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달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미야자와 리에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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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여자







가끔 배우 한 명이 관객 멱살을 하드캐리해서 끌고 가는 영화가 있다. 배우 전도연이 이 진상 짓을 잘한다. 감독 필요 없어요, 연출 필요 없어요, 조연 필요 없어요. 내가 멱살 잡고 끌고 갈게요. 난, 소중하니까. 히힝. 이런 경우는 답 없다. 감독은 괄약근 풀고 배우가 하는 짓을 너그럽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는. << 종이달 >> 의 미야자와 리에도 그런 경우다. 상투적으로 말하자면 혼신의 힘을 발휘한 필생의 연기라고나 할까. " 간바레, 미야자와 리에 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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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인공 리카(미야자와 리에 분)는 10년 차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은행에서 경단녀 우대라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한 계약직 직원이다. 그녀는 주로 노년층 고객 편의를 위해 가정 방문하여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을 담당이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자신이 맡은 업무에 충실할 뿐이다. 직업에 대한 성취욕은 없다. 그녀는 20년이 넘는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직장 선배(고바야시 사토미 분)의 별 볼 일 없는 직장 생활을 보면 자신의 미래를 본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좋아도 여자에게는 승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나이가 들면 한직으로 밀려나 퇴사 압박을 받는다는 사실. 이때 리카 앞에 나타난 것은 잘생긴 20대 대학생 청년이다. 모든 욕망을 거세한 채 살았던 그녀 앞에 나타는 청년과 보낸 뜨밤은 상상하지도 못한 결말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무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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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의 티라면 무미건조한 삶에 딱성냥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불싸지르는 청년 역을 담당한 배우가 매력이 없기는 하나( : 내가 보기에는 매력이 1도 없다) 그 모든 것은 미야자와 리에가 커버한다. 그녀는 애인과의 호화스러운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불행은 시작한다. 최고급 호텔에서 3박 4일 휴가를 보내는가 하면, 애인에게 명품 시계 필립파텍을 선물하기도 한다. 함께 살 집도 장만한다. 이 모든 돈은 고객의 돈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 젊은 청년과 바람난 유부녀가 벌인 은행 공금 횡령 사건 "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간단한 한 줄 요약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오묘한 지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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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증식한다. 자신의 욕망이 불온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통을 끊고 싶지만 욕망이란 아메바 몸통과 같아서 끊겨진다기보다는 새로운 개체로 증식한다. 남편에게서는 채울 수 없는 육체적 욕망은 젊은 애인과의 불륜으로 채우는 것에 만족하다가 이내 금전적 욕망으로 채우게 된다. 하지만 훔친 돈으로 재현한 욕망들은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미야자와 리에는 리카의 열성적이며 극성적인 불온을 연기하지만 우아하며 단호하다. 막나가는 여자 캐릭터이지만 우아하다. 다시 말해서 리카라는 캐릭터는 우아하지만 막나간다. 관객은 이 지점에서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이 재수없는 여자를 응원하게 된다. 그녀각 은행 통유리를 깨고 도망칠 때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외쳤다. " 리카, 뛰엇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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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치, 치치치치치명적인 매력이다. 뜨거울 때 공허한 표정으로 열기를 식힐 줄 아는 배우와 불성실하고 불쾌할 수 있는 캐릭터를 관객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연출한 감독의 힘이다. 욕망과 생활이 충돌할 때 발생하게 되는 좌절을 감독은 탁월한 연출력으로 재현하고 있다. 무기력한 진짜 생활을 가짜 욕망이 집어삼킨다고 해서 무기력한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이란 아메바의 몸뚱이와 같아서 버려진 잘린 몸뚱이에서 머리가 자라고 꼬리가 자라서 되돌아온다. 진짜는 가짜를 이길 수 있지만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다. 욕망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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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 종이 달 " 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가짜 달이 그려진 배경 앞에서 찍었다 하여 생겨난 표현으로 행복했던 한 때를 의미한다고 한다.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종이 화폐로 대표되는 가짜 욕망과 사진관에 걸린 종이 달로 대표되는 진짜 행복. 가짜 욕망으로는 진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 진짜 달과 종이 달의 차이는 빛의 유무일 것이다. 빛이 없는 허영(가짜)은 음영(그림자)조차 만들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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