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스포츠 특집과 한국 노동 사회.

 

 

 

 

 

- 한국 재벌은 괴물이 되었다. 모든 골목 상권을 무차별적으로 집어삼켰다.

 

 

 

 

무한도전의 시작은 정말 무()한 도전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좌충우돌을 전면에 내세운 오락프로그램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 프로는 띨빵과 띨띠리의 만담-였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요. 빨간 것은 사과예요 ! 사과는 맛있어요. 맛있으면 바나나예요 ! 바나나는 길어요. 길면...

 

                                              내 거시기네요 !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평균 이하 헐렁이들이 아니다. 유재석 사단은 방송 3사의 모든 오락 프로를 점령했으니, 이제 평균 이하 찌질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그들은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다. 오락프로의 진일보한 진화란 이런 것일까 ? 그들이 변했다. ()한 도전은 이제 무()한 도전으로 업종 변경한 지 오래이다. 스포츠댄스 경연 대회에서 경연을 하고, 봅슬레이 국제 경기에서 선수로 경기를 펼치며, 프로레슬링 경기도 소화한다. 그리고 이제는 조정 경기에 도전장을 내민 모양이다. 말 그대로 무한한 도전이다. 고생 끝에 눈물이 맺힌다. 감동이란 이런 것입니다 ! 강열한 임팩트, 긴 여운 ! 긴 건...

    내 거시기'라니까요 !

 

그런데 요즘 무한도전 특별 기획 시리즈를 보면 지나치게 속도전'이다. 연습 기간이 짧다. 짧은 시간 안에 미션 파서블 해야 한다. 일 년에 걸쳐 배워야 할 것을 한 달 안에 마스터해야 한다. 일 년에 걸쳐서 배울 분량을 일 년에 걸쳐서 배우면 감동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속도전이다. 이 기간 안에 마스터할 수 있습니까 ? 할... 수 있습니다 !!!

 

이 짧은 기간이라는 악조건을 이기기 위해서는 방법은 단 하나 ! 밤낮없이 연습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스포츠댄스도 아니고 프로레슬링 운동도 아니고 조정 스포츠도 아닌 새벽 별 보기 운동이다. 미션 ()파서블한 과제를 미션 파서블로 바꾸는 기적, 무한도전의 포맷은 어느새 무()한 도전이 되었다. 무모에서 무한으로, 그리고 무한에서 다시 무리한 도전으로 진화한 것이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 레슬링은 위험한 스포츠다. 실수는 곧 죽음이다. 이 문장'은 은유가 아니라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이 죽음의 무도'에 무한도전이 말 그대로 도전한다. < 특집 > 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 특집 편성은, 여름철 장마가 끝나면 웃자라는 잡초의 꽃대처럼, 시청률 20%를 훌쩍 넘었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실패작이다. 생명을 담보로 한 감동'은 천박한 것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 정형돈 뇌진탕 투혼 > 이라는 낯뜨거운 카피'로 도배되었지만 사실 이 프로레슬링 특집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기도 했다. 그것은 투혼이라기보다는 잘못하면 사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단 잠재적 증후'에 가깝다.

 

문득, 이 오락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는 감동적 스포츠 서사를 끌어들인 무한도전의 방식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의 욕망과 유사하다. 그것은 마치 일 년 치 일감을 던져주고는 한 달 안에 끝마쳐야 된다고 강요하는 봉제공장 사장의 얼굴을 닮았다. 일 년에 걸쳐서 연습해야 할 분량을 한 달이라는 기간 안에 마스터하라는 요구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 이건 폭력이다. 빨리빨리 속도전과 노동력 착취를 통해 얻게 된 임무 완수를 과연 감동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 생활의달인 > 도 마찬가지다. 빠른 것은 아름다운가 ? 왜 대한민국의 숙련 노동자만이 번개 같은 속도의 달인이 되었을까 ? 왜 그들은 속도전의 희생양이 되어야 할까 ? 나는 < 생활의 달인‘ > 에 나오는 기계보다 빠른 숙련 노동자를 볼 때마다 괴물이 연상된다. 그것은 노동에 대한 값진 가치가 아니라 혼자서 노동자 세 사람 몫을 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는 어느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 그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찬양해야 할 미덕도 아니다.

 

이 눈부신 속도는 충원되어야 할 노동력이 충원되지 않아서 부여된 늘어난 일의 양과 비례한다. 왜냐하면 모든 과제는 일정한 기간 안에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일감만큼 마감 기간은 연장되지 않는다. 밤낮없이,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낮밤없이 일해서 주문 날짜에 맞춰야 한다. 대한민국 가내수공업의 특징이다. 일감은 늘어났지만 마감은 일정하다. 결국 노동자 1인이 두 사람 몫을 해낼 수밖에 없다. 결론은 속도전이다. 컨베이어 속도를 높인다. 그 속도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어, 쩔 수 없다. 기계보다 빠른 손동작으로, 기계 톱니바퀴의 rp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한다. 그것이 몸에 밴 것이다. 배달 쟁반을 아홉 개나 머리에 쌓아올리며 아슬아슬하게 걷는 아줌마의 힘겨운 노동을 미화시키면 안 된다. 장한 어머니라고 칭송하기 전에 배달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하지 않은 식당 주인의 횡포를 생각해야 한다.

 

생활의 달인 : 감동인가 ?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몫을 한다고 해서 칭찬받아야 할까 ? 자본가가 보기에는 훌륭한 노동자이나 노동자가 보기에는 무모한 도전이다. 모 블로그 만담에서 엿들은 이야기 한 토막. 별다른 장비 없이 물질을 하는 늙은 해녀에게 스킨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물질을 하면 열 사람 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한다. 물론 그 말에 늙은 해녀는 동의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 내가 열 사람 몫을 하면 나머지 해녀는 뭘 하나요 ? " 우리가 생활의 달인에서 보아야 할 것은 묘기대행진이 아니다. 노동은 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늘 이런 식이다. 무한도전의 이상한 진화'를 보면 마치 대한민국 건설 토목 공화국의 현대사를 보는 것 같다. 평균 이하의 나라였을 때 닥치는 대로 주어진 임무를 하던 우리는 어느새 국격의 20 회원국이 되었다. 자랑스러운 평균 이상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노동의 강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임무는 점점 미션임파서블이 되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본가의 세뇌와 착취는 아주 교묘하다. 우리는 늘 무리한 일감에 허덕이는 평균 이하 노동자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무도장에 간다. 지르박을 추고, 탱고와 차차차를 연습한다. 취미생활이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해서. 슬로우, 슬로우, , ! 프로그램은 보다 세련되고 재미있어지지만 우리의 평균 이하 노동자는 지친다. 그래도 방긋,  " 쉘...  위 땐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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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3-03-2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도전 레슬링은 "일 년에 걸쳐 배워야 할 것을 일 년에 걸쳐 배운"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잘못 알고 계시는 사실을 근거로 지나치게 비난하시는 듯 ;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은 저 역시 천박하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5 21:10   좋아요 0 | URL
무한도전 팬입니다. 무한도전을 싫어한다가 아니라 기획 작품인 스포츠 도전 프로그램에 대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레슬링 편이 장기 프로젝트'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을 비롯한 모든 맴버들의 월화수목금토일 스케쥴이 빡빡 찬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재석의 경우는 단 하루도 연습을 위해 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한 달에 몇 번 나와서 그렇게 3,4시간 훈련해서 1년을 채운다고 해서 그것이 알찬 연습 과정이었겠습니까 ?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연습한 시간의 총합이 아니겠습니까 ? 중요한 것은 기획 자체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