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드라이브 마이 카 : 알라딘 단독 리패키지 한정판 (2disc) - 풀슬립아웃박스/엘리트 투명 더블 케이스+스페셜 북(36p)+포토카드 4종 세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니시지마 히데토시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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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의 차를 운전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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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ㅡ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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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의 핵심은 " 나 " 였다( : 과거형임을 명심하라).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_라고 선언한 이후, 서구 철학은 < 나 > 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 그 유명한 데카르트의 코기토(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자기 중심 철학의 타노스였다. 하지만 < 나 > 라는 주체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증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니체는 " 주체는 주어진 것이 아니다. 만들어져 첨가된 것, 그 뒤에 숨겨진 것이며, 그 본질은 허구로 정신도, 이성도, 사고도, 의식도, 영혼도, 의지도, 진리도 없다. 이들은 모두 쓸모없는 허구다 "라고 말했다. 니체는 망치를 들고 서양 정통 철학에서 그토록 예찬했던 주체를 과격하게 때려부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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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 는 데카르트의 코키토에서 배제된 타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목 " 드라이브 마이 카 " 에서 생략된 것은 who 다. 누가 나의 차를 운전하는가 ? 이 영화에서 빨간 자동차는 가후쿠의 도플갱어다. " 빨간 차 = 가후쿠 " 다. 그렇다면 낯선 이( 미사키)에게 내 차의 운전대를 맡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 그것은 타자성의 윤리1)를 강조하는 철학자 임마누엘 레비나스가 강조하는 타자 - 되기'다. ‘나’라는 중심을 비워내고 온전히 타자가 되어봄으로써 새로운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역지사지의 태도가 타자 되기'다. 가수 김건모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 "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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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쿠는 분신( 그 잡채)인 차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맡김으로써 타자 - 되기를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그는 죽은 아내를 용서하기로 마음 먹는다. 남의 말을 경청(듣기)하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아니 첫 번째 관문이 아니라 알파와 오메가 그 잡채다. 그래서 가후쿠는 차 안에서 반복적으로 죽은 아내가 녹음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는 타자의 말을 듣고, 듣고, 또 듣는다. " 듣기 " 는 연극 워크숍에서도 지겹도록 반복된다. 연극에 참여한 배우들은 대본 읽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서로 언어(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심지어 수화까지)가 다르지만 타인의 목소리에 몰입하다 보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감정적 교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언어 없이도 소통은 가능하다. 대화에서 표정은 최초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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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밝혔듯이 언어의 장벽은 작고 사소한 차이일 뿐이다. 이 영화를 한층 신비롭고 다층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는 가후쿠의 아내 오토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오토는 시나리오 작가로 섹스를 통해서만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 이야기 " 는 남자와의 섹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녀는 이야기를 임신하고 이야기를 출산한다( : 오래 전 아이를 잃은 이후,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다). 이 설정은 그녀가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생산(출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임신한 이야기의 절반은 남성 타자의 몫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오토의 이야기는 그녀가 생산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남성이 만들어 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레비나스의 타자성 개념이 여성성을 출발점으로 해서 추구되었다는 점에 매우 의미심장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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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쿠의 타자 - 되기 체험은 두 여자인 오토와 미사키를 통해 경험되어진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오토가 두 남성( : 남편과 다른 남자)을 통해 만들어 낸 이야기는 무엇일까 ? 그녀가 만들어 낸 것은 " 전생에 칠성장어였던 소녀 " 이야기다. 다음과 같다. 전생에 자신이 칠성장어였다고 믿는 소녀는 같은 반 남학생을 짝사랑 한다. 소녀는 몰래 소년이 사는 집에 침입하여 자신이 사용하던 탐폰이나 팬티를 벗어 옷장 속에 숨겨 놓기도 하고 소년의 침대 위에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하루키스럽지요잉?). 이때 소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년일까, 소년의 아버지일까, 아니면 소년의 어머니일까 ? ㅡ 여기까지는 오토가 남편과 섹스를 통해 임신한 이야기의 전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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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쿠는 이야기 속 소녀는 아내이고 소년은 자신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가후쿠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장면과 소년의 집에서 소녀의 자위를 훔쳐보는 소년의 이야기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의 외도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이 사실을 모른 척한다. 용서할 수 없는 분노가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내의 외도를 외면한 것이다. 다음은 그녀가 다른 남성과 섹스를 통해 잉태한 이야기다( : 불륜남은 차 안에서 남편 가후쿠에게 자신이 그녀와의 잠자리를 통해서 듣게 된 이야기 후반부를 들려준다). 소녀의 자위 행위를 훔쳐본 자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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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자위를 훔쳐보고 있던 사람은 소년이나 소년의 가족이 아니라 도둑이었다. 도둑이 그녀를 강간하려하자 소녀는 연필로 도둑의 오른쪽 눈을 찔러 죽인다. 시체를 방에 두고 황급히 소년의 집에서 빠져나온 소녀. 다음날, 소녀는 살인 고백을 하려 하지만 소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녀를 대한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 만약에 소년이 정말로 모르고 있다면 살인은 소녀의 환상이었을까 ? 전반부가 가후쿠와 오토가 합작한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불륜남과 오토가 합작한 이야기'다. 남편인 가후쿠는 전반부 이야기에서 소녀가 사랑한 소년이 자신이라고 믿었지만 후반부 이야기에서 소녀가 사랑한 소년은 자신이 아니라 불륜남이라는 사실을 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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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소녀를 강간하려고 했던 도둑이 가후쿠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가후쿠는 의사로부터 왼쪽 눈에 녹내장이 진행 중이어서 차후에 실명이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데 오토가 만든 후반부 이야기에서 도둑은 가후쿠와 마찬가지로 왼쪽 눈을 찔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토의 이야기에서 전반부와 후반부가 상이하게 다른 이유는 그녀가 접촉하는 타자의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후쿠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내도 자신 못지 않게 남편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의 외면은 아내의 외도와 같은 강도의 고통이라는 사실. 남편은 비로소 죽은 아내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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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라는 감정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명이라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입장 바꿔 타자가 되어 보기. 타자성의 윤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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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체성의 반대 개념이 타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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