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블루레이] 지옥의 묵시록 : 한정판 독점 스틸북 렌티큘러 풀슬립 (6disc: 4K UHD + 2D) - 부클릿(36p)+엽서(5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말론 브란도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와서, 보라 !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면서 내린 결론은 " 무지의 폭력 " 이었습니다.  전쟁 범죄자 아이히만은 도덕성이 결여되었다기보다는 무지無知,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무지막지(無知莫知)한 괴물이 되었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내린 최종 결론은 " 가장 질이 나쁜 악은 무지에서 태어난다 " 였습니다.   제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 지옥의 묵시록 >> 을 비판하는 이유는 악을 탐구한다는 미명 아래 악을 영웅시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커츠 대령이라는 절대 악을 찾아,  그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맡은 윌러드 대위의 모험담을 담은 영화이지만 


사실은 영웅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오디세이 식의 모험극에 불과합니다.  전쟁의 화신인 커츠 대령은 어둠 속에서 사유의 감옥에 갇힙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군인보다는 철학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점에서 아이히만과는 정반대인 캐릭터입니다.   감독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악의 본성을 탐구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가 싸질러놓은 것은 악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미치광이 커츠 대령은 좆같지만 왠지 멋있어 ! _  영화는 줄곧 그런 태도를 유지합니다.  전범 국가의 자기 반성은커녕 자아 성찰에 가깝습니다. 제국주의자 특유의 뻔뻔한 태도죠. 


관객은 사유의 늪에 빠진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내뱉는 대사에서 영화의 주제를 찾으려 애를 쓰지만, 말론 브란도의 대사는 아무 의미 없는 횡설수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걸을 때마다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뚱뚱한 몸으로 촬영장에 나타난 그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습니다. 대사 한 줄 외우지도 못했고, 결국 감독은 아무 의미 없이 내뱉는 그의 즉흥적 혼잣말을 화면에 담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이성을 상실한 광기와 초현실적인 악몽을 재현하려는 목표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중간에 자포자기한 영화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입니다.  반면에 엘렘 클리모프 감독이 연출한 전쟁 영화 << 컴 앤 씨, 1985 >> 는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영화 << 지옥의 묵시록 >> 이 월러드 대위의 우아한 오디세이 여행이라면 << 컴 앤 씨 >> 에서 소년이 그저 정신없이 떠도는 영화입니다.  목적지도 없고, 서사도 없고, 플롯도 없습니다. 또한 영웅도 없고 희생도 없으며 교훈도 없습니다.  적과 싸우면서 민중을 고무하는 감동적인 연설도 없습니다.  위안도 없고 구원도 없습니다.  오직 압도적인 죽음만 병열로 나열될 뿐입니다.  끝으로 희망조차 없습니다. 


이 영화는 자칫 선동 영화(프로파간다)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 지옥의 묵시록 >> 이야말로 비열하고 졸렬한 선동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전쟁 영화들은 겉으로는 반전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영웅주의에 대한 찬양입니다. 전쟁이라는 지옥도에 과도한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고 그 서사에 구원과 희생을 담는 행위야말로 선동적이입다. << 지옥의 묵시록 >> 를 보고 나면 남는 것은 반전 메시지가 아니라 황홀한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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