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제시장 : 일반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윤제균 감독, 김윤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아버지와 어버이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 디워, 2007 >> 가 촌스럽고 엉성하며, 서사가 빈약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나름 상업적 미덕을 갖춘 영화라는 판단이 든다.
물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쁜 영화라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다. 낙제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그 학생이 질이 안 좋은 나쁜 학생은 아니니까, 같은 이유로 우등생이라고 해서 좋은 학생이라는 근거도 없으니까(우병우, 김기춘, 안철수를 보라). 굳이 이 영화에 대한 10자평을 남기자면, 괴랄하다 ! 반면에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 국제시장, 2014 >> 은 " 질(이) 낮은 " 차원을 떠나서 " 질(이) 나쁜 " 영화'이다. 질이 낮은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질이 나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영화 << 디워 >> 가 < 품성 品性 > 의 문제라면,
<< 국제시장 >> 은 < 성품 性品 > 의 문제이다. 즉, << 국제시장 >> 은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영화라는 것이다. 레니 르펜슈탈 감독이 연출한 << 의지의 승리, 1934 >> 가 히틀러에게 바치는 프로파간다 영화였다면,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 국제시장 >> 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권'에게 아부하는 프로파간다 영화'이다. 감독은 " 아버지 세대 " 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말했지만 내 눈에는 " 어버이 연합 " 에게 바치는 노래 같다. 덕수 아버지(정진영 분)가 흥남부두에서 휘날리는 눈보라를 뚫고 가족을 지키려 했다면, 덕수는 베트남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사선을 뚫고 아이를 구한다. 그는 작은 영웅이다. 이 장면은, 대한민국 군인이 가족이 보는 앞에서 여자를 윤간하고 임산부의 배를 갈랐다고 진술했던,
베트남 피해 여성의 진술과 오버랩되면서 분노하게 만든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고 오로지 향수와 미화를 강요하는 감독의 성품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당신이 이 영화를 옹호한다면 일본군 군인이 전쟁터에서 한국 위안부 여성을 구해 영웅이 되는, 휴머니티 졸라 쩌는 영화'에도 엄지척을 해야 한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를 다룬 독일 에피소드'도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이 영화에는 간호사인 영자(김윤진 분)가 환자의 똥(설사) 묻은 엉덩이를 닦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의문이 든다, 가족 영화를 표방한 영화에서 굳이 여과없이 이 장면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을까 ?
오히려 이 장면은 파독 여성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 감독은 간호(인)와 간병(인)의 차이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 그 > 에게 중요한 것은 여성의 품격이 아니라 남성의 " 다이하드 " 이다. 이 장면은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 화장, 2015 >> 에서 감독이 리얼리티'라는 이유로 똥물이 흐르는 아내의 몸과 성기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임권택은 여자 배우의 아랫도리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폭로하면서 남자 배우의 아랫도리는 하얀 시트로 가려주는 검열을 통해서 늙고 추레한 남성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꽤나 비열한 측면이 있다.
재현에서 중요한 것은 서사의 핍진성이지 사물의 폭로가 아니다. 윤제균과 임권택은 모두 " 재현의 윤리적 책임 " 에는 둔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휴머니티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국제시장 >> 은 수컷에 대한 지나친 자기 연민 때문에 눈살을 찡그리게 만들뿐만 아니라 권력에 아부하는 프로파간다 영화처럼 보인다. 연민이란 그 방향이 타자를 향할 때는 박애가 되지만 자신을 향하게 되면 구질구질한 변명이 된다. 이 영화는 애국을 강조하지만 내 눈에는 분기탱천하는 좆만 보인다. 이 영화에 대한 내 10자평은 다음과 같다. 이 영화 참... 좆같네 ■
부록 ㅣ 오늘의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