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썩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턱 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미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헤어스타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욕망.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빛. 아, 아아. 사람들이 서로 닮아......

 

 

연극을 예로 들어보자. 대학로 소극장에서 < 고도를 기다리며 > 를 무대에 올린다고 하자. 동일한 대본, 동일한 무대, 동일한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고 해도140회 공연을 거치면서 각 회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길 것이다. 연극배우가 대본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고,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다. 동일한 재현이지만 약간씩 다르다. 이처럼 반복이 거듭되면 차이'를 만든다. 이 차이'를 들뢰즈는 주름이라고 말할 것이고, 라캉은 얼룩이라고 말할 것이며, 프로이드는 언캐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성형은 본질적으로 < 불초 > 에서 비롯된 욕망이다. 불초/不肖'는 닮지 않았다는 뜻. 사극에서 효성 깊은 아들이 아버지 앞에 석고대죄하며 울부짖는 < 불초소생 > 이 바로 그 불초이다. 도대체 아들은 무엇을 닮지 못해 불초소생은 지은 죄가 많은 것일까 ? 여기서 말하는 그것의 정체는 오리지날'이다. 이 오리지날'은 진/선/미'를 의미한다. 아버지의 시뮬라크라'인 아들은 아버지의 미학적 원형'을 닮고 싶으나 못난 자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땅을 치고 우는 것이다.

 

성형'도 자세히 보면 < 원형을 닮으려고 하는 욕망 > 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진/선/미'에서 미'만 취하고 진과 선'은 취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있다. 그러니깐 이 복제는 완벽할 수 없다. 여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성형 미인'은 교묘하게 모두 닮았다. 븨 라인 턱, 버선 코, 물방울 가슴, 앞트임. 하이스미스의 < 리플리 시리즈 > 또한 " 불초 " 를 다룬다. 리플리는 백만장자 그린리프'를 죽이고 가짜 그린리프 씨 흉내를 낸다. 하지만 하이스미스는 리플리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완전범죄'로 끝맺는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지 권선징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형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다. 불변'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뚜껑을 원형과 비슷하게  흉내낸다고 해도 속까지 바꿀 수는 없다. 죽는 순간 부패는 진행된다. 짐 크레이스의 걸작 < 그리고 죽음 > 은 인간의 죽음을 다큐적인 시선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은 불변도, 불사도 아닌, 덧없이 사라지는 불초의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끝은 커트 보네거트풍으로 마무리하겠다.

 

" 그렇게 가는 거지. "

 

 

 

 


 

 

 

 

 

 

 

비닐계 화학 제품은 거의 썩지 않는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이 썩으려면 100년에서 50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응큼한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비닐계 화학 제품의 불사를 35일 동안 죽지 않은 페니스'의 놀랄 만한 발기력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겠지만 인간은 죽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닐계'는 불멸 불사 불변의 존재에 가깝다. 이 불변성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열흘 꽃 피다 시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물론 백일홍처럼 백일 동안 피는 꽃도 있다지만 왠지 이 꽃은 꽃 같지가 않고 조화 같아서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시들다가 떨어진다. 그게 숨탄것들의 운명이다.

 

 

 

래서 인간은 불변성, 영원불변성'을 이상적인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이다. 신은 불변의 존재이다. 그런데 니체는 이 불변성에 대하여 딴지를 건다. " 썩지 않는 존재는 수상한 존재 " 다. 드라큐라를 보라, 강시, 좀비를 보라. 불변성을 얻는 순간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수백년 동안 이어져오던 가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한 가치'라고 여긴 불변의 가치는 사실 부르주와 지배 계급이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퍼트린 날조에 가깝다. 모든 가치를 뒤집고 다시 생각하라. 그게 니체 철학의 근본이다. 썩지 않는 존재가 수상하다면 늙지 않는 존재 또한 수상한 것이다. 당신은 17시간 동안 죽지 않고 발기한 상태의 페니스'를 정상적이다, 라고 옹호할 수 있나 ? 지루가 한 시간을 넘기면 그것은 비아그라의 힘이다.

 

 

늙지 않는 존재가 수상한 것이라면 노화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수상한 것이다. 보톡스로 젊은 얼굴을 유지하려는 배우들은 본질적으로 흡혈귀에 매혹된 존재들이다. 40대의 나이에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성형을 하는 배우는 배우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다. 구두 수선공은 손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벽돌을 지고 나르는 노동자는 허리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모두 특성화된 신체의 발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배우는 어떤 신체 기관이 발달했을까 ? 당연히 얼굴이다. 배우란 일반인에 비해 얼굴 근육이 매우 발달한 직업군이다. 일반인들은 잘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을 발달시켜 연기'를 한다. 그래서 배우는 얼굴 근육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에 보톡스 주사 시술을 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독의 일종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부종인데 이 부종은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서 주름을 펴게 만든다. 다림질이 주름진 옷을 펴듯이 말이다. 배우는 얼굴 근육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얼굴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구두 수선공이 다 팔을 자른 것과 같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기가 될 리가 없다. 대사는 절규하는데 얼굴은 무표정이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이 있을까 ?

 

 

 

연스러운 것은 썩게 마련이다. 파리는 인간이 숨을 거둔 지 1분 안에 썩는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고 한다. 부패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파리는 벌어진 인간의 구멍 속으로 침투한다. 눈, 귀, 콧속, 입, 상처, 항문 속으로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항문이다. 벌어진 괄약근 속은 따스하다. 부패 속도에 따라서 각종 곤충들이 몰려든다. 노래기, 딱정벌레 등도 찾아와 먹이를 먹는다. 남겨진 것은 뼈와 치아뿐이다. 아, 또 하나 ! 유방 속에 넣어둔 실리콘, 양악 수술에 쓰인 철심, 코를 세운 보형물들도 남을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구더기들이 먹기엔 너무 단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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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핑클의 이진이 성유리를 닮아갔다. 처음에는 얼핏 보았을 때 누가 성유리이고 누가 이진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핑클 시절 때의 두 사람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도플갱어'가 되어 있었다. 턱은 47도 븨'라인이 가장 미학적입니다. 앞트임을 하십시요. 입술은 도톰하게, 광대뼈는 몽골 아시아인의 흔적들. 똥구멍에 몽고반점 있나요 ? 맙소사, 레이저로 당장 지우세요.

 

 

+

<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 에서 항상 궁금했던 것 하나는 왜 하필 미의 절대적 기준이 미혼 여성은 되고 기혼 여성은 안 될까 였다. 미녀를 뽑는데 결혼 유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 3초만 머리를 굴리면 답은 나온다. 미스코리아'는 남성 욕망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성적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남성의, 남성을, 남성에 의한 대회'가 바로 미스코라이 대회'이다. 그래도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여서 차마 유부녀마저 욕망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미혼 여성만 뽑는 것이다. 성적 스펙타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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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3-2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곰발님, 어디서 무시했다고 그러셔욧.
여기까지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읽고 감탄하고 추천 누르고 그러는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7 06: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새벽 님이시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전생에 우린 연인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