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은 둥글고 작다. 공의 지름은 약 7cm이고 방망이의 지름도 7cm. 안타란 공의 중심과 방망이의 중심이 만날 때 발생하게 되는 물리적 변화이다. 그렇다면 지름이7cm인 방망이와 지름이 7cm’인 공이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다 안타가 될까 ? 그건 아니다. 방망이가 야구공 위쪽을 때리거나 아래쪽을 때리면 땅볼이나 높이 뜬 볼이 된다. 방망이로 공을 때렸다고 해도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간 공 중 7,80%는 아웃이다. 다 잘못 맞은 것이다. 안타란 두 개의 중심이 정확하게 만나야 한다. 안타가 될 수 있는 충분 조건, 바로 1cm 영역 안에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1cm 두께의 검정 유성펜으로 방망이 중심에 선을 긋고 빨간 유성펜으로는야구공 중심에 선을 그었다고 가정하자. 안타란 검은 선과 빨간 선이 만날 때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A급 투수가 공을 던지면 평균 150km’ 속도로 날아간다. 그러니깐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0.5초 이내에 포수 글러브에 도착하는 것이다.

, 공이 날아오고 있다고 치자. 가까이 올수록 눈에 익는다. 공이 포수 근처에 오자 비로소 공의 구질을 간파한 타자는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지만 백이면 백 헛 스윙을 당하고 만다.당신은 이미 공은 포수의 글러브 안에 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방망이를휘두르는 한물간 타자를 보게 될 것이다. 타율이 좋은 타자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지 0.25초 안에 공이 어느 지점으로 떨어질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직구인가, 커브인가? 슬라이더, 스크루볼, 너클, 싱커, 스핏? , 간단하다. 0.25초 안에 일곱 경우 중 하나를 간파하면 된다.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낙차. 지금 날아오는 공은 분명 포수 근처에 오면 뚝 떨어질 것이다. 그걸 예측하면 된다. 간단하다. 그 다음은 좌우폭이다. 저 공은 분명 왼쪽으로 5도 각도로 휘어져 들어올 것이다. 마치... 내 페니스의 휘어진 각도와 비슷하군. 좋아,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자고. 그리고는 x y좌표가 만나는 지점을 설정한 후 허공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이 모든 생각을 0.25초안에 생각해야 한다. 커피도 마시면서 !

결론은 이렇다 : 150km로 날아오는 공을 0.25초 만에 위치를 간파하여 방망이 중심을 야구공 중심에 맞히면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150km’ 속도로 날아오는 유리구슬을 연필로 휘둘러서 정확히 맞추는 꼴이다. 가능한가? 엄밀히 말하면 야구는 말이 되지 않는 경기다. 그러니깐 안타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안타는 비정상적인 놈이 우연히 휘둘렀다가 안타를 때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안타는 실패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한 마디로 야구란 그지깽깽이 같은 스포츠다. 나는 그런 야구를 좋아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러브레터'까지.

 

야구라는 스포츠는 묘하게멜로 드라마를 닮았다. 보통 3할 타자는 좋은 타자의 기준이다. 3할이란 10번 타석에 나가서 3번 성공하고 7번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타자와 투수와의 싸움에서 타자는3 7의 성적을 올리는 꼴이다. 겨우 세 번 이긴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자라면 연봉 30억은 된다. 그것이 바로 3할의 진실이다. 실패, 실패, 실패, 또 실패 다음에 성공이다. 말 그대로 야구는 실패를 좋게 대우하는 스포츠다. 맬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맬로 영화를 찍는 감독은 두 남녀에게 자주 실패할 것을 권한다. 그들이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감독은 좋아서 미친다.

멜로 영화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수록 좋은 서사가 나온다. 김영하는 멜로를 어긋남의 서사라고 정의한 후, 시니컬하게 오다가다/가다오다 다 만나면 그건 텔레토비지 멜로가 아니라고 말한다. 명쾌한 해석이다. 왕가위의< 중경삼림 > < 타락천사 > 는 만날 듯, 만날 듯, 만날 듯하다가 만나지 못해서 관객들에게 염불을 선사하는 영화. 그렇다, 멜로란 길이 어긋나고, 혹은 오해 때문에 헤어져 만나지 못하거나, 천생 배필을 앞에 두고도 알지 못하거나, 또는 그 빌어먹을 시간 때문에 주인공보다 항상 간발의 차이로 일찍 떠나는 (개같은) 공항 비행기가 등장하는 장르. 얄밉게도 머리 위로 보이는 그 비행기가 그 비행기다. 소갈머리 없기로 유명한 유인촌이 멜로의 주인공이었다면, 뛰고 또 뛰라는 감독의 주문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찍지 마, 찍지 마! 승질 뻗쳐서 증말 !”

