼칼한 맛이란 !! 그때 알았다. 정말 좋은 식재료'에는 많은 양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광 굴비와 한우 꽃등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주재료'에 대한 강한 자신감 말이다. 비린내가 많이 날수록 그 생선'은 값이 싸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향신료가 강하게 나는 부재료'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지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대구 팬'이 되어 버렸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매우 독특한 팬질'이다.

 

 

이토록 훌륭한 물고기'를 왜 옛어른들은 < ~ 魚 > 를 붙이지 않고 < 대구 > 라고 했을까 ? 대구'는 한자로 大口'다. 풀이를 하자면 입 큰 물고기'다. 맞는 말이다. 대구는 입이 무척 크다. 그리고 머리도 크다. 등신으로 구별하자면 3등신 정도 될까 ? 입 크고, 머리 크고, 3등신이다 보니 대구를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신 모양이다. 대구를 못난 생선 취급한 나라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서양 사람들은 대구가 못났다고 해서 먹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구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가, 에이 시부랄... 이게 무슨 대접이냐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숟가락으로 건성건성 휘졌다가 한 입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외쳤을 것이다. 마, 디, 꾸, 나. 

 

 

 

 

대구는 그 이후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맛있는 생선이 되었다. 이 생선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결국에는 대구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72년부터 76년까지 영국과 아이슬란드'가 대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놓고 대구 전쟁/cod war 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서구 사회에서 대구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웃인 일본의 경우는 대구를 "타라"(魚+雪, たら)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기 "어"변에, 눈 "설"자'다. 대구 살이 흰 살'인 점, 그리고 한류성 물고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작명이 아닌가 싶다. 그것에 비하면 달랑 입 크다고 대충 대구'라고 지은 조상의 건들거리는 건성'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된다. 이 귀한 생선을 말이다. 이 대구 때문에 전쟁'까지 했던 것을 보면 ( 전쟁이라기보다는 분쟁이다. 굳이 cod war'라고 부르는 이유는 냉전을 의미하는 cold war' 와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대구'야말로 진정한 한류 스타'다. 내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면 이성관계에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대구 같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 숭어처럼 멀쩡하게 생긴 건 맛이 없는 것이다. 횟감 중에 가장 맛 없는 게 숭어여, 숭어 ! 옛날 양반들이 예쁘장하게 생기고, 뭐냐... 그려 에스 라인 비스무리한 날렵한 몸매로 꼬리 살살 치니 혹해서 숭어'라고 지었지만 속은 무른 년이여. 이것아 ! 알긋냐 ? 뭐시라 붕어 ?! 붕어는 어떠냐고 ? 입만 붕얼붕얼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여. 비린내가 을메나 지독하면 독한 양념 범벅이것냐. 지는 향수 뿌린다고 하드만 그게 어디 향수여 ? 간장이 향수여 ? 마늘이 향수여 ?!  그려 안 그려 ? 

 

 

응,,, 응, 뭐시냐. 붕어 고년 아담한게, 착한 것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만... 알랑가 몰라 ? 가시가 아주 지독혀 ! 둘 다 생긴 것만 멀쩡한 것이여. 대구 같은 아가씨를 만나, 알긋냐, 모르긋냐 ? 대갈빡 좀 크면 으뜨냐 ? 3등신이면 어떠냐. 잘 판단혀 ! 비린내나는 것들이 지 몸에서 독허게 썩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설라문에 온갖 양념으로 향수를 뿌리는겨. 그런 것들이 호호 거리며 말끝마다 교양 운운하는겨.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감. 정말 알찬 놈은 입이 무거운 법이여. 밥 좀 많이 묵으면 으뜨냐 ? 알긋냐 ? "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국은 대구맑은탕 같은 사람'이다. 겉치장이 요란하거나, 제법 비싼 종이로 명함을 만들거나, 뛰어난 언변'은 모두 비린내나는 몸내를 숨기기 위한 짙은 양념'에 불과하다. 다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독이 중요하며, 명함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는 대구'처럼 소박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줌이면 진국이 되는, 맑은 후보였다. 그런 그가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과 싸웠으나 정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감동적이었다. < 밀리언달러베이비 > 에서 늙은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 시합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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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집이 쫄딱 망했다. 정확한 기억을 복기할 수는 없지만 그 많던 짐들은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매우 단촐한 살림으로 변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주'였다. 우리 가족은 그 겨울밤에 신나게 달린 것이다. 야호 ! 야밤도주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단칸방으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강남 은마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 가정부까지 둔 넉넉한 생활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단칸방으로 쫒겨난 식구들은 칼잠을 자야 했다.

