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인류학
이 글은 << 집중과 영혼 >> 에서 < 챕터 3 - 식탁의 인류학 > 에 대한 글에서 " 예절은 속물의 도구다 " 라는 문장에 필을 받아서 그에 따른 리뷰를 작성하려다가 엉뚱한 샛길로 빠지는 바람에 영화 << 넘버 3 >> 의 조필로 끝났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
상류(층)은 유행을 선도한다. 있어 보이기 위해 루비이통 A를 들고 다닌다. 나, 루이비통 들고 다니는 인간이야 ~ 인간이란 대부분 < 있어 보이려고 > 하지, 애써 < 없어 보이려고 > 하는 인간은 별로 없는 탓에 상류 진입을 꾀하는 중류(층)는 상류의 유행에 동참하기 위해 루이비통A를 장만한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과시욕은 하류도 마찬가지여서 유행이 끝물일 즈음에 루이비통 A를 장만한다. 나도 루이비통 들고 다니는 인간이야 ~ 하지만 하류가 루이비통 A를 장만할 때 상류는 루이비통 B를 들고 다닌다.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상류는 유행을 선도하는 것에는 반색하지만 유행의 평준화에는 질색하는 부류이다. 하찮은 것들이 자신과 똑같은 상품을 구매해서 있어 보이려고 하는 연기를 참을 수 없는 까닭이다. 상류가 루이비통 B를 선택하면 중류도 재빠르게 루이비통 B를 장만한다. 즉, 유행이란 차별성(상류층)과 동일성(중류/하류층)의 욕망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상류층은 중류층/하류층과의 차이를 통해서 계급을 인식하는 반면에 중류층/하류층은 상류층의 생활 패턴과 소비 습관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하려 한다. 노스페이스 인기가 쇠락한 주요 원인은 " 노스페이스의 교복化 현상 " 이다. 개나 소나 노스페이스를 입고 다는 것은 차별성 전략이 실패하고 동일성이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부류는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롱패딩으로 승부를 건다. 양복 단추가 몇 년을 주기로 바뀌는 원인은 상류의 계급 차별 욕망과 하류의 계급 동일시 욕망 때문이다.
단추 2개가 달린 양복이 대중적 인기를 끌 때 상류는 양복 단추 세 개가 달린 수트로 승부를 건다. 그것이 바로 자본과 속물의 욕망이다. 품격을 갖춘 패션 리더가 단추 세 개가 달린 수트를 입는 순간, 단추 두 개가 달린 양복은 이제 촌닭들이나 입고 다니는 품위 없는 low quality 한 컨츄리 로컬리티 패션이 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품격을 자지우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가마우지. (혼잣말) 도대체 좌지우지를 가마우지로 대체하는 이런 말장난은 대체뭐지 ?! 됐고.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품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인성(人性)이 아니라 인품(人品)이며,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품위(品位)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점은 한자 품(品)이다. 口(입 구)가 세 개 모인 형태(品 : 물건 품)인데 물건을 앞에 두고 좋고 나쁨을 판정한다는 의미와 함께 일설에는 물건 상자를 쌓아둔 꼴로 많은 물건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품위와 품격을 이야기할 때 그가 소유한 물건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인품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유물론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인간이 아름다운 고가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보면 다리가 찢어지는 법이다.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당신이 노스페이스를 사서 입자마자 반 아이들에게 자랑할 때 누군가는 이미 롱패딩으로 유행을 선도한다.
그리고 당신이 적금을 해제하며 어렵게 루비이통C를 장만할 때 홍라희 여사는 루비비통 D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색색이인 아킬레스인 당신은 당신보다 먼저 출발한 느림보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계급 사회인 것이다. 당신이 항상 촌닭일 수밖에 없다.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품위와 품격의 세계로부터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가난한 자에게는 영화 << 넘버 3 >> 에 나오는 조필(송강호 분)의 무대뽀 정신이 필요하다.
" 옛날에 말이야. 파란 눈의 코쟁이가 있었지. 맨손으로 소뿔도 뽑으신 분이셨다. 그 양반 스타일이 그뤠. 딱, 응? 응 ??! 루이 앞에 서면 말이야. 유, 유유유유 너... 루이비통? 나 조조조, 조다쉬야. 그리고는 존나게 내려치는 거야. 내, 내내내내내가 응... 조, 조다쉬라고 하면 루, 루루루이비똥도 조다쉬야. 알아 ? 내 말에 토, 토토토토토토다는 새끼는 배반형, 배신 응?.. TO부정사야. 우리에게는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