교통 상황은어떤가 ?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고백을 하겠다는데 그날따라 도로는 지랄이 풍년이다. 정말...... 동정 없는 세상이다. 어머니의 말을 빌리면 참 싸가지 없는 도로. 어찌 되었든, 그들은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해서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딱 한 번은 운명적으로 성공한다.두오모 성당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주유소 혹은 전철 안에서 다시 만난다. 드디어, 만난 것이다. 만날 듯, 만날 듯하다가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드디어 만난 것이다. 그것은 허공을 향해 생각없이 휘두른 방망이와 허공을 향해 생각없이 던진 공이 우연찮게 정확하게 만나는 것이다.

로맨틱 멜로 영화 < 네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 연애야구학 개론으로 풀자면 < 네 번의 헛 스윙과 한 번의 안타 > 정도 되겠다.이 영화에서 장례식이 뜻하는 것은 자신의 짝을 앞에 두고도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 있으나 보지 못한 것과 같다. 남자와 여자는 장례식에서 네 번 만나지만 상대방이 자기 미래의 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만났으나 만나지 못한 것이요,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네 번의 실패 끝에 한 번 성공하는 것이다. 이렇듯 실패란 당신에게 나쁜 결과만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해리와 샐리가 만나서 백년해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복되는 실패 때문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또 헤어졌지만, 될 놈들은 만나게 되어 있다. 그 장소가 두오모 성당이건, 피카디리 극장 앞이건, 해안가 레스토랑이건, 주유소이건 말이다. 그때 비로소 연인은 모든 것을 용서하리라. 얄밉게 머리 위에 떠서 날던 대한항공 747과 그날따라 교통 사고를 낸 아반떼서울 라 3021의 운전자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

 

인생은 한 방이야! ”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채플린 같은 사람은 절대 인생은 한 방이야,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보게, 젊은이 ! 한 방 때문에 성공한 사람은 한의사 밖에 없다네. 그런데 만날 한 방, 한 방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보다 더 한심한 사람은 누구인지 아나? 바로 내 조크에 웃지 않는 사람이라네. 한방 때문에 성공한 사람은 한의사요, 라고 말할 때 웃음이 한 방 터져야 하거든. 명심하게 ! 성공한 사람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세. 허허허. 오호츠크해 돌고래, 오감보쉼빠빠는 슈풍크 오빠야. 이봐! 목석 같은 자네. 이 문장을해석하려고 하지 말게나. 오호츠크해 돌고래가 왜 웃긴 놈인지에 대해서 해석하지 말란 말일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 인생은 한 방 >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허풍을 믿고 싶다. 한 방 때문에 인생 망친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이 말에는 어떤 간절함이 있다. 이 말은 수없이 되풀이되는 실패에 대한 자기 변명이 되겠지만 그래도 믿으련다. 인생은 구 회 말 투 아웃부터다. 닝기미. 조또. 4타수 무 안타면 어떠랴. 멋지게 재기하리라. 네 번 다 사랑에 실패하면 어떠랴.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이 어디선가 쥐새끼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 150km로 날아오는 좌완 투수의 돌직구를 멋지게 때려서 중견수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만들리라. 우우 하던 관중을,와와 하게 만들 것이다. 그라운드를 느긋하게 뛰며 우레와 같은 함성에 취해보리라. 비록 3연속헛 스윙으로 물러난다 한들, 그게 어디 내 탓인가 ? ... 너희들 탓이다. 도대체 8번 타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말이다.

하여튼, 한 방 !

 

 

 

 

+ 번외 이야기

멜로드라마가 별/ 서사라면 에로영화와 포르노는 처음부터 통/ 하는 서사. 이들은 대부분 어긋남 없이 첫눈에 보고 반하고, 섹스를 한다. 누군가가 멜로와 에로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당당하게 말하라. 멜로는 세 번 만나고 세 번 헤어지는 서사이고, 에로는 세 번 만나고 세 번 하다가 헤어지는 서사이며, 포르노는 세 번 만나고 세 번 하다가 다시 세 번 더 하는 서사라고 말이다. 로멘틱과멜로가 하고 싶어도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하는 영화라면, 에로는 시작하자마자 하다가 끝에 가서는 질려서 배우가 하지 않는 장르이고, 포르노는 시작하자마자 하다가 끝에 가서는 질려서 관객이 외면하는 장르이다. 60분 풀 버전의 포르노 영화를 보고 싶은 부분만 찾아서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사람은 딱 두 부류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거나 혹은 안타깝게도 리모콘이 없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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