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은 乙이 욕망하는 도깨비감투'이다. 완장만 있으면 싸울 필요도 없다. 선빵을 날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완장이 없는 乙은 알아서 쫀다. 전, 쫄면입니다. 우우우. 전, 울면이에요. 우우우. < 남양유업 사태 > 에서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행패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甲이기 때문이 아니다. 완장을 찼기 때문이다. 완장은 갑질'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유사 아이언맨 갑옷 슈트'다. " iron man " 을 한자로 풀면 쇠 철/鐵에 얼굴 면/面'이니, 유사 갑옷인 완장을 차고 으스대는 놈은 철면피한 놈이라 할 수 있다. 甲과 乙 사이에 완장'이 존재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甲을 욕망하는 乙이거나 유사 甲이거나, 사이비 乙이다. < 완장 > 은 감투(갑옷) 아래 계급이다. 갑질보다 지저분한 짓이 바로 완장질'이다. 팔 완(浣)에 글 장(章)'을 풀어쓰면 문신(文身)이 된다. 浣=身 이고, 章=文'이다. 팔뚝에 그림 그리는 놈은 옛부터 깡패 새끼'라는 소리를 들었다.
- 완장은 문신(文身)이다 中
출생의 비밀,
을 듣고 통곡하다.
집에 누런 족보' 하나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궁금한 거라 ! " 이 서책은 무엇을 담은 질그릇이옵니까? " 라고 물으니, 아버지는 꽃씨와 바람'에 대한 이야기'라 하셨다. " 잘 새겨듣거라 ! 태초에 꽃이 있었나니, 꽃이 피어 바람이 불면 조금 먼 곳에 꽃씨'가 날아 또 다른 꽃이 피고 지고 피었나니, 너는 그 태초의 꽃에서 가장 멀리 날아, 가장 먼 곳에 핀 꽃이란다. 알겠느냐 ? " - 이런 식으로 대화가 오고갔을 리'는 없다. 족보가 있었기는 했으나 들보처럼 켜켜이 먼지만 쌓인 채 짐짝 속에 박혀 있었다. 아버지는 족보를 펼쳐서 읽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족보가 있다는 것은 조상이 양반'이라는 증거다, 라고만 말씀하셨다. 그때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시던 어머니가 한 말씀하셨다. " 똥구멍이 찢어져도 양반 타령이네. 하이고, 내가 이놈의 ●씨 집안에 시집와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눈물이 ! 이것들아, 명심혀 ? 밥이 양반이여, 밥이 ! "
어찌 되었든, 아버지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후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썩어빠진 정치 이야기를 하실 때는 캄캄한 밤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처럼 눈이 반짝거렸다. 충청도 출신인 아버지가 진보 진영쪽 인사들을 자주 언급하신 걸 보면 정치적 안목은 있으셨던 것 같다. 특히 아버지는 한시'를 좋아하셨다. 아버지의 필체가 한석봉은 아니더라도 아마츄어 중에서는 갑 중의 갑'이셨다. 아버지는 양반이 맞아 ! 하지만 나는 국사 시간'에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다. 국사 교사가 말했다. " 혹시 이 반에 ●씨 성 가진 사람 있나 ? " 내 성이 그 흔한 김이박'은 아니기에 나 혼자 손을 들었다. 선생은 방긋 웃으며 ●씨 성'의 유래에 대해 말했다. 선생이 하는 말이 맞다면 아버지가 말씀하신 태초의 꽃은 < ●다구 > 라는 사람이었다. 성'이 뼈 씨'였다면 뼈다구요, 깔 씨였다면 깔다구, 싸 씨였다면 싸다구'였을 뻔 !
그나마 ●씨였다는 것이 위안을 주었다. 그렇다면 ●다구'란 어떤 위인'이었을까 ? 선생이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는 차마 이 자리에서 다 풀 수가 없을 정도로 고약했다. 그에 대한 소사'를 적자면 그는 원래 고려인으로 몽골에 귀화한 인물로 원나라 장수가 되어서 고려시대 삼별초를 무자비하게 제압한 오랑캐 장군'이었다. 그는 고려 땅에 10년 넘게 주둔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 권세가 하늘을 찔렀으리라. 성욕이 꽤나 발달해서 예쁘장한 처자가 있다 싶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욕심을 낸 모양이었다. 결국 나란 인간은 그가 뿌린 정념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고려에서는 위세가 등등했으나, 원나라 입장에서 보면 강북의 어두컴컴한 곳에 파견을 보낸 장수에 지나지 않았다. 고려인이 보기에는 ●다구는 아이언맨갑옷슈트'를 입은 인물이었지만 사실 원나라 천황이 준 것인 갑옷이 아니라 완장이었다.