 

아, 갈치처럼 모로 누워 잠을 자야 하다니. 이제와서 부끄러울 게 뭐가 있나. 어머니는... 음, 그러니깐, 그게, 음, 험험, 에에... 복부인이셨다. 당시에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는데 어머니는 아파트를 사고 팔고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버셨던 것 같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날리는 법,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때 빚쟁이들 돈은 제대로 갚으셨나 모르겠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 사실을 묻지 않았다.

 

 

이사를 간 곳은 변두리 촌구석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에는 유독 고목이 많았는데 여름만 되면 송충이들이 비처럼 떨어지고는 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집 아저씨'는 병색이 깊어 보였다. 늘 기침을 달고 사셨다. 아저씨는 평상시엔 어두운 방 안에서만 지냈는데 기운'을 조금 차리면 늘 낚시 도구를 챙겨서 근처에 있는 저수지를 향하고는 했다. 아저씨의 유일한 스포츠이고 외출이었다. 솜씨가 꽤 좋으셨던 모양이다. 어망에는 늘 붕어들이 가득했다. 아저씨는 씨알이 좋은 붕어는 어머니'에게 주었고 나머지 붕어로는 붕어즙'을 만들어 약처럼 복용하셨다. ( 낚시를 하지 않는 날에는 산에 가서 뱀을 잡으시고는 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이웃이었다. 당시 쌀도 궁하던 살림이어서 붕어'는 매우 훌륭한 반찬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마, 서로 먹겠다고 다투며 허겁지겁 먹은 모양이다. 붕어 가시'가 내 목에 걸린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목에 가시가 걸렸는데 그것을 미련하게 방치하다가 119에 실려갔던 모양이다. 죽다 살아났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그냥 꽤 아팠나 보다. 호되게 당하고부터 나는 붕어나 붕어 요리'만 보면 헛구역질이 났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서 강력하게 반응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웃 아저씨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하셨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깊은 밤,  통곡 소리에 깨어났다. 그땐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의 죽음을 알아차렸다.

 

 지금도 아저씨를 생각하면 집 밖에 걸려 있던 어망이 생각난다. 내 목구멍을 넘기지 못한 가시처럼 그해를 넘기지 못한 아저씨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붕어 비린내가 떠올랐다. 내가 목격한 첫 번째 죽음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 나는 붕어에 대한 묘한 포비아'를 가지고 있었다. 공포라기보다는 헛구역질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공포는 아닌 것 같다. 붕어'는 조금 더 확산되어서 나중에 금붕어'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게 되었다. 아, 이 빌어먹을 붕어 새끼들 !

