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만 두 는 幻 이 다 :
군만두와 초코파이
영화 << 올드보이, 2003 >> 에서 최민식은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갇힌다. 그는 감옥에서 학창 시절 때, 영문도 모른 채 살아온 날들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영어 공부를 게을리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내가 토익 800점만 넘었어도......
그는 15년 동안 365일 내내 삼시 세 끼로 공급되는 군만두를 보며 X맨의 마음을 읽는다. 그것은 애인에게 선물한 스카프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보며 애인이 변심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설 감옥에 갇힌 오대수는 생사여탈권을 쥔, 메시아이자 메신저가 띄운 메시지를 읽은 적은 단 한번도 없으나 이 싸움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군만두는 이우진(유지태)의 마음이 변형된 물성이다. 군만두는 메신저의 메시지다. 그렇기에 당신이 보는 군만두와 오대수가 보는 군만두는 기표는 동일하나 기의는 다르다. 불문하고, 시니피앙은 같은데 시니피에는 다른 것이다 !
업소용으로 중국집에 납품되는 군만두 맛이 다 거기서 거기 같겠지만 오대수는 수많은 중국집 군만두 시식을 통해서 시니피앙은 같은데 시니피에가 다른 군만두를 찾아낸다. 그래, 이 맛이야 ~ 이처럼 군만두는 말을 할 줄도 모르고 글을 쓸 줄도 모르는 < 品 > 에 불과하지만 두 사내의 오고가는 신경전에서 중요한 맥거핀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물성은 인간 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바로 유물론적 시각이다. 우리는 사람 마음이 인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의 품위와 품격 그리고 성품이나 인품을 만드는 바탕은 마음(心)이 아니라 물건(品)이다.
그러므로 인격체를 완성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혹은 그것을 소유한 물성이다. 예를 들어 패션은 " 계급적 - " 이라는 점에서 " 정치적 - " 이다. 옷으로 구색을 맞추려는 심리는 개인적 동기가 아니라 사회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다. 상류 세계는 중류 사회와 스스로를 차단시키려고 한다. 그리하여 신분상의 허영심이 쳇바퀴 돌듯 하는 현상이 무한대로 반복된다. 한 집단은 뒤에서 쫓아오는 자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려는 노력하고, 다른 집단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받아들여 그러한 차이를 다시 없애려고 한다 1) 쉽게 말해서 노스페이스 패딩을 최초로 구매한 사람은 최후의 한 사람마저 노스페이스 패딩을
구매하게 되면 최초의 구매자는 노스페이스 패딩에서 롱패딩으로 갈아탄다. 차이를 생성하려는 자와 차이를 지우려는 자의 추격전'이 바로 패션의 세계이다. 영화 장르로 변환하자면 뜀박질 활동 장르 ?!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입는 의복이 그 사람을 만든다. 외양을 보면 내면이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 겉모습만 보고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지 마라는 충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광고는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는 말이 아니라 사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초코파이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초코파이는 정이다.
덧 ㅣ 외양을 보면 내면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의 외양을 믿고 그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는 모두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 그 꼬라지에서 환희를 얻는다는 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