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촛불집회


4차 집회였던가. 땅끝에서 트랙터 몰고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하기 위해 일박이일 동안 트랙터를 운전한 농민 단체'가 있었다. 바람막이 없는, 불편한 운전석'에 앉아 진동이 심한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다는 것은 말이 좋아 드라이브이지 개고생이었다. 엉덩이에 물집이 잡히지 않았을까 ? 그들을 반긴 것은 시민의 환대가 아니라 경찰의 경멸이었다. 그들은 트랙터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왔다. 쌀 한 가마니 값이 운동화 한짝보다 못한 시대에, 빚더미에 오른 농민들이 이날 사용한 기름값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내일은 서울 총궐기 대회'이다. 전국의 노동자와 농민이 버스를 타고 상경한다고. 3차 집회 때는 제주도에서 상경한 두 명의 소년을 만났다. 15차 집회 때는 전신마비환자가 들것에 실려 집회에 참석한 모습을 본 적도 있으며, 팔순 노모의 휠페어를 이끌고 행진하는 중년의 남성을 만나기도 했다. 모두 다 먼곳에서 온 사람들이며 공교롭게도 사람이 많은 곳에 모이기에는 불편한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집회 참석과 관련해서 서울 거주자에게는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집회에 참석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염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