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 boy .

 

 

 

 

 

 

 

 

 

 

 

 

 

 

 

 

 

 

 

현대인은 편리한 것을 문화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불편한 것을 야만적인 것으로 규

정한다. 레비스트로스'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 너나 잘하세요 ! " 라고 말한 모양이다. 레비스트로스가 보기에 그러한 업신여김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 레비스트로스와 사르트르의 논쟁은 유명하다. 레비스트로스가 보기엔 인간은 역사의 의해 진보한다는 사르트로의 논리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원시사회'는 미개하다는 논리가 아닌가 ? 그래서 대판 싸운 모양이다. 싸움에 승패가 어디 있는가마는, 그래도 상처 입은 사람은 사르트르인 것 같다. ) 그는 < 야생의 사고 > 와 < 신화학 > 을 통해서 원시사회가 매우 치밀하게 짜여진 토템 사회'라는 것을 밝혀낸다.

 

레비스트로스는 " 오이디푸스 신화 " 를 설명하면서 근친상간과 수수께끼의 공통점은 서로 분리되어야 할 것들이 결합한 형태라고 말한다. 근친상간은 사회의 규범에 의하면 서로 분리된 채로 있어야 하는 것들의 결합이고, 수수께끼'는 결코 답이 연결되지 않는 물음'이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이다. 그러니깐 근친상간은 수수께끼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수수께끼'란 사실 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다. 우리가 수수께끼'를 우스갯거리'로 치부하는 이유는 질문과 답 모두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결코 짝이 아니다. 그런데 억지로 결합시키는 꼴이다. 그런데 신화의 기본 속성은 이렇게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의 결합이다. 예를 들면 나무 위의 새둥지를 보았더니 곰이 잠을 자고 있더라는 식이다. 엉뚱하다. 하지만 엉뚱하지 않다.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성적 사고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성적 사고에 길들어진 현대인에게 야생적 사고'도 함께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곁가지 없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어머니와 섹스를 한다면, 오대수는 자신의 딸과 섹스를 한다. 이 금기를 깨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오이디푸스는 아들/boy'이었을 때이고, 오대수는 아버지/old'였을 때이다. 영화 제목 < old / boy > 는 근친상간을 저지른 아버지와 근친상간을 저지른 아들'에 대한 은유라 할 만하다. 영화 올드보이'는 오이디푸스 번안근이다.  

 

개인적으로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여왕 이오카스테와 스핑크스의 관계이다. 우선 이우진의 정체는 무엇일까 ?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 말이다. 유지태는 소포클레스의 < 오이디푸스왕 > 에 나오는 스핑크스'를 닮았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최민식'이다. 유지태는 최민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 이보세요, 오대수 씨 ! 15년 동안 감금된 이유에 앞서 15년 만에 풀어준 이유가 더 궁금하지 않습니까 ? " 그는 끊임없이 오대수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마치 길손들 앞을 막고는 " 아침에는 네 개의 발로, 점심에는 두 개의 발로, 그리고 저녁에는 세 개의 발로 걸어다니는 짐승은 무엇인가요 ? " 라고 묻는 친절한 스핑크스 씨'처럼 말이다.

 

스핑크스의 어원은 괄약근'이다. 똥구멍 괴물'이다. asshole ! 이다. 별별 괴물은 다 들어봤어도 똥구멍 괴물'은 처음 들어보았을 것이다. 똥구멍을 살짝 먹물 꼰대 언어'로 바꾸자. 그렇다. 항문이다. 여기에 일정한 기간을 의미하는 " ~기 " 가 합쳐지면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 항문기 > 가 된다. " 항문기 " 란 무엇인가 ? 똥을 눌 때 쾌락을 얻는 단계로 주로 언어'를 배우기 전인, 사회화 전 단계인 꼬마를 말한다. 이때 똥구멍과 가장 밀접한 주변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엄마'다. 엄마는 아이'의 똥구멍을 관장한다. 엄마는 배변 습관, 청결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엄마는 말한다. " 이제부터 너의 똥구멍은 엄마가 감시한다. 똥 누면 잘 닦어 ! 소처럼 엉덩이에 똥딱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엉덩짝을 차 버릴 테니깐 ! 알았니 ? " 스핑크스의 주체는 바로 엄마, The Mother 이다. < 스핑크스 = 엄마 > 다.

