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작별 인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표현은 " 다녀오다(갔다가 오다) ! " 다. GO AND COME BACK ! 발화자가 학생인 경우는 학교 갔다가 집에 오겠다는 약속이고, 직장인 경우는 직장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갔다가 집으로 오겠다고 다짐을 말하는 표현이다.
가만 듣다 보면 " 다녀오다 " 는 단어는 매우 숭고한 낱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발화자는 수신자에게 " 나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곁으로 돌아올거야 " 라는 약속을 당신에게 하고 떠나는 것이다. 작별이기는 하나 동시에 작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작별인데 작별하지 않겠다니. 이 얼마나 멜랑꼴리하며 달콤한 속삭임인가. 이 낭만적 다짐을 날마다 약속한다. 한국인은 사랑에 대한 표현이 서툴다고 말하자면 사랑한다는 표현보다 다녀오다는 표현이 더 비장하고 웅장하다. 애정의 깊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의 깊이다. 서사의 깊이로 따지자면 사랑한다는 형이하학이고 다녀오다는 형이상학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어는 매우 정교하며 깊이 있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언어다. 내 비록 화장실에서 국어사전을 펼쳐 읽으며 한글 공부를 하지만 읽을수록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 안녕하세요 >> 로 기억한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오후 늦게 집에 온 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다녀왔습니다 _ 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다( :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도 아이가 집에 왔을 때 부모는 잠시 외출을 했던 모양이다). 인사란 인사를 하는 사람과 인사를 받는 사람이 있을 때 발생하기에 아이의 다녀왔습니다_ 라는 인삿말은 하나 마나 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대사의 효율성만 놓고 따지자면 이 장면은 쓸모없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오즈 야스지로는 왜 이 장면을 삽입했을까 ? 숭고하기 때문이다. 朝花夕拾(조화석습)이란 루쉰의 산문 제목이 있다. 아침에 떨어진 꽃을 저녁에 줍는다는 뜻이다. 오즈의 아이는 아침에 떨어진 꽃을 저녁에 줍는 마음으로 아침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와 인사를 한다. 다녀왔습니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