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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때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도시 건축(?)을 전공했는데 하는 일은 조명이었다. 실내 조명이 아니라 실외 건물 조명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는 거리 가로등 설치하는구나 _ 라고 생각 없이 말했다가 친구가 지랄지랄지랄지랄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하는 일은 건물 외관을 고급스럽게 조명하는 일. 주로 유적지나 고급 건축물을 대상으로 작업을 한다고.
 

이 친구와 함께 경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경주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지금의 경주는 내가 수학여행 때 갔던 경주가 아니었다. 돌무덤 쌓은 구닥다리 유적지가 아니라 빛이라는 이름의 붓으로 도시 전체를 색칠한 도시로 바뀌어 있었다. 친구는 찬란하게 수놓은 경주의 야경을 보며 말했다. " 이게 내가 하는 일이다, 쨔샤 ~ " 그는 경주야말로 도시 조명 설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도시라고 말했다. 친구의 일장 연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간판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번화가에 다닥다닥 붙은 간판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정부가 규제를 안 한다 _ 고 투덜대자 친구는 이때다 싶었는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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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 간판 1



서울 거리 간판 2



서울 거리 간판 3


" 친구여, 내 말 잘 들어봐봐봐봐봐봐. 인간은 자신의 모국어를 보면 뇌에서는 그것을 정보로 받아들여. 그래서 너는 명동의 밤거리에 다닥다닥 붙은 간판을 보면 너의 뇌는 정보를 입력하고 처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하지만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이 서울 밤거리를 수놓은 간판을 본다면 ? 해외 여행객들은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정보로 처리하지 않고 그림 이미지로 받아들여. 그러니까 외국인 눈에는 온갖 다양한 색깔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더군다나 한국 간판은 크기 제한 없이 건물 벽 멐체에 다닥다닥 붙어 있잖아. 그래서 외국인 눈에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그래피티 아트처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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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체가 바스키아 작품 같다니까. 반면에 너의 눈에는 빌보드 간판처럼 보여서 시각 공해의 주범이 되는거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때론 모르는 게 힘이야. " 친구의 말에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아, 하고 나서 뒤늦게 무릎 탁, 치면 어색하니까. 문득, 진실의 문제는 간판의 딜레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때로는 무지가 아름다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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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1. 그는 끝으로 이런 말도 남겼다. " 요즘 한류 때문에 명동 거리 간판이 죄다 영어로 바뀌더라. 이거 굉장히 멍청한 짓이야. 해외 여행객들에게 영어는 그림이 아니라 정보거든. 그러다 보니 여행 와서 스트레스를 받지. 나 같은 전문가가 서울 도시 행정에 대해 자문을 한다면 간판의 영어 사용을 규제했을 거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긴 하나.... 과하면 질린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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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의 거리 간판 1,2,3 중에서 가장 근사해 보이는 사진은 ? 한국인이라면 3번 간판 풍경을 선택할 것이다. 왜 ? 한국인에게는 한자와 영어 간판이 정보보다는 그림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곳은 명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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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주의 한 식당에서 친구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하얀 사기 그릇에 하얀 동치미가 둥둥 뜬 동치미 국물이었다. 이 친구는 한식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는 동치미국물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 와, 아름답다. 요리가 온통 하얀데 질감이 크리미하지 않고 투명하잖아. 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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