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손수건은 연애 편지'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항상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전라도 촌구석에서 올라온 친구였는데 한눈에 봐도 가난한 티가 났다. 지저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척 깔끔한 친구였다. 다만 낡은 보세 상품의 옷과 신발을 신고 다녔을 뿐이다. 남루한 옷차림과는 달리 손수건은 항상 좋은 향이 났고 접힌 손수건 모서리는 날선 각이 잡혀 있었다. 손수건을 펼치면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한, 접힌 주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일일이 다림질을 한 모양이었다. 당시 이렇게 깨끗한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녀석은 재수 없는 부잣집 도련님인 반장을 비롯한 몇몇에 불과했지만 손수건을 다림질 한 동창은 이 친구가 유일했다.  그 친구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 우리 ○씨 집안은 별 볼 일 없는 혈족이니 날마다 새 옷을 입을 수는 없구나. 대신 깨끗한 손수건'을 줄 터이니 항상 가지고 다니거라 ! " 나는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을 향한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새옷 대신 손수건'이라......  선문답 같기도 하고, 수수께끼 같기도 해서 그 친구에게 새옷과 손수건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으나 묻진 않았다. 그리고는 이내 잊혀졌다. 어제였다. 족발이 먹고 싶어서 족발'을 사러 가다가 느닷없이 화살이 날아와서 내 몸에 꽂혔다. 읭?!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그 친구가 10년 전에 허공에 대고 쏘아올린,  " 세월 "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 화살 > 이 이제서야 내 몸에 박힌 것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10년 전 < 새옷과 손수건 >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곰곰 생각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 손수건 > 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손수건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보다 깔끔하다. 만약 당신이 이 팩트'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다면 나는 이석기처럼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어느 미친 놈이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내 예측이 맞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건, 그러니깐... 음, 아.... 그래 ! 일종의 < 감 > 이요, < 촉 > 이다. 촉'에 의지해서 이 글을 쓴다. 아침마다 깨끗한 손수건을 챙기는 사람은 깔끔할 뿐 아니라 매사에 준비성도 갖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성격이 차분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손수건을 항상 준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 깔끔하고, 차분하며, 성실하고, 매사를 계획적으로 꾸민다. "

이처럼 얼핏 보기에 손수건 한 장'은 사소하고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많은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한다. 친구의 어머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새옷은 낡은 옷'에 비해 깔끔하다. 당연한 소리'이다. 가난해서 새옷을 사 줄 수 없었던 어머님'은 대신 해진 옷을 입은 아들에게 다림질을 한 깨끗한 < 손수건 > 을 챙겨서 보낸다. 비록 아들은 해지고 낡은 옷을 입었지만 사람들에게 깔끔하게 보이게 하려는 엄마의 속내가 읽힌다. 지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장에 갔다가 족발과 함께 손수건 5장을 사 가지고 왔다. 피식 웃었다. < 足 > 과 < 手 > 라. 이토록 어색한 관계라니. 사실 " 손수건 " 이란 말 자체가 어색한 말이다. 수건에서 < 수 > 는 이미 손을 뜻하는 < 手 >가 아니던가 ! 손수건이란 결국 같은 말 ( 손 + 手 ) 이 반복된 경우다.

손수건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한다. 더군다나 둥근 달도 아니면서 달달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 손수건 >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멜로 드라마'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작'이 바로 손수건을 가지고 벌이는 꿍꿍이'가 아니었던가 ! 수건을 건내주거나 돌려주려는 행위'는 뭔가 낭만적이다. 남녀 사이에 오고간 것은 작은 천 조각'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준 것이다. 건강한 청춘남녀가 주고받은 것은 천 조각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편지'요, 마음이 아닐까 ?  손수건을 빌려주는 행위에는 < 타인에 대한 배려 > 가 깔려 있다. 캔디에 나오는 이라이자'나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는 코피를 쏟는 사람을 보아도 자기 손수건을 건낼 위인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착한 사람 > 이라고 읽자.