 

지나친 해석이 아니다. 엉뚱한 해석이 아니다. 소포클레스의 < 오이디푸스 왕 > 을 보면 오이디푸스의 엄마인 이오카스테 여왕'은 스핑크스는 같은 운명을 가진 도플갱어'처럼 보인다. 둘은 모두 아들 오이디푸스의 " 근친상간 " 이 실패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계획을 세운다. 아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둘 다 자살을 선택한다. ( 엄마인 이오카스테는 스핑크스'로 변신하여 아들의 신탁을 막으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자살을 한다. ) 이우진은 아이를 돌보는 엄마처럼 최민식을 보살핀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준다. 또한 그는 최민식에게 수수께끼'를 던지는 인물이다. 이 운명의 싱크로'는 비극적 결말에서도 동일하다. 아들인 최민식이 모든 비밀을 알자 그는 비로소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다.

 

1. 영화에서는 이우진과 이수아'는 남매'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 이 두 인물은 한 사람'이다. 학교 과학실에서 남매가 섹스를 할 때 수진은 자신의 거울을 보며 즐기는데 이 장면은 명백한 나르시즘'을 뜻한다. 거울보다 명징한 나르시즘의 상징적 오브제가 어디에 있는가. 나르시즘은 곧 셀프 퍽, 자위'로 이어진다. 최민식이 바라본 것은 남매의 섹스가 아니라 엄마의 자위'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자위 행위를 들킨다. 이수아가 오이디푸스의 엄마인 이오카스테라면, 이우진은 이오카스테의 하수인인 스핑크스가 된다. 그녀의 이름 수아'는 秀我'다.

 

2. 스핑크스 질문에 대한 도발적 해석 : 아침에는 다리가 네 개이고, 점심에는 다리가 두 개이며, 저녁에는 세 개인 짐승은 ? 정답은 인간이다. 여기서 저녁은 인간의 늙음을 의미하며 다리가 세 개인 이유는 지팡이에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이 신화적 해법이 영 못마땅하다. 아침은 구순기이고, 점심은 항문기이며, 저녁은 남근기이다. 저녁에 다리가 세 개인 이유는 남근의 발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가 이 질문의 정답을 알았다는 사실은 이미 오이디푸스가 아이를 떠나서 남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의 페니스는 이제 단단해졌다.

 

다소 어렵겠지만 < 항문기 > 로 돌아오자. 프로이트는 성욕의 발달 과정을 구순기 - 항문기 - 남근기'로 구별하였다. 항문기는 언어를 습득하기 전까지의 단계를 의미한다. 언어를 배우는 순간 아이는 똥을 쌀 때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그런 천박한 시기를 떠나 본격적으로 사회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아이가 사회로 진입하였다는 명징한 징후인 것이다. 영화 < 올드 보이 > 에서 최민식은 스스로 혀/tongue'를 자른다. 여기서 tongue'는 혀'라는 신체 부위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 언어 " 라는 뜻도 내표하고 있다. 결국 최민식이 혀를 자른다는 것은 언어'를 거부하겠다는 태도이다. 이처럼 언어'를 거부한다는 것은 그가 영원히 항문기 이후의 과정으로 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것.

 

여기서 남근기란 성기 중심의 쾌락을 의미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남근기 때 시작된다고 한다. 최민식이 남근기를 거부하고 항문기에 머무른다는 사실은 결국 영원한 오이디푸스 금지'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영화 < 올드보이 > 는 생각보다 풍부한 텍스트를 보여준다. 흥미, 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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