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패스트푸드점은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20분으로 제한한다는 메모를 붙여놓기까지 한다. 대체로 패스트푸드점의 구조는 고객이 먹으면서 미적거릴 필요도, 그러고 싶지도 않게 되어 있다... 고객이 20분 이상 앉아 있기에는 불편한 의자를 개발한 패스트푸드점도 있다. 이것은 패스트푸드점 실내 장식에 사용한 색상효과에 비길 만하다. 색상 효과의 요점은 긴장 완화가 아니라 고객을 빨리 내쫒는 것이다. 이 점을 두고 색상을 조심스럽게 선택한다. 로고의 주황색고 노란색부터 유니폼의 적갈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어긋난다. 이러한 색상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하려고 동원된 것이다.

 

- 맥도날드 맥도날드化, 조지 리처.

 

 

 

 

미국의 공장은 망했다. 돈벌이는 주로 영화와 전쟁 그리고 금융업의 돈놀이'로 미국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의 2차 산업'을 부실하게 만든 주범은 월마트와 맥도날드 시스템'이었다.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공장 상품은 월마트를 꽉 채운 메이드 인 차이나'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서 경쟁력을 잃었고, 맥도날드는 숙련노동자의 일자리를 파트타이머'들이 채우도록 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요리사가 하던 요리는 이제 스무살 젊은 친구가 1시간이면 터득한다. 본사에서 내려온 닭다리를 97도에서 3분 간 튀긴 후 꺼내시오 ! 라는 명령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니깐 말이다. 조지 리처'는 이 책에서 < 자본주의 합리성 > 이라는 신화'가 과연 타당한가를 묻는다.

 

그는 맥도날드의 합리성을 < 합리성의 불합리성 > 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맥도날드 시스템은 맥도날드'에게만 합리적인 것이지, 소비자에게는 불합리하다. 소비자인 우리는 돈을 내고 종업원이 해야 할 일으 한다. 음식을 직접 가져오고, 다 먹고 나면 쓰레기를 분리하여 각각의 통에 버리고, 빈 식판은 원래 자리에 다시 갔다 놓는다. 돈을 내면서 남의 가게에서 종업원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맥도날드에서 소비자에게 품삯을 줘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황당한 일을 하는 것일까 ? 맥도날드에서의 일련의 일처리는 하나의 문화적 습속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신속한 처리는 곧 나는 촌년이 아니라 세련된 도시 여자'다, 라는 암암리의 표현이 된다.

 

맥도날드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한다. 이제 서비스 산업은 대부부 맥도날드화'가 되었다.  현금지급기'는 은행 직원이 해야 될 일을 소비자'가 직접 하도록 만든다. 설상가상 수수료라는 돈을 내고 일을 한다. 샐러드바'도 다르지 않다.

 

 

 


 

 

 

 

 

 

 

 

 

 

고갱은 타히티 섬으로 떠났습니다.  

 

 