 

내가 붕어'에 대하여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때문이었다. 첫사랑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일본에서 보내온 선물이 일본어로 된 구스타프 클림트 화집'이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였다. 내 취향은 클림트보다는 에곤 쉴레'였으나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림을 보고, 보고, 보고, 보았다. 그런데 그림 중 하나'가 계속 내 심기'를 건드렸다. 벌거벗은 세 여자'가 있는 그림인데 세 여자 사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다. 볼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림 속 생선'이 내 속을 뒤집어놓은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그림의 제목이 바로 < 금붕어 > 였다. 일본어에 까막눈이다보니 일본어로 된 책을 보아도 알 턱이 없었다. 내 속이 울렁거렸던 이유다. 이러한 특이 증상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아졌다. 이제는 붕어'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첫사랑은 무뚝뚝한 여자였다. 나는 토말에서 자주 앓았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손톱이 자라듯 손금'이 자랐다. 부끄러웠다. 그후 황량한 이리 하나가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와서 페루'로 향했다. 리마에서도 나는 시름시름 앓았다. 그곳에서 마추픽추 사진이 담긴 여행엽서'와 몇 장의 편지'를 도쿄에 있는 그녀에게 보냈다. 가을이 오면 하드커버 책 페이지 사이사이에 꽃잎을 넣어 말리듯, 나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마른 칼을 접어 보냈다. 어쩌면 그 칼은 도착하기도 전에 바스락 바스락 부서져 티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도 가끔 편지를 보냈으나 편지는 오지 않았다. 수취인불명'이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모양이었다. 술에 취하던 어느 밤, 나는 편지를 담은 상자를 들고 언덕에 올랐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서 분지르자 고사목 가지들이 경쾌하게 부러졌다.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냥 언덕길'을 내려왔다. 아직도 나는 그 편지들을 간직한다.  

 

두 번째 사랑은 오래 사귀었으나, 결국은 헤어졌다. 세월이 약이려니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났으니 이젠 잊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잊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기억은 유년 시절의 통증을 잊었지만 몸은 종종 그 통증'을 기억해내고는 했다. 목구멍 깊숙이, 옹이처럼 박힌 그 생선 가시'를 기억해낸다. 환각통'이다. 그렇게 떠오를 때가 있다.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기형도 시인은 나무는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를 가득 피웠다고 썼다. 아, 나는 기형도처럼 멋진 문장을 쓸 수는 없어서 김밥은 황폐한 재료를 숨기기 위해 돌돌 말린 김밥 위에 깨를 잔뜩 뿌렸다고 썼다. 김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김밥 속 재료가 부실하면 할수록 깨가 잔뜩 묻어 있다.

 

고급 재료가 듬뿍 들어간 김밥보다는 당근, 단무지, 시금치가 전부인 꼬마김밥에 깨를 아낌없이 뿌린다. 그것은 마치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이파리를 피우는 나무의 방식과 같다. 이처럼 저렴한 음식에는 깨 인심이 후하다. 어쩌면 기형도 시인은 시장 한 모퉁이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꼬마김밥을 먹다가 시상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을까 ? 김밥은 황폐한 재료를 숨기기 위해서.... 라고 하기엔 창피하니깐 나무의 은유를 끌어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소한 참기름이 발린 김밥에 잔뜩 묻은 깨를 볼 때마다 내 生을 스치고 지나간 사랑했던 가난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엄마의 싸구려 인조 모피가 생각난다. 결혼식과 장례식 때에만 입는 장롱 속 아빠의 검은 양복도 생각난다. 가난한 몸이 부끄러워서 아낌없이 쏟아내는 황홀한 사치가 생각난다. 철없던 시절, 잔뜩 뿌려진 깨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

아시다시피... 나는 삼천포의 명수다. 쓸데없는 소리'가 팔 할이다. 붕어 가시에 목이 걸린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사랑이야기로 빠지는가 하면 죽방멸치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김난도'가 튀어나오는 형식'이다. 처음부터 내가 삼천포로 빠진 것은 아니었다. 한때 내가 입에 달고 다닌 소리는 " 요점만 말해 ! " 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삼천포를 경멸했어 !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부터 절실히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는 직장 생활은 모두 요점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란 점이었다. 이것 하세요, 저것 하세요 ! 그때부터 삼천포가 그립기 시작했다. "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린다. " 윤희상 시인의 말이다. 마찬가지다. 나는 실패한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목에 걸린 가시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삼천포,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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