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 27호

 

 

 

 

니체와 애마, 부인 

 

 

 

 

우리 청춘의 끝없는 < 아아 ! > 와 < 오오 > 뿐

ㅡ 니체, 즐거운 지식 中

 

 

사람들은 니체를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불온한 철학자 " 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니체는 눈물 많고 정 많은 철학자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 니체는 철학자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철학자였다.    반면 가장 정직한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강했지만 동시에 한없이 약한 존재였고 가난한 자에 대한 연민을 간직했던 사람이다. " 비가 오고 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한다.1  " 1889년 1월 3일, 학대받아 숨진 말의 목덜미에 울며 매달리던 2 니체는 거리에서 정신을 잃는다. 거리에서 병들어 죽은 말은 한때 니체의 애마'였기 때문이었다. 니체와 애마는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발병 후, 니체는 10년 이상을 더 살았지만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니체 사망일은 1900년 8월 25일이지만 정신적 사망일은 1889년 1월 3일이다. << 이 사람을 보라 >> 는 니체가 거리에서 쓰러지기 두 달 전에 초고를 마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소제목은 "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 ,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 , "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 이다. 어쩌면 그는 두 달 후에 닥칠 불행을 예감하고는 주변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이 유언장'처럼 보인다. 이 책 마지막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 나의 말을 이해했는가 ? " 아, 이 마지막 문장을 읽다가 눈물이 난 적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문장 가운데 하나는 " 아, 해도 된다. 우, 하지 마라 " 라는 표현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 문장이 박민규를 흉내 낸 것 아니냐고 묻던데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 아니올시다 " 이다. 적어도 박민규 문장을 흉내 낸 것은 아니다. 김애란 문장을 표절한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니체의 문장을 흉내 냈다.

 

<< 즐거운 지식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 우리 청춘의 끝없는 < 아아 ! > 와 < 오오 > 뿐 "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묘한 운율이 좋았다. 잘 짜인 라임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랩을 들었을 때 느끼는 그런 입말의 쾌감 ?! 여기서 말하는 " 아아 " 는 " A " 이고, " 오오 " 는 " O " 다. 눈치 빠른 사람은 유레카를 외쳤으리라. 그렇다, 알파와 오메가를 뜻한다. 시작과 끝이란 의미다. 우리말로 구수하게 번역하자면 " 우리 청춘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지화자 !!  " 정도가 되지 않을까 ? 국내에서는 << 즐거운 지식 >> 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제목을 달았지만 원문 제목을 충실하게 따르자면 << 쾌락학 / frohliche Wissenschaft >> 이 맞을 것이다. 니체는 이 책에서 쾌快에 대해 말한다. 니체와 스피노자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내뱉는 소리는 < 아 > 와 < 오 > 다. 특정 언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이다. 이 세상 모든 아기는 < 아 > 와 < 오 > 라고 말을 한다. 나 또한 그랬고 당신 또한 그랬어. 하지만 < 아 > 와 < 오 > 가 어른들 사이에서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갔던 3류 영화관에서였다. 영화관은 아버지가 일하는 곳이어서 평소 자주 드나들 수 있었고 성인 영화도 몰래 볼 수 있었다.  맙소사, 에로 영화 속 어른들이 갓난아기 때나 사용하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 아, 아아아아아. 오, 오오오오오오 !   심야에 울리는 맑고 고운 청음. 슈퍼맨도 좋아하고, 베트맨도 좋아하고, 아줌마와 아저씨도 좋아하고, 당신도 좋아하는 소리. 나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닥치는 대로 에로 영화를 섭렵했다. 그 당시 대표적인 에로 영화는 << 애마부인 >> 시리즈'였다.

 

여자는 항상 란제리를 입고 비만 오면 비에 젖는다. 여배우의 나체와 애마는 서로 잘 어울렸다. 보기,   좋았다. 무수한 여자 배우들이 << 아아 ! >> 와 << 오오 >> 를 외쳤다. 도대체 저 소리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나는 우리 소리를 찾아서 길을 나섰다. 그 소리는 울울한 침엽수림 숲에 가려진 검은 동굴에서 흘러나왔다. 도대체 저 동굴 속에는 어떤 짐승이 살고 있기에 이토록 오묘하며 쫄깃하며 끈끈한 소리를 내는 것일까 ?  고민 끝에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동굴이라기보다는 탄광 갱도'였다. 막장이란 곧 끝장'을 의미했다.  더 이상 캐낼 것'이 없는 석탄 갱도.  꼭 광부들만 막장을 드나들란 법은 없다.  섹스 또한 갈 때까지 간다는 면에서 막장에 대한 은유이니까.  잘빠진 청춘 남녀가 만나 평일 사만오천 원'에 콘돔을 제공하지 않는 이화장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 

 

그곳에서 사람들은 " 서로의 속 " 을 파고든다.  악수보다는 포옹을, 포옹보다는 내부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섹스 행위는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고된 일'이다.  숨 막히는 열기'에 숨을 헐떡이는 광부처럼 당신도 숨을 헐떡이며 서로의 열기에 뼈와 살이 타는 막장 체험을' 하리라. 그곳에는 오직 < 아아 ! > 와 < 오오 > 만 있을 뿐 ! " 좋아 ?  막장이나 이화장'이나 어차피 장'급이잖아." 사실, 남녀 관계'란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별 볼 일 없는 막장'이다. 깊게 파고들수록 위험하다. 막장은 무너지기 쉬운 곳이니까. 갇힌다. 독살에 갇힌 나를 구해줄 당신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지친다.  온통 캄캄한 어둠이 된다.   숨쉬기'가 힘들어지면  살아있다는 사실이 지겨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막장을 포기할 수 없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쾌'를 버릴 수는 없다.  30초만 숨 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 

 

내가 다니던 회사 영업 이사는 대한민국에서 < 아아 > 와 < 오오 > 를 가장 예술적으로 만든 에로 전문 영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 아아 > 와 < 오오 > 를 무척 부끄러워했다.  어느 날, 나는 술자리에서 고백했다. " 감독님, 저는 어릴 때 감독님이 만든 영화 보면서 자랐습니다. << 남자의 국물 >> , << 당신의 전립선은 안전합니까 ? >> , << 상처적 치질 >> 는 예술이었습니다. " 감독은 부끄러운 듯 소주를 한 잔 입 안으로 털더니 낮게 말했다. " 아, 아아.... 그래 ? 오, 오오.... 반가운 소리군 ! "

 

 

 

 

 

 

http://myperu.blog.me/220170852376

 

 

  1. 니체, 즐거운 지식
  2.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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