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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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추리'는 철저하게 < 박물학적 세계 > 에서 나온다. 그는 모르는 것이 없다. 발자국의 크기나 범인이 벽에 쓴 경고성 메시지의 높이를 통해서 범인의 키'를 유추하는 물리적 추론은 물론이고, 살인 현장에 남겨진 담배의 담뱃잎 종류나 흙의 성분을 분류하여 범인의 거주지'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 모든 능력'은 박물학'에서 나온다. 먹물 투로 말하면 박물학이고, 천박하게 말하자면 잡학다식'이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해야지 좋은 탐정이 될 수 있다. 각하처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저돌적인 몰입'은 탐정에게 있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론은 이렇다 : 탐정이란 잡다하게 많이 아는 사람이다.
프로이트'가 추리소설광'이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밤 새워 홈즈, 뒤팽, 루팡 and 브라운 신부 따위'를 읽었을 것이다. 그는 몇 페이지'를 읽고서는 단번에 범인'을 파악했으리라.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추리소설 광'이 존재한다. 끝까지 재미있게 읽는 독자와 중간에 결말을 예측하는 독자. 프로이트는 후자'였을 것이다. 내가 프로이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신분석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추리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프로이트'는 논문을 추리소설'처럼 쓴 전무후무한 먹물'이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먹물'이다. 이처럼 프로이트'는 추리적 기법'으로 글을 썼다. " 그라디바에 대한 논문 " 은 한 편의 잘빠진 스릴러 소설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년의 기억 " 이나 " 도스토예프스키와 부친 살해 " 는 그의 문학적 이해'가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를 알려준다. 그는 미학, 문학, 철학, 고고학, 문화 인류학'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한다. 프로이트야말로 정말 모르는 게 없는 탐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와 홈즈는 동급 최강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이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 전이 " 와 " 말실수 " 다. 전이'란 어떤 대상에 향한 감정이 다른 대상에게로 옮겨가는 감정의 전염 현상인데, 이와지 슈운지의 < 러브레터 > 는 이와 같은 전이 현상'을 쉽게 설명한다.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첫사랑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옛사랑에 대한 감정이 지금의 애인'에게 전이된 예이다. 하지만 전이'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러브레터'에서는 사랑에서 사랑으로 옮겨가지만 어떤 전이'는 사랑이 변형된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각하를 향한 나의 증오'는 어쩌면 사랑이 변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자기애'다. 마음에 드는 이성 사진'을 고르는 실험'이 있다. 10장의 사진 중 가장 끌리고, 꼴리는 사진 한 장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실험 제작진의 꼼수'가 하나 있다. 10장의 사진 중 1장은 사진을 골라야 하는 실험자의 사진'이라는 점이다. 남자는 여자로, 여자는 남자로 포토샵을 한 후 끼워넣는 것.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 대부분의 실험자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쳐다본 후 그 사진을 고르게 된다. 이 여자가 가장 매력있어요, 이 남자가 끌려요. 그 사진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채 말이다.
결국 인간이란 자신과 닮은 대상에게 홀리게 되어 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자기가 사랑에 빠졌던 대상을 살펴보아라. 내 남편이 문어처럼 생겼다고 ? 내 아내가 곰처럼 생겼다고 ?! 맙소사, 그것은 당신이 문어나 곰처럼 생겼다는 명확한 증거다. 우리는 많이 보았던 얼굴'을 친숙하고 편한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과 닮은 이성'을 보면 한눈에 반하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어쩌면 전이'인지도 모른다. < 나 > 에서 < 나를 닮은 이성 > 으로의 전이' 말이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전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돈 많은 추남과 미녀의 결합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은 사랑의 전이'가 맺은 결실이 아니라 이해득실에 따른 밀실 야합'이다. 심장의 선택이 아닌 머리'로 맺은 언약식이다.
이 시대에 프로이트'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벨 문학상은 개나 줘라. 노벨상 수상 목록이나 기웃거리며 수상작이나 골라서 읽는다고 당신의 문장력이 좋아질 리는 없다.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를 읽어라. 나는 좋은 명탐정이 되기 위해서 프로이트를 읽었다.
http://myperu.blog.me/20128585529 식스센스 : 전이와 역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