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혐오 -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말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
파스칼 키냐르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소리는 미묘한 공포를 선사한다




                                                                                                          이기주의 << 언어의 온도 >> 는 이기주의 " 감성 에세이 " 라기보다는 " 감성 이기주의 " 에 가깝다. 대중 감성에 호소하는 문장이 대중을 향할 때에는 호소력을 얻을 수 있지만,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달달한 언어로 대중적 감성을 자극하면 구질구질한 문장이 된다. << 언어의온도 >> 는 후자'에 속한다.

이런 책을 두고 " 인문 에세이 "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두고“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하는 문학적 장치1) ” 라고 해서 어중이떠중이-들, 누구나 가볍게 쓸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품격을 갖춘 에세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프랑스 에세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 파스칼 키냐르의 인문 에세이 << 음악 혐오 >> 는 교양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 섹스와 공포 Le Sexe et l'effroi (1994년) >> 에서 키냐르는 성이 공포와 저주로 변주된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철학, 성서 텍스트를 해독할 뿐만 아니라 고대 희랍어와 라틴어의 어원과 변형을 통해 자신의 논증을 증명한다. 이 과정이 화려하다. 읽다 보면, 무릎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간서치(看書癡)도 키냐르의 넓이와 깊이 앞에서 무릅쓰고 무릎 탁, 치며 아, 하게 된다. 음악과 공포를 다룬 << 음악 혐오 >> 가 그로부터 2년 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 섹스와 공포 >> 의 거울쌍이자 연작 에세이처럼 읽힌다. 파스칼 키냐르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신호로써의 소리)이 공포와 저주로 변주된 것2)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작인 << 섹스와 공포 >> 에서 그랬던 것처럼 각종 신화와 철학

그리고 어원과 그 변형을 통해서 자신의 논증을 증명한다. 넓은 교양과 깊은 사유에 버금갈 만한 기똥찬 문장력은 덧거리(덤)이다. 그는 메두사 신화를 언급하면서 공포(돌처럼 굳게 하고) 뒤에 오는 침묵 현상에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이 침묵은 " 그 자체로 결핍에 의한 노래 " 이며 " 내가3) 겪었던 무언증은 일종의 부재의 노래 " 라고 언급한다. 처음에는 대대로 걸출한 음악가를 탄생시켰던 집안에서 자랐고, 그 스스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이가 음악을 혐오한다고 하니 의문투성이였지만 그가 내세운 인문학적 사유와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긍하게 된다.

침묵이 그 자체로 결핍에 의한 노래라는 키냐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때부터 이 텍스트는 술술 읽히게 된다. 사실, 공포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침묵이 강요되는 장면들이 아니었던가. 침묵 뒤에 오는, 그러니까 공포 영화에서 침묵을 깨는 사운드(갑작스런 효과음-들)은 공포라기보다는 서프라이즈에 가깝다는 점에서 침묵이라는 노래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인 것이다. 좋은 독서는 고정된 사고 틀을 깨고 외연을 확장하는 경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무릅쓰고 무릎 탁, 치고 아, 할 만한다 ■

 

 

 

 

 

덧대기 ㅣ 독자가 책값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꼴이 우습기는 하지만 << 음악혐오 >> 와 << 언어의 온도 >> 의 책값 차이가 4000원밖에 안 난다는 사실이야말로 진정한 혐오가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은 강철로 만들고 나쁜 책은 스티로폼으로 만든다. 하여,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물에 빠트려 보는 것이다. 무게 있는 책은 가라앉고 경박하고 가벼운 책은 둥둥 뜬다.









​                                


1) 올더스 헉슬리

2) 음악과 공포. 이 두 단어는 영원히 결속된 것만 같다. 비록 그 기원과 시대가 어긋난다 할지라도 ( 13쪽 )

3) 키냐르는 어린 시절에 무언증mutisme 을 겪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읽은 비문학 서적 가운데 최고 으뜸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