멜로 드라마'에서 손수건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소품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이 천 조각이 가지는 낭만적 감응력과 메시지 때문에 그렇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손수건을 빌려주는 행위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전달한다. 이 행위 앞에서 마음이 동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으랴 ? 손수건을 받은 사람은 그 손수건을 돌려주어야 할의무가 있다.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 보고 또 봐야 하는 커뮤니티가 바로 손수건 주고 받기'이다. 어때요 ? < 손수건 > 이 가진 사회학적 기호가 예상보다 강렬하지요 ? 손수건을 주고 받던 사람들은 관계가 진전되면 나중에는 침으로 범벅이 된 혓바닥'을 서로 주고 받는다. 모텔에서 뒹군다.

그뿐이 아니다. 서사'에서 피 묻은 손수건'은 매우 강렬한 애상을 남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억울하게 죽은 손수건의 주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고는 한다. " B, 뚤어질 테다. C발 ! " 어디 그뿐인가 ! 셰익스피어의 < 오셀로 > 에서 손수건'은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으로 읽힌다. 오, 오오오오오오셀로는 복수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오셀로에게는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더러운 년 > 으로 읽는다. 이래저래 손수건은 < 러브 > 와 연관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여 ! 연애를 하고 싶다면 < 손수건 > 을 준비하라. 천 원 한 장이면 족한 가격이다. 이 정도면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최대 효율성'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커피를 옷에 쏟거나 코피를 흘리거든 냅다 달려가 손수건을 건네면 된다.

당신이 건낸 것은 꽃 무늬 손수건이지만 사실은 " 나 당신을 위해서라면 브래지어 훅을 딸 준비가 되어 있어요. 호호호. " 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남자는 손수건을 돌려주기 위해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다. 운명은 신에게 맡기고 당신은 속옷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가장 좋은 브래지어와 꽃 팬티 입고 나가면 된다. 가을이다. 연애 하기 좋은 계절이다. 손수건과 족발은 어울리지 않지만 손수건과 가을은 잘 어울리는 짝패'다. 건투를 빈다.

 

 

 

 

+

아래 < 성경과 짜장면' > 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신문 배달 소년이 바로 그 행거치프 보이'다.

 

성경과 짜장면.  

 

시골 촌구석에서 올라온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집이 가난해서 수업이 끝나면 신문'을 돌려 스스로 용돈을 벌었다. 내가 누군가 ! 나는 간사해서 이 친구'가 월급 받는 날'을 기억했다가 그날이 오면 딱 하루 그의 일손을 도왔다. 말이 일손'이지 그냥 방해'였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염치가 없지만 그놈의 식욕'을 이기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친구'는 늘 웃으면서 짜장면을 사줬다. " 넌 좋겠어. 용돈을 버니 짜장면 자주 먹을 거 아니냐. 부러워 ! " 그렇게 얻어먹은 짜장면이 열 그릇'은 되었다. 심지어는 방학에도 그날만 되면 전화를 하고는 했으니...... 

 

이 친구'는 마음이 무척 착해서 별명이 순둥이'였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아버님이 날품을 팔아서 생활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친구는 1급 태풍보다 무섭다는 " 질풍노도의 시기 " 를 거치면서도 가난한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월급날에만 와서 깨작깨작 일손을 돕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짜장면 사주면서 생색'을 내지도 않았다. 그냥 말없이 방긋. 참... 착한 심성을 가진 친구였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 성경 > 시간이었다. 성경 시간만큼 재미없는 수업도 없었다. 내가 원해서 간 학교도 아니고 뺑뺑이 돌려서 간 학교에서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금붕어'처럼 그냥 눈만 멀뚱멀뚱...... " 질문 있습니다 !!!! " 이때 누가 우렁차게 외쳤다. 누군가 했더니 그 순둥이'였다. 어라 ?! 저 녀석, 질문 던지고 하는, 똘똘이 캐릭터가 아닌데 ?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 왜, 목사님들은 대부분 뚱뚱한가요 ? " 성경을 가르치던 30대 중반의 전도사'는 대답 대신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죽도록 때렸다. 나중에는 허리띠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 내, 내내내내내가 혀, 혀혀현정화라고 하면 현정화야. 지,지지지진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아. 너의 말은 배반, 배신, to부정사'야. " 전도사는 역도산으로 변신하여 내 친구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 친구의 얼굴은 금세 부어올랐다. 화가 난 나는 강단으로 달려들어서 매를 맞는 친구를 감싸안으며 " 그만 하세요 !!!! " 라고 소리'를  

 

쳐야 근사한 성장 소설의 서사'가 될 터인데, 지랄같은 놈의 폭력에 그만 오금이 저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 오줌 마려워. 내가 이 날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바로 신문사 보급소 월급날이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부어서 금붕어'가 된 친구'는 그날도 신문을 돌렸다. 말수가 없던 친구는 그날따라 말수가 더 적었다. 나는 짜장면을 먹으면서 연신 폭력 교사 욕을 했다. 우리 커서 복수하자 ! 친구는 내 말을 듣고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방긋. 내가 말했다. " 너 금붕어 같어 ! " 금붕어가 웃으면 저런 표정이겠구나. 캬하하하항....  

