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속초에서 만난 스무 살 여자애 이름은 재미'였다. 이름이 재미있다보니 재미'를 만나면 장소팔 고춘자 만담처럼 시시껄렁한 농담을 서로 주고받고는 했다. 명랑 쾌활한 소녀'였다. 이런 식'이다.

 

- 여보세요 ?  재미있나요 ?

- 재미없어요.

- 재미없다구요 ?

- 네.

- 아, 재미없네...

 

재미랑 < 트랜스포머2 > 를 볼 때에도 난 재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 재미, 재미없지?

- 재미있어!

- 맙소사, 재미 ! 이게 재미있어?

- 맙소사, 그럼 재미없어?

- 너, 말이 짧다 ?

- 삼촌이 말 편하게 하라고 했잖아요.

 

녀석은 나중에 조양동 이마트 보안 직원이 되어 있었다. 이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내가 한 최초의 말은 " 오, 재미 !  여기서 일하니깐 재미있니 ? " 였다. 내가 종종 재미에게 하는 농담이 " 재미없는 세상이 나는 재미있어 ! 그래서 난 재미있는 세상은 재미없어 !! " 였는데, 그 말만 하면 술에 취한 재미는 미친년 경기하듯 까르르르 웃어 젖혔다. " 까르르르... 삼촌, 재미 없으면 재미없지 ? 재미 있으면 재미있고. 까르르르르. 삼촌 만날 내 이름 가지고 농담하잖아. 그게 유일한 낙이잖아. 까르르르르. "  아, 철없는 재미는 실존에 대한 내 진지한 성찰'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미 씨, 농담도 잘하셔 !  속초에 가면 재미가 산다. 속초에 재미'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도 있으니 제주도에는 재주라는 이름을 가진 총각도 있으리라.

 

- 재주 있나요 ?

- 재주 없어요.

- 네에 ? 재주 없다구요 ? 

- 네에. 재주,  별다른 재주도 없고 해서 제주도 떠났어요. 서울에서 공장 다녀요.

- 아하, 재주도 없어서 제주(도) 떠났군요. 

- 네, 그렇습니다. 참 재주도 없는 녀석이에요. 

 

이런 " 오고가는말풍선 " 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 재주도 없어서 제주도 떠나는 안타까운 재주 씨'라니 ! 만약 재주 씨'가 제주도를 떠나서 속초에서 산다면 어떻게 될까 ? 둘이 만나면 이런 시시껄렁한 대화가 오고갈 것이다.

 

- 전 웃기는 재주가 없어서 재미없는 재주입니다.

- 어머, 재주 씨 !  재미있어요. 곰곰발 삼촌 생각이 나네...

- 재미 있으면 좋습니다.

- 저도요 ! 재미있는 세상이 좋아요.

- 아니요. 제 말은 재미 씨 있는 곳'이면 즐겁다는 뜻입니다.

- 어머 !

- 재미 씨는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재미 씨가 없으면 재미도 없습니다.

- ......

-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무뚝뚝한 나에게 재미 씨는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좋았습니다. 평소 재미없는 성격을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으나 내성적인 천성을 고쳐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재미 씨 ! 재미없는 내 성격을 고칠 사람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면 재미(씨)있는 사람'이 되니깐 말입니다.

- 지금 청혼하시는 거예요 ?

- 네, 당신 앞에 무릎 꿇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재미 씨 !  평생 제 곁에 있어주세요. 재미있는 결혼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 조건이 있어요 ?

- 뭡니까 ?

- 아무리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재미 앞에서는 항상 재주 부리는 귀여운 곰이 되기로 약속 !

 

그래서 그들은 그날 밤 모텔에 가서 뒹굴었을 것이다.  재주는 재미 앞에서 재주껏 재주 부리고, 재미는 재주 부리는 재주 씨'를 재미있게 할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너도, 나도, 제주도 !  그들은 재미없는 세상에서 장소팔 고춘자 만담 콤비처럼 한세월 말장난 하다가 떠날 것이다. 재미는 재주 씨를 위해서 재미있는 이주일 성대모사를 해서 재주 씨를 웃기리라. " 띠리리리리. 재주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제주도 ! 까르르르르. "

 

 

 

 추신  :  재주와 재미는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다면 아들의 이름은 재수'라고 짓지 않을까 싶다. " 재수  있니 ? 재수 없다고 ? 아, 재수 없네. 그럼 엄마 재미 바꿔. 뭐 재미도 없어 ?  아, 재미없네. 그럼 아빠 재주는 ? 재주도 없어 ? 아니, 무슨 재주가 있어야 먹고 살 거 아니야. 이런이런. 제주도에서 할머니가 전화했다고 말씀드려라. 가만... 가만.....  집에 아무도 없으면.... 근데 넌 누구니 ? 재길?  근데 재길이가 누구지 ? 내 아들 이름은 재주이고 며느리 이름은 재미,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주 이름은 재수인데 낭낭한 목소리를 가진 너는 누꼬 ?  뭐, 도둑놈 ?  아이구야, 이런 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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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0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 글발 끗발이 좋아서
약발 까치발 보태도 어림도 없네.
노발대발 하려다가
버선발로 반기네.
제발 단발에 그만두지 마소.
발 벗고 나설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5 11:48   좋아요 0 | URL
아, 진짜 궁긍ㅎ서 하는 말이지만.. 히히 님 정체가 뭡니까 ?
이젠 슬슬 짜증나려고 합니다. 이젠 나에게 알려주세요.
< 발 > 이라는 것으로 황홀하게 마술을 부리는 것을 보면 고수인데....


곰발 글발 끗발 약발 노발 대발 버선발 제발 단발...

고수다, 고수...ㅎㅎㅎㅎ
도대체 당신 누구세요 ?


정말 이런 댓글 만나기 위해서 항상 덧글을 열어둡니다.


소년에로학난성 2013-10-0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가 아니니 철저한 익명이 가능해졌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8 14: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창업은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가을이니 조만간 술한잔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