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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SE (2disc) - [할인행사]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야구와 멜로는 엇갈림의 미학이다. "
야구공은 둥글고 작다. 공은 지름이 약 7cm이고 방망이도 둘레가 대략 7cm다. 안타란 공의 중심과 방망이의 중심이 서로 만날 때 발생하게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지름이 7cm인 방망이와 지름이 7cm’인 공이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다 안타가 될까 ? 그건 아니다. 방망이가 야구공 위쪽을 때리거나 아래쪽을 때리면 땅볼이나 높이 뜬 볼’이 된다. 방망이로 공을 때렸다고 해도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간 공 가운데 7,80%는 아웃'이다. 다..... 잘못 맞은 것이다. 안타란 ( 방망이-야구공 ) 중심축'이 서로 정확하게 만날 때 발생한다. 안타가 될 수 있는 충분 조건, 바로 1cm 영역 안에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검정 유성펜으로 방망이 중심에 선을 긋고 빨간 유성펜으로는 야구공 중심에 선을 그었다고 가정하자. 안타란 검은 선과 빨간 선이 만날 때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A급 투수가 공을 던지면 평균 150km’ 속도로 날아간다. 대략 계산하면 투수 손을 떠난 공은 0.5초 이내에 포수 글러브에 도착한다. 자, 공이 날아오고 있다고 치자. 공이 포수 근처에 오자 비로소 공의 구질을 간파한 타자는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지만 백이면 백 헛 스윙’을 당하고 만다. 당신은 이미 포수 글러브 안에 공이 박혀 있는데 뒤늦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한물간 타자를 보게 될 것이다.
타율이 좋은 타자는 공이 투수 손을 떠난 지 0.25초 안에 공이 어느 지점으로 떨어질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직구인가, 커브인가? 슬라이더, 스크루볼, 너클, 싱커, 스핏? 뭐, 간단하다. 0.25초 안에 일곱 경우 중 하나’를 간파하면 된다.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낙차’다. 스트라이크 존’은 무릎에서 겨드랑이까지'가 포함된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선수를 감안하면 스트라이크 존’은 위 아래로 1미터 정도 된다. 생각보다, 꽤, 넓다.
지금 날아오는 공은 분명 포수 근처에 오면 뚝 떨어질 것이다. 그걸 예측하면 된다. 그 다음은 좌우폭이다. 저 공은 분명 왼쪽으로 5도 각도로 휘어져 들어올 것이다. 마치... 휘어진 내 페니스 각도와 비슷하군.좋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자고. 그리고는 x와 y좌표가 만나는 지점을 설정한 후 허공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이 모든 생각을 0.25초안에 생각해야 한다. 커피도 마시면서 !
결론은 이렇다 : 150km로 날아오는 공을 0.25초 만에 위치를 간파하여 방망이 중심을 야구공 중심에 맞히면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150km’ 속도로 날아오는 유리구슬’을 연필로 휘둘러서 정확히 맞추는 꼴이다. 가능한가? 엄밀히 말하면 야구는 말이 되지 않는 경기다. 그러니깐 안타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안타는 비정상적인 놈이 우연히 휘둘렀다가 안타를 때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안타는 실패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한 마디로 야구란 실패학'이다.

나는 그런 야구를 좋아한다. 보통 3할 타자’는 좋은 타자’의 기준이다. 3할이란 10번 타석에 나가서 3번 성공하고 7번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타자와 투수와의 싸움에서 타자는3승 7패’의 성적을 올리는 꼴이다. 겨우 세 번 이긴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자라면 연봉 30억은 된다. 그것이 바로 3할의 진실이다. 실패, 실패, 실패, 또 실패 다음에 성공’이다. 말 그대로 야구는 실패를 좋게 대우하는 스포츠다. 이 지점에서 야구 서사는 멜로 서사와 비슷한 구조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김영하의 말을 빌리면 " 멜로란 엇갈림의 미학 " 이다. "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라 텔레토비 " 이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사실 야구도 < 엇갈림의 미학' > 이다. 방망이는 남성이고, 공은 여성이다. 안타는 만남이고, 헛스윙은 엇갈림이다. 오작교다. 간절히 만나고 싶지만 계속 엇갈리다가 운명적으로 만나는 과정이 바로 멜로'다. 영화에서는 멋진 키스로 보답하지만 야구에서는 탕 ! 소리로 보답한다. 방망이가 야구공을 제대로 때렸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 말이다. 그러므로 야구와 멜로는 동일하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은 남성 퀴어 영화’다. 이 영화는 탈옥 영화가 아니라 멜로 영화’다. 그것도 운명적 사랑을 다룬, 지고지순한 사랑 영화’다. 그들은 쇼생크에서 운명적으로 만난다. 첫눈이 오는 11월도 아닌, 8월에 그들은 첫눈에 알아본다. 운명적 만남이다. 황당한 분석이니 끝까지 가자 ! 앤디’가 탈옥하는 이유는 레드’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치밀한 준비’이다. 앤디는레드가 만기 출소’를 하면 있어야 할 집과 배와 세간살이’를 미리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탈옥을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더냐. 하여튼 앤디와 레드’는 황혼을 뜨겁게 불태우며 살았다고 한다.
“ 앤디! 난쇼생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심장이 뛰어서 심장을 가둔 케이지가고장날 줄 았았다네! 운명적 만남이라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안 건 사실 내가 아니라 으르렁거리는 내 심장이었어 !“ 앤디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 그래요, 레드. 그건 운명적인 만남이었어요. 우리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찾아헤맸던 것 같아요.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 사랑으로 채워요.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운명이라는 이름의 시간’에게 복수가하는 거니깐. “ 레드’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시간에 대한 복수라 ? 멋지구려 ! 앤디.... 그런 - “

그때 갑자기 배가 기우뚱거리면서 무엇인가가 낚시줄을 팽팽하게 당긴다. 큰 놈이 걸린 것이다 ! 레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 이봐, 앤디 !!!! 큰 놈이 잡힌 것 같아. 참다랑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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