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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
제이슨 히켈 지음, 김승진 옮김, 홍기빈 해제 / 아를 / 2024년 7월
평점 :
가난한 사람은 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_ 라는 의문은 이미 오래된 질문이다. 서점에 가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분석한 책은 쌓이고 쌓였다. 이 현상은 특정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다. 대한민국도 예의는 아니다. OECD 노인 빈곤율 압도적 1위(40. 4% : 2위 라트비아는 25%)를 차지한 대한민국 고령층이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라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종의 반계급 투표인 셈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원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원전은 주로 경상도에 배치되어 있는데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경상도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일종의 계급투표 위반이다.
대한민국의 원전 정책을 보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연상케 한다. 수도권에는 왜 원전이 없을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위험하니까. 달리 말하자면 : 원전 사고가 나면 지방 사람들(부산,울산,경주,울진,영덕)도 위험하다. 목숨은 하나인데 그 목숨에 대한 귀천은 있다(수도권 시민은 지방 시민의 목숨보다 귀하다). 그렇다면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당연히 수도권이다.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위험 시설은 지방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그 혜택은 수도권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서울의 밤거리를 보라. 정작, 지방에서는 재정난을 이유로 도로의 밤 조명을 낮춰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도대체 원전 정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20세기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 열강은 황금알을 낳는 땅(식민지)에 군대와 무기를 투입하여 자원을 탈취했지만 지금은 군대 대신 개발 원조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국가에 머니(돈)를 빌려준다. 머니가 곧 무기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이 저개발 국가에 대한 개발 원조 자금이 무상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발 원조 자금은 상환 의무는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이자가 붙는다. 때론 원금보다 이자가 몇 배가 더 붙는 경우가 허,허허허허다하다. 전형적인 사채업자의 고리대금이다. 이것을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 개발기구가 담당한다. 사시미칼을 들고 돈거래를 하면 사채업이고 회색양복이 서류가방을 든 신사가 돈거래를 하면 개발 원조'다.
채무국은 채권국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국영화 기업을 민영화로 전환하라고 요구한다. 그다음은 노동 임금을 낮추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온갖 신자유주의 정책에 참여한다. 채권국이 채무국에게 가하는 내정 간섭이다. 예상 시나리오는 뻔하다.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어 국영 기업을 산다. 그리고 채무국의 저임금 정책은 채권국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한다. 서구 열강 입장에서 보면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굳이 군대와 무기를 동원하여 식민지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돈이 곧 무기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한스 로슬링 같은 데마고그( :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장사꾼 )는 부자 나라의 개발 원조로
가난한 나라의 극빈층이 중위 소득으로 상향 조정되었다며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구라를 치지만 본질은 빈곤과 불평등의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이슨 히켈은 << 격차 >> 라는 책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현재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좋은 책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불온한 책이라는 낙인이 찍힐 뿐이다. 오히려 나쁜 책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나쁜 쪽으로 ! 한스 로슬링의 << 팩트풀니스 >> 를 읽고 나면1) 우리는 어느새 신자유주의 자본가의 찬탈 행위를 세계의 구원으로 이해한다. 사시미칼을 버리고 회색 양복에 서류 가방을 든 사람들이 고리를 뜯는 일은 이제 원조, 구호,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있다. 97년 IMF 가 발생했을 때 세계은행이 대한민국에 요구했던 구조조정의 여파로 무수히 많은 한국인이 자살했던 기억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 격차 >> 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은행의 조건부 대출이 가진 기발한 점은 채권자에게 사실상 아무런 리스크를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계은행은 월가에 채권을 판매해 은행과 민간 투자자들이 글로벌 남부 국가들의 부채를 살 수 있게 한다. 이 ‘혁신적인 부채 상품innovative debt products’(세계은행은 이렇게 부른다)은 안전하면서(보통 트리플A 등급이다) 동시에 15%에까지 달하는 큰 수익을 준다. 세계은행은 어떻게 해서 고수익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었을까? 채무자에게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달도록 강제함으로써 세계은행은 채무국이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원천에서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 부채 상환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서 그 돈으로 부채를 갚으라고 채무국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실패 가능성이 없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채무국의 시장을 외국 투자자에게 개방하는 추가적인 이득도 있었다(격차, 히켈).
위의 ‘혁신적인 부채 상품 innovative debt products’ 이라는 표현을 정직하게 번역하자면 " 고리대금 사채업 상품 " 이다. 이 고리대금을 세계은행이 판매하고 있으니 세계은행이야말로 베니스의 상인인 셈이다. 샬록인가 ? 다윈은 << 비글호 항해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내가 자주 인용하는 문장이다.
1) << 팩트풀니스 >> 에서는 인구 증가 문제에 대해서 믿을 수 없는 주장을 한다. " 생존자(유아 사망률 감소 현상)가 늘어날수록 인구는 줄어듭니다아 ! " 이 문장을 읽고 나는 괴랄한 감탄사는 내뱉었다. " 뙇, 시베리아 오호츠크에서 고래끼리 싸우는데 독도새우 등 터지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 그의 주장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감소하면 아이들이 증가한다는 소리. 그는 현대인들이 아이들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하기 때문에 하나만 낳아 집중과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쌍팔련도 남조선 새마을 구호 같은 이 주장은 틀린 말이다. 아이들은 미래의 가임 인구'이므로 유아 사망률 감소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구 증가의 요인이다.
저자는 1960년대 이집트의 유아 사망률이 30%에서 오늘날은 2.3%로 낮아져서 이집트 부모들은 모든 자녀가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가족을 꾸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저자가 좋아하는 통계로 확인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누구냐 ? 찾아보았다. 2000년에 7천만 명이었던 이집트 인구는 2024년에 1억 600만 명으로 가파르게, 초고속으로, 졸라 빠르게 증가하였다. 한스 로슬링이여, 이것에 대해서는 뭐라 하실 겁니껴 ? 또 다른 증거도 있다. 나이지리아 유아 사망률은 1980년대 나이지리아 유아 사망률보다 1/3 줄었지만 출산율은 미친듯이 치솟았다. 최근 UN 통계에 의하면 2017년 1억 9100만 명이었던 인구는 앞으로 2100년이 되면 8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 현재 나이지리아 인구는 2억 2,915만 2,217명이다).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 진짜 주장 " 은 신자유주의 찬양이다. 부자 나라가 그동안 가난한 나라에게 많은 원조를 했기에 빈곤층은 감소했고, 불평등도 해소되었으며, 서구 중심의 개발 원조 정책이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ㅡ 주장.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다. "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순진한 시각을 버리고, 오늘날 최고의 투자 기회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를 주로 언급했지만, 요즘 인도가 성장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투자처를 미국, 한국에 국한하지 말자 (팩트풀니스, 361쪽) "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말 : 서구의 자본 사업가들이여 ! 저개발 국가인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하라 ! 국유화를 민영화로 만들고, 빈곤층 노동자에게 값싼 임금을 제공하고 자원을 헐값에 사들여라. 내 주장이 지나친 과대 망상이라고 ? 이 책에 대해 극단적 찬사를 쏟은 미국인 2명이 있다. 빌 게이츠는 모든 졸업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고, 오바마는 2018년에 읽은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한 명은 신자유주의 경제 권력의 우두머리이고, 다른 한 명은 정치 권력의 우두머리였다. 또한 빌 게이츠는 자선이라는 탈을 쓴 약탈자이고 오바마는 흑인의 탈을 쓴 백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