옛날에는 개나 소나 극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작은 댄스홀 정도의 크기면 극장 상영 허가가 떨어졌으므로 시내'에만 극장이 서너 개'는 있었다. 평일 오후에 가 보면 가관도 아니다. 축 늘어진 추리닝에 쓰리빠 끌고 오는 백수들과 건달들 그리고 데이트 비용이 아까워서 돈 천 원에 4시간은 때우는 극장을 찾는 실용파 가난한 연인들이 찾아오고는 했다. 자리 배석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상영 중 입장은 자유였다. 이런 표현이 심금을 울릴지는 모르겠지만 " 동네 그지깽깽이 " 는 다 모였다. 그런 곳이 바로 동네 동시 상영관, 3류 극장의 풍경이었으니. 어쩔 어쩔 ! 말 그대로 넘버 쓰리가 찾는 곳이 3류 극장이었다. 나 또한 동네 그지깽깽이'이므로 동네 극장은 나의 단골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 삼복 중학교 1학년 영화 열혈 오타구 돌격대 회장 " 이었기에 일 주일에 한 번은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아이들을 이끌고 극장을 순례할 의무가 있었다. " 자, 자자자. 삼거리극장과 사거리극장의 이번 주 메인 상영은 둘 다  " 터미네이터2 " 야. 하지만 삼거리는 동시상영작이 형편없군. [ 뼈와 살이 타는 밤 ]보다는 [ 살과 살이 붙는 밤 ] 이 더 좋겠어.  뼈와 살이 타는 밤'의 주연 배우는 유감스럽게도 a 컵이라구. 오늘은 사거리극장으로 고,고,고 ! " 이런 식이었다. 우리는 일단 영화 포스터가 붙은 벽이나 분식점들을 돌아다니면서 가게 주인으로부터 영화초대권을 싼 값에 사들였다. 극장은 영화 포스터를 가게 안이나 담에 붙여주는 조건으로 초대권을 그들에게 10장씩 주었다. 우리는 그 초대권을 사는 것이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깐 어느새 극장 돌아가는 꼴이 대충 보였다. 오호라 ! 그렇군. 금요일 6회 마지막 회'가 시작되면 우리들은 영사실에 있는 영사기사 들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아니 젖꼭지도 보여주지 않는 영화가 무슨 에로입니까 ? 관객의 애로사항은 무시해도 좋습니까 ? "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란 늙은 영사기사'는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극장 안을 살펴보고는 큰 소리'로 외친다. " 마침 토요일에 새롭게 선보이는 [ 젖꼭지는 물론이고 그곳도 ] 라는 따끈한 영화가 있는데 대신 보시렵니까 ? 보고 나면 홍보 부탁드려요 ! " 하며 토요일에 개봉할 영화를 미리 틀어주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젖꼭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최신작을 미리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디인가 ? 다음 날, 학교에 가면 우리 일행은 영화 속 장면을 실감나게 복기했다.

 

" 남자가 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쥐지. 그럴 때마다 여자는 아흥, 아흥 한단 말이야. 이봐, 자네가 흉내내 보게 ? 그렇지. 흐흐흐흥, 흐흐흐흥. 이런 소리라네. 그리고는 여자의 엉덩이를 냅다 손바닥으로 후려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오호 ! 그래, 그래. 말로만 듣던 그 자세라네. 후배위지. 음... 그러니깐... 후배위란. 그래 말 자세. 자네들 말이 하는 거 봤어 ? 남, 남남남남자가 여자의 엉,엉엉덩이를 벗기고는...... " 반 아이들은 이쯤에서 거의 반 죽음 상태다. 옛날 같았으면 이몽룡처럼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얼쑤 " 하면 정액을 방사했을 텐데, 성욕이 금기된 아이들은 이렇게 내가 말해주는 성애 장면에도 미친다. 불쌍한 것들.

 

 

 

 오손 웰즈의 < 시민케인 > 은 걸작이지만 < 상하이...  > 와 < 악의 손길 > 그리고 < 심판 > 은 < 시민케인 > 보다 더 걸작이다. 결론은 오손 웰즈는 천재다.

 

 

겨울 방학이 되면 나는 도시락 두 개'를 싸 가지고는 도서관이 아닌 시골 변두리 극장으로 향했다. 이 동네에는 서로 가까운 거리 안에 커다란 극장이 3개나 있어서 A 극장에서 1,2회를, B 극장에서 3,4회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C 극장으로 달려가 5회와 마지막 회'를 감상하고는 막차를 타고 돌아오고는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늘 있는 여행이었다. 끼니 해결은 물론 극장 안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당시 삼거리 극장에는 연탄 난로'로 난방을 해서 난로 뚜껑 위에 양철 도시락을 놓고 영화를 보면 도시락 속의 밥이 자글자글 끓고는 했다. 잘 데워진 계란 후라이'를 극장에서 한 입 베어무는 맛이란 ! 더군다나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며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다. 하지만 모두 좋은 것은 아니었다.

 

