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옛날에는 프레임을 언론사 데스크나 여의도 정치판 쪽에서 만들었다.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어서 프레임을 < 아 > 로 설정하느냐 아니면 < 어 > 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과 입장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 미국이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자 보수주의자는 " 이라크 전쟁 " 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서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진보주의자는 " 이라크 점령 " 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서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에 이 프레임 맞짱 배틀'에서 전쟁이라는 키워드가 우위를 점하면 사내새끼들이 가오가 있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_ 라는 여론이 형성되겠지만,
반대로 점령이라는 단어가 우위를 점하면 전쟁터에서 발을 빼는 것은 비겁한 짓이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이 된다. 정치의 본질이란 결국 " 말싸움 " 이다. 양아치들이 편을 나눠 서로 칼싸움을 하는 집단이라면 정치인은 편을 나눠 말싸움을 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정치인에게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주문은 정치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말싸움에서 이기면 행동은 행정부가 하면 된다. 정치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 실천이 아니라 말의 우위이다. 유감스럽게도 수구 보수 언론과 흘레붙은 한국 보수는 밥만 먹고 하는 짓이 이 짓이라 이 짓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하짓. 아따, 징허게 잘한다잉. 씹새들.
설령 여의도배 프레임 맞짱 배틀에서 졌다고 해도 이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특정 이슈를 덮는 방법은 그 이슈보다 더 강력한 이슈로 뉴스를 뉴스로 덮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게 불리한 뉴스A가 발생하면 그 뉴스를 덮을 수 있는 보다 더 강력한 뉴스 B로 덮는다. 여기서 B는 본질을 왜곡하기 위해 사용되는 팩트이다. 이것을 모멘텀(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이라고 한다. 이 기술도 수구 보수 언론과 흘레붙은 한국 보수가 특허를 내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이상한 조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잣거리에 프레임을 찍어내는 공장(언론사)에서 만든 상품이 아닌
짝퉁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 기레기 " 라는 프레임 상품이다. " 기자는 쓰레기다 " 라는 말을 줄여서 만든 상품명이니 수구 주류 언론사에서 만든 상품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기레기 > 라는 상품은 이명박근혜 9년 동안 길거리에서 만들어졌다. 누군가 기레기라고 외쳤고, 어느새 누구나 기레기라고 소리쳤다. 그 절정은 세월호 보도였고 기레기라는 프레임은 힘이 커졌다. 문재인 중국 외교 방문 중에 발생한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을 두고 문재인 지지자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선 데에는 기레기라는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구 보수 주류 언론이 만든 홀대론 프레임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중국 외교 방문 언론 보도가 공정했는가 _ 라는 질문에 대해 불공정했다는 응답이 67.9%(매우불공정 42.4%,대체로 25.5%)이었고 공정했다는 응답은 20.9%(매우공정 6.4%, 대체로 14.5%)에 불과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종편이 홀대론 프레임을 융단 폭격하듯 쏟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은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프레임 생산 공장 프레스 공장장 입장에서 보면 공포를 느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론 조사 내용을 세세히 살펴보면 더더욱 공포를 느낄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지지층,
국민의당 지지층,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공정했다는 응답보다는 불공정하다는 응답에 높았다(자유한국당지지층 불공정 67.3% 공정 23% / 국민의당지지층 불공정 55.5% 공정 32.9% / 바른정당지지층 불공정 51.2% 공정 26%). 놀라운 점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이자 보수층이자 TK이자 PK이자 60대 이상에서도 문재인 홀대론 프레임 보도가 불공정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프레임 생산 공장 프레스 공장장이 만든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명징한 증후이다. 그 변화의 힘은 1인 미디어 시대(sns,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팟캐스트)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호원에게 맞은 한국 기자를 동정하지 않고
문재인 홀대론 프레임에도 등을 돌린 원인은 무엇일까 ? 간단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높은 편인데 언론에 대해서는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 프레임이 강력하게 발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기자가 중국인 경호원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두고 사람들이 맞아도 싸다라는 반응을 보인 데에는 문재인을 향한 열혈 지지자의 묻지마 " 맹신" 때문이 아니라 한국 언론에 대한 묻지마 " 불신 "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민 교수의 문빠 진단은 틀렸다. 핵심은 문빠의 문재인을 향한 맹신이 아니라 시민의 언론 불신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