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와 그 적들. 

 

 

 

 

 

 

 

 

 

 

 

 

 

 

현대인은 편리한 것을 문화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불편한 것은 곧 야만스러운 것으로 정의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울리히 벡'은 기술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현대 문명 사회'가 역설적으로 불완전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좋은 예'가 전기 공급의 차단이다. 만약에 문명 도시에 전기 공급이 한 달 간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것이다. 당장 물을 퍼올리는 펌프가 멈추게 되면 지하철에 물이 넘치게 된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의 화장실은 어떻게 될까 ? 똥이 둥둥 떠다닐 것이다. 그 아비규환의 세계'를 주제 사마라구는 < 눈 먼 자들의 도시 > 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바'가 있다. 초고층 빌딩은 현대 최첨단 기술의 총합이지만 그 총합의 부피만큼 재난의 사이즈도 거대해진다. 초가집이 불타면 지붕만 타지만 타워가 불타면 모두가 죽는다. 울리히 벡'은 이러한 기술 사회'를 경계해야 된다고 말한다. 방법은 딱히 없다. 편리함을 조심씩 버리고 불편함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서의 필독서다. 일독을 권한다.

 

 

 


 

 

 다이하드.

 

 

 

<나카토미 빌딩’> 은 하이테크 신기술로 지어진 일종의 <바벨탑> 이다. 방재와 보안이 완벽한 빌딩은 오히려 그 이유로 인하여 경찰의 빌딩 내 투입이 거부된다. 완벽한 보안 경비 시스템이 오히려 재앙을 부른 꼴이다. 만약에 이 영화의 무대가 지은 지 50년이 지난 재개발 은마 아파트에서 벌어졌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쉽게 소탕되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보안 시스템은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존 맥클레인 형사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디지털 장비가 아닌 아날로그 장비때문이었다.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권총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니며, 위치추적장치도 아니고, 목소리인식시스템도 아니다. 그것은 낡은 <무전기> 였다. 이영화는 일종의 무기판 <다윗과골리앗의싸움>이다. 첨단 무기 대 한물간 무전기의 격돌인 셈이다.

존 맥클레인 형사에게 있어서 이 무전기는 일종의 검은 안락의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때 눕던 그 환자용 안락의자 말이다. 그는 끊임없이 밖의 수호천사와 소통을 함으로써 외로움을 견디며 자신의 상실을 치유한다. ( 빌딩 밖에서 순찰을 하던 흑인 형사는 백인 형사의 멘토이자 멘티이다. 그들은 모두간댕거리는자지를소유한 거세 직전의 불쌍한 형사들이다. 흑인 형사 알 파웰은 실수로 13살 소년을 쏘아 죽인 후, 더 이상 권총/페니스를 발사/사정하지 못한다. 그 또한 거세 직전의 형사다 ! 이들 짝패는 서로의 멘토와 멘티가 되어서 서로를 위로한다. 사실 존과 홀리의 화해의 포옹보다는 존과 알의 포옹이 더 감동적이다. )

무전기라는 상징성이 말하듯, 존 맥클레인 형사5,60년대 포드주의에 대한 향수를 대표하는 노동자 인물이다. ( 그는 오로지 육체의 힘으로만 상대를 제압한다. ) 이 영화는 자본과 기술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반영된 작품이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기술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재앙의 리스크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고층 빌딩일수록 화재에 인한 재난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단독주택 화재와 63빌딩에서의 화재를 떠올려 보라. 디지털 시대도 마찬가지다. 해킹에 의한 금융 전산망과 기계 오작동은 자칫하면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다. 이제는전기가 며칠만 끊겨도 국가 전체가 멈추게 된다. 사람들은 더위나 추위에 죽을 것이고, 냉장고는 음식들의 시체보관소가 될 것이며, 하루 종일 물을 끌어올리는 지하 펌프가 멈추면 지하철은 물바다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나카토미 빌딩처럼 보다 완벽한 방재와 보안 시스템이 최악의 조건을 만들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은 위험을 증가시킬 뿐이다. 오히려 가장 안전한 것은 디지털이 아니라 똑딱이 버튼이 달린 아날로그. 더 나아가 맨손이다, 맨발이다. 어쩌면 인류의 희망은 아이폰 따위의 기술이 아니라 존 맥클레인 형사의 씩씩한 맨발처럼, 단순한 자전거가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사람들은 <아이폰>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나는 사람들이 그런 소릴 할 때마다 나의 페니스보다는 2배 작은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엿먹어라, 를 외치고 싶다.클린턴이 부시에게멍청아, 문제는 경제야! “라고 말했던 것처럼,나 또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멍청아, 문제는 하이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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