동네 양아치 형님들이 오셔서는 난로 속에다가 가스 라이터'를 버리고는 냅다 도망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은 갑자기 펑 터지는 난로 뚜껑에 기겁을 해서 혼비백산 구석진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그 모습을 키득키득거리며 보고 있던 형님들은 관객들이 무서워서 도망간 난로 옆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는 오징어며 밤, 고구마를 구워먹었다. 소설 쓰냐고 ? 아니다. 정말 그랬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시뻘건 연탄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연탄을 갈았는데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보이는 것은 둥둥 떠다니는 뻘건 연탄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야유를 보내고는 했다. " 아저씨 ! 연탄 가스 중독인 거 같아요. 머리가 아픔니다아아아앙. " 그리고 실제로도 영화를 보다가 연탄 중독으로 영화 도중 밖으로 나가 오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1990년 초중반까지 실제로있었던  시골 변두리 극장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극장 풍경은 cgv라는 멀티플랙스가 극장 문화를 주도적으로 선도하면서 하루아침에 바뀌기 시작한다. 괴물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 " 이라는 새로운 극장 문화'가 선보인 것이다. 고갱은 타이티 섬에 가야 만날 수 있는데 자꾸 나에게 고갱'이라고 하니 남세스러웠다. 극장도 맥도날드化가 되어버린 것이다. 옛날 극장을 차지했던 매점 아줌마와 극장 간판 아저씨, 그리고 극장 관리인은 온데간데없고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젊은 극장 스텝들은 하루종일 서서 고갱'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항상 웃는 얼굴이어지만 피곤함이 역력했다. 극장 본사에서 발령 받고 온 점장은 사무실의 씨씨티븨'를 통해 일일이 스텝을 통제했다.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당장 무전기를 통해 쌍욕이 오갔다. " 야, 개새끼야... 티켓팅 제대로 안 할래 !!!!! "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으로 그 소리를 들은 스텝은 화가 잔뜩 나지만 그래도 방긋 웃으며 " 어서 오십시요, 고갱님 !! "

 

그 전에는 영화를 다시 보고 싶으면 다음 회'에도 다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소비자로서의 왕 노릇도 끝난다. 스텝은 점장이 통제하고, 관객은 스텝이 통제한다. 그들은 양치기가 되어서 양이 된 관객을 내쫒는다. 이것이 바로 멀티플렉스의 효율성'이다. 원가 100원인 팝콘은 7000원에 팔린다. 여기에 나트륨을 듬뿍 첨가해서 목이 마르도록 유도한다. 목이 마른 당신은 영문도 모른 채 " 콜라 주세욧 ! " 이 모든 것은 극장 체인 본사가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하다. 문제는 그 사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극장문을 나서면 우리는 콜라와 나트륨에 중독되어서 입에서는 트림이 나오고 똥구멍에서는 방구가 쉴새없이 나온다.    

 

 

 

 

 

 

 

▶ 이 영화, 정말 좋다. 구로자와 아끼라의 최고 걸작은 < 이끼루 > 인지도 모른다.

 

 

난로 옆에서 연탄 가스를 마시며 도시락을 까먹던 나는 도저히 이 시스템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지만 편하지는 않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꾸 웃으면서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 이라고 하니미칠 노릇이다. 이제 나는 극장에서 김치가 담긴 병 뚜껑을 열어서 총각 무를 베어물지도 않고, 밤을 굽지도 않는다, 문어를 굽지도 않고, 동네 형들이 난로 속에 집어넣은 라이터가 언제 터질까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항온 시스템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서 보는 이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도통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싸구려 노스텔지어인가 ?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사랑한 것은 영화가 아니라 낡은 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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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2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주로 목요일에 영화를 개봉하지만 옛날에는 토요개봉'이 철저하게 지켜졌다.
그래서 상영 중 사람이 제일 없을 때가 금요일이다.
더군다나 6회 마지막 상영은 거의 몇 사람이 안 되었다.
당시 나는 영사기사 아저씨와 친분이 있어서 기사 아저씨'는 토요일 개봉할 영화를 관객의 동의 하에 틀어주고는 했다.
마지막 상영 영화는 대부분 한국 동시상영용 영화여서 재미가 없었기에
토요일에 개봉하는 메인 작품을 틀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일이 없었다.
서로 서로 좋은 거다. 금요일 마지막 회에 영화를 틀어주는 이유는 또 있다.
어차피 영사사고를 막기 위해서 영화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금요일 6회 마지막 상영 시간에는 종종
토요일 개봉 영화를 보고는 했다.

노이에자이트 2013-03-3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손 웰즈의 가장 강렬한 모습은 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였습니다.이 영화와 그레이엄 그린의 원작을 번갈아 읽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3-30 20:46   좋아요 0 | URL
오손 웰즈는 어디에서나 빛을 발했어요.
훌륭한 감독이기도 하고 위대한 배우이기도 하고 말이ㅛ. 전 악의 손길에 나오는 그 웰즈가 압권이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3-3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우리나라 영화에서 최초로 여배우의 유두가 나오는 영화의 제목과 연도를 기억하시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30 20:47   좋아요 0 | URL
헤헤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