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이즈 감독이 연출한 블랙코미디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2014 >> 의 주인공 주식 브로커 조던 벨포트(실존 인물이다)는 영락없이 이희진을 닮았다. 감독은 사기꾼인 조던 벨포드라는 인물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 월가의 생태계에 집중한다. 이곳은 징글징글한 욕망의 정글이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조롱하고 싶었던 대상은 인물이 아니라 미국 월가의 생태계와 인간의 집단적 욕망이다. 황금만능과 신앙에 가까운 속물근성을 신랄하게 조롱하는 영화답게 영화는 온통 황금색(옐로)이다. 인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황금에 눈이 멀어 얼굴이 누렇게 떠 있다.
배우들의 약 빤 연기와 도파민 터지는 연출은 몰입도를 높인다. 나도 모르게 마틴과 레오의 브로맨스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스콜세이즈 영화 중 가장 웃긴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FBI 요원으로 나오는 배우 카일 챈들러의 착한 얼굴은 감동적이다. 욕망의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실존 인물 조던 벨포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 가짜 주식을 팔던 벨포드는 출소 후 동기부여 강사가 되어 대중의 진짜 욕망을 팔며 다시 활활 비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몰락을 상품(월가의 늑대들에게 속지 않는 법)으로 판매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잉 ~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냐면 ㅡ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자기 계발 강사가 되어 청중 앞에서 동기부여라는 상품을 판다. 그 장면은 마치 복음주의 교회 부흥회 같다. 그는 양복 속주머니에서 볼펜 한 자루를 꺼내 강의 수강생에게 건네며 이렇게 묻는다. " 나에게 이 볼펜을 팔아 보세요. " 이를 바라보는 수강생들의 눈빛은 신앙인에 가깝다. 그가 양복 속(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볼펜 한 자루가 아니다. 욕망이다. 성공하고 싶은, 반짝반짝 빛나는, 동기부여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눈이 멀어 누렇게 뜬 그 욕망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