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새끼들아 !
세월 호 침몰 뉴스를 보면 < 사리 > 와 < 조금 >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문득, 김선태 시 < 조금새끼 > 가 떠올랐다. 남도 갯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 조금새끼 " 라는 말을 쓴다. 음력 초하루(매달 첫째 날)와 보름(매달 열닷새 날) 사이, 그리고 보름과 그믐(매달 마지막 날) 사이'에 든 7, 8일과 22, 23일을 " 조금 " 이라 하는데 이때가 물이 가장 낮을 때'다. 반대로 보름과 그믐은 물이 가장 높을 때'다. 이때를 " 사리 " 라고 하는 모양이다. 고기잡이배를 타는 선원들은 < 사리 > 때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 조금 > 때가 되어 항구로 돌아온다고 한다. 뱃사람들이 물이 높을 때 먼 바다로 나갔다가 물이 낮을 때 항구로 돌아오니 그들에게는 조금 때가 주말'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뱃사람들은 " 주말 부부 " 의 원조였다. 이처럼 긴 이별과 짧은 만남이 사리와 조금 때에 맞춰 이루어지니 조금은 "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 " 라고 김선태는 말한다.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아시다시피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 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있기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 김선태 시 '조금새끼' 전문
" 조금 물때에 밴 새끼 " 라는 뜻을 가진 " 조금새끼 " 는 핏줄은 각각 다르지만 공동체적 운명을 함께 하는 동아리'다. 그들은 "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 " 힌다. 그래서 "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 많다. 가만히 보면 조금새끼들은 물고기떼를 닮았다. 멸치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다 거대한 그물망에 잡혀 생을 마감하는,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세월 호'가 진도에서 전복한 지 5일째'다. 희박한 공기와 차가운 수온을 생각하면 희망보다는 기적을 바라야 할 때다. 그러나 실낱같은 기적을 간절히 원하기에는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정부는 속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배는 10미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어두컴컴한 고래 뱃속 같은 배 안에 갇혀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 아이들 운명 또한 조금새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은 " (같은 해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 였던 공동체적 운명을 가진 또래'였다. 선장이 떠난 배 안에서 한겨울 몸을 잔뜩 웅크린 짐승처럼 몸을 숨긴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픔이 생강처럼 아려와서 일생 생활에서 생각없이 웃다가도 문득 죄책감이 든다.
나를 포함해서 당신은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선장을 욕할 자격이 없다. 그럴 만큼 우리는 떳떳하지 못한 존재'다. 특종에 눈이 멀어서 윤리를 버린 언론이나 비극을 미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도 공범자'이며, 이미 불법이 관례가 되어 버려서 일상이 되어버린 그 무수한 편법과 각종 규제를 암덩어리'라고 규정하는 그 비열한 청와대도 공범자이다. 또한 이런 글 따위를 쓰면서 비극 앞에서 꽤나 괴로운 척하는 나도 개새끼'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