 

친구가 그날 성경 교사에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종교적 삶이란 곧 고행의 길'이다. 넘치는 생'은 결코 종교적인 삶이 될 수 없다. 친구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리라. 새누리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국회의원 얼굴들을 모두 살폈다. 맙소사,  잘 먹어서 기름진 얼굴들이다. 개기름 작렬하는구나 ! 국민의 소리'라는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남겼다. " 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기름진 얼굴'들인가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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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0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어머님에 대한 부분 읽으면서 그분 마음을 헤아리다보니 왠지 뭉클한데요. 음...

손수건.. 소싯적 꽤 여러 여인의 손수건에 땀을 닦아본.. 이리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요.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11   좋아요 0 | URL
이야... 이런 이런 ! 인기 좀 있으셨군요. 노래방 멘트로 바꾸면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손수건 빌려주는 것은 마음을 빌려주는 겁니다....
이 친구 얘기는 짜장면 할 때도 나오는데 신문을 돌렸었어요. 집이 꽤 어려웠던 친구였는데
항상 이 친구 생각하면 그 손수건 생각이 납니다.

새벽 2013-09-08 13: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타박도 많이 받았구요.
손수건 건네 받았던 여인들보다 저한테 집에 개 밥주러 가야한다고, 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고 한 여인이 더 또렷이 떠오르는 건 뭘까요. ^^;

암튼 여러분! 연애하고 싶으신 분들은 곰곰발님 말씀대로 손수건 갖고 다닙시다!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33   좋아요 0 | URL
건내다가 아니다 건네다'군요. 개쪽 당할 뻔했습니다...ㅎㅎㅎㅎㅎ 얼릉 고쳐야겠다...
개밥 중요하죠. 우리집 가풍도 사람은 한 끼 굶어도 되지만 짐승은 안 된다, 주의입니다...

새벽 2013-09-08 13: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곰곰발님마저 그녀 편을 드시는겁니까! (버럭!)

개밥이야 다른 식구가 줘도 되는 것이거늘... 흑흑 -_n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 여인은 집에 아무도 없었겠져..ㅎㅎㅎ

글구 보니 우리집 개 오늘 아침도 안 줬네요...ㅎㅎㅎㅎ 아,니구나..줬구나..ㅎㅎㅎㅎㅎ

히히 2013-09-0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 남자에게 한 번 더 눈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단지 취향의 문제겠지만
저는 각진 손수건 보다는 모진 손을 가진 남자가 좋습니다.
여자(히히)는 그렇습니다.
거친 일 손에서 남자의 슬픈 야성을 훔쳐보고 여자의 강한 모성을 키운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08:15   좋아요 0 | URL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 남자는 뭔가 좀 깔끔하고 조용하며 사려 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난 남자 중에 손수건 갖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잰틀했습니다.

거친 손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손 크고 각진 손에 왠지 모르게 정이 갑니다.
케테 콜베츠의 손처럼 말이죠. 이거 어디서 쓴 글이 있는데 찾아봐야겠다....

엄동 2013-09-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착한 사람 > 이라고 읽자

요 문장 선하면서 참 예쁘네요 ㅎㅎ


. 지금보다 어릴적엔 손수건이 가지고 있는 수줍음과 청결함을 동경하며

서랍을 뒤져 가장 여성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을 빨아 곱게 개켜서 지니고 다녔었는데.

ㅋㅋ 며칠 못가더라구요 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14: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엄동 님 남자 아니셨습니까 ? 아니 왜 계속 남자'라고 전 생각했을까요 ?
김하사 님 이후 또 한번의 반전이네요...
손수건... 맞아요. 수줍음과 순수와 청결함이 있어요.
참 묘한 오브제입니다. 생각해 보면 전 손수건 페티쉬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