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핵심은 " 먼 곳 " 이다. 김추자는 위스키와 말보로 레드로 숙성시킨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지 않았던가. 님은 먼 곳에 있다고, 영원히 먼 곳에 있다고 말이다. 이 기본 설정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멜로는 멜로가 아니라 메로나다. 예를 들어 봉천동에 사는 남자와 바로 옆 동네인 신림동에 사는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다. 무릎 나온 츄리닝 입은 봉천동 남자가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이제 막 목욕탕을 나온 신림동 여자와 우연히 재회한다면 ? 참.... 애틋하시겠다. 애틋혀.
사는 바닥이 좁아서 오고 가다 자주 만나면 그것은 텔레토비요, 갑돌이갑순이새마을농어촌문예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토비는 얼라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니들이 사랑을 알어 ?? 텔레토비가 꼬꼬마들이나 보는 방송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시야를 확장시켜야 한다. 멜로의 격정적 서정은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 그것이 멜로의 공식이다. 그래야 두 남녀 간에 < 거리감 > 가 생기니까. 거리감 때문에 헤어지고(여기에는 심리적 거리감도 포함된다), 거리감 때문에 그리워하다가, 그 아득한 거리감 때문에 다시 만난다. 이 거리감이 멜로의 이야깃거리이다.
노라 애프런 감독이 연출한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머무는 거주지가 각각 시애틀과 뉴욕이라는 설정(시애틀과 뉴욕은 극과 극에 위치한다. 거리가 3875km) 또한 멜로와 거리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멜로의 원형은 단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저승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먼 거리가 어디 있을까. 반면에 봉천동 남자와 옆 동네 신림동 여자의 운명적 격정 멜로는 좀 우습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있어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갈라파고스 ? 남극 ?? 우리에게 가장 먼 곳은 북한이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북한은 달나라보다 먼 나라다. 2019년에 방영된 명랑멜로코믹드라마 << 사랑의 불시착 >> 은 남한 여성과 북한 남성의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다. 제작진은 " 멜로 = 거리 " 라는 공식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갈 수 없는 나라에 사는 남녀가 사랑을 한다 ? 이 설정에서 출발한 장거리 연애는 현실성 없는 만화적 상상력(웹툰의 서사)을 더해 무리없이, 뜨겁게 녹여내는 데 성공한다. 현빈과 손예진의 앙증맞은 연기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조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북한 동네 에미나이와 군부대 간나새끼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현빈 - 손예진의 알콩달콩만큼 알콩달콩하다.
특히 도덕 없는 남조선 에미나이 손예진의 호박씨 까는 연기와 북조선 간나새끼 표치수의 후라이 까는 전쟁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입말의 장관이다. 이 드라마는 한심할 정도로 상투적이기는 하나 바로 그 맛이 이 드라마를 살렸다. 불량식품은 저렴한 맛으로 보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