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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리차드 드레퓌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어마어마한 쌍년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17/pimg_7499151043346544.jpg)
꿰맨 흔적이 없는 것은 매력 없다. 꿰맨 흔적이 없다는 것은 혁신적인 디자인이 될 수는 있겠으나 미학적으로 보았을 때 예술 영역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지루할 정도로 망치질과 붓질을 한다. 영화 << 다크 나이트 >> 에서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그토록 강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입가에 길게 그어진 흉터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서사 없이도 조커라는 인물이 살았던 날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 오랜 시간을 압축한 것이 서사'라고 한다면 흉터란 그 서사의 압축이다.
흉터는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일'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성 성기와 닮은꼴인 조커의 입이 찢어졌다는 것은 여성 성기가 남성으로부터 회복 불가능한 공격을 받았다는 의미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하여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은유이다. 조커의 흉터는 그가 강간, 낙태, 남성 폭력에 의해 태어난 사생아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조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지만 이 폭력의 핀-포인트는 남성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조커는 남성 괴물(son of bitch)이지만 원한 감정의 본질은 그가 찢어진 여성 성기를 표상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여성 괴물(son of bitch)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6살 때 만든 << 죠스, 1975 >> 도 조커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joke( :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와 jaws( : 턱주가리)는 모두 신체 기관인 입(oral)과 관련이 깊다. 조커와 죠스는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질) 신화와 관련이 있는데 죠스의 턱주가리는 거세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죠스는 바다에서 사는 바기나 덴타타 괴물, 메두사다(소설에서 경비원은 머리카락 속에 숨겨둔 칼로 남자를 거세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고 있다). 영화 << 죠스 >> 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오프닝으로 수영하는 여자가 신체가 거세되는 씬이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죠스에게 잡아먹힌 대상은 모두 남성(어린 소년, 남성 노인, 중년 남성 어부)이었으면 영화의 하일라이트에서 식인 상어의 주요 표적은 세 남자 : 경찰 서장, 상어잡이 배 선장, 해양학자'이다. 영화에서는 세 남자 중에서 퀸트 선장만 죽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소설에서는 퀀트와 함께 해양학자 후퍼도 식인 상어의 희생자가 된다. 이 영화에서 최후의 생존자로 남은 브로디는 고압축 산소통을 입에 물고 있는 식인 상어에게 총을 겨누며 외친다. " 실컷, 웃어라. 쌍년의 자식새끼야 !!! " 여기에서도 방점은 자식새끼가 아니라 쌍년이다. 죠스는 어마어마한 쌍년이다.
※ 20년 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내가 예상했던 범위를 뛰어넘을 만큼 훌륭한 걸작이었다. << 죠스 >> 의 흥행 이후, 여름 방학을 겨냥한 죠스 아류작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이 영화를 능가하는 해양 어드밴쳐 영화는 없다. 다시 보아도 여전히 세련된 영화다. 기똥차고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