●다구'는 지방 파견 근무자'였다. 아이들이 박장대소했다. 한 달치 왕따 티켓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내 엉덩이에 선명한 몽고반점'은 내가 몽골의 후예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주홍글씨 A였다. 내 낯빛이 어두워지자 국사 선생은 나를 위로한답시고 대한민국에서 순수 혈통을 가진 성 씨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것은 나를 위로하지 못했다. 선생은 내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니들, 여름에 수박 먹제 ? 수박 맛있제 ? 그쟈 ? 그 수박 ●다구'가 최초로 들어온기라. 알고 먹으래이. 곰곰발이 덕분에 니들 이 여름에 수박 먹는기라. " 이 말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작은 술책이었으나 이미 화딱지가 나 있는 상태여서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가 ?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불광동 도깨비풀이 아니었던가 ? ●다구'라는 인물에 대한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보면 안 될 것을 보게 되었다. ●다구 본관이 < ●● > 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본관도 < ●● > 이었다. 성도 같고 본관도 같은 것이다. 우우우, 출생의 비밀은 밝혀졌구나. 그래서 내가 대한민국에 대해 이토록 삐딱했구나. 어흥 ! 지금 생각해 보면, 국사 선생은 사이코 변태 새끼'였던 것 같다. 아마... SM 성향 중에서 S였을 것이다. 가끔 내 글에 등장하는 < 천●● > 도 그 선생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다음은 선생이 한 말이다 : " ( 출석부를 보며 ) 천●● ?! 천●● 누고 ?! 니가 ? 크크크크. 니 조상 누군지 아나 ? 천방지축이란 말 있제 ? 꼴통을 천방지축이라 하제 ? 여기서 천방지축은 천방지축마골피'에서 나은 기라. 승/姓이야, 승 ! 섹스 말고 사람 승. 옛날 천민들 성이란 말이다. 天씨는 무당, 方씨는 목수나 미장이, 地씨는 장의사, 丑씨는 소백정, 馬씨는 말백정, 骨씨는 뼈(고리)백정, 皮씨는 가죽백정(갓받치) "
이 말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었다. 두 달치 왕따 티켓'이었다. 특히 대한민국 성 씨의 50% 차지하는 < 김이박최정 > 은 도도하게 천●●룰 비웃었다. 시부랄 새끼들 ! 그 흔해빠진 성이 뭐가 그리 좋다고 !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지만, 사실 그때에는 내 조상이 오랑캐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이어서 그 친구에게 무당의 자손이라고 시간 날 때마다 놀렸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천●●'가 나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 닝기미 ! 나는 무당 자손이지만 네 조상은 오랑캐 시다바리나 했구나 ? ㅋㅋㅋㅋㅋ. 어차피 끼리끼리 노는 거다. 그러니깐 앞으로 나 놀리지 마라. 우리 친구 아이가 ! " 나는 친구의 말에 당나귀처럼 흐엉흐엉 울었다. 하지만 까르르르르 웃는 김,이,박,최,정 씨 또한 그렇게 신나게 웃을 처지는 못 된다. 사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자신의 성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 중에서 30% 정도 밖에 안 되었다.
대부분은 성도 없고, 이름도 없었다. 저잣거리에서 개똥아, 라고 외치면 정확히 345,754,643명이 뒤를 돌아볼 정도였다. 꽃분이, 예쁜이, 간난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조선시대 양반 사회가 붕괴되면서 신분제도에 변화가 찾아왔다. 이름이 없던 사람들은 이름을 지어야 했다. 무당이나 백정 혹은 장의사였던 이들은 각자 직업에 따라 성을 지었다. 하지만 양반 집에서 노예로 살던 사람들은 딱히 직업이라고도 할 수가 없어서 주인의 성'을 그대로 따왔다. 그러니깐 김이박최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 절반은 노예였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 아버지, 우리 조상은 ●다구 오랑캐 장군이었다면서요 ? " 아버지는 한시를 필사하시다가 멈추셨다. 낯빛이 어두워지셨다. 아차, 싶었다. 조상을 욕보인 탓이었을까 ? 아버지는 획 돌아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그럴지도 ! " 방긋, 방긋,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