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과 중간이 없는 집구석 :
빵꾸똥꾸 해리를 위한 변명
일일 시트콤 드라마 << 지붕 뚫고 하이킥 >> 에서 버릇 없는 악동으로 등장하는 해리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나이와 서열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빵꾸똥꾸라고 독설을 날리다 보니 듣는 이 민망하다나 ? 해리 나이가 아홉 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니 배리올드ㅡ맨이 참다 참다 결국에는 참치가 될 것 같아서 그만 방송에서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구식 사고를 해서 이름조차 구식인 한나라당 최구식 국회으원 나리 님께서 이 시트콤의 존망을 논해야 한다며 해리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아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고 구식 으원은 “ 욕설로 일관되고 비정상적인 아이를 가지고 하는 것이 어떻게 방송을 완성시킨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어린 놈이 싸가지가 없다는 말. 시트콤을 다큐로 받아치시며 존망을 논하는 어르신 나리의 잔망에 모두 다 경악했지만 결국 이 명랑 시트콤 드라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빵꾸똥꾸를 자제하라는 해리 함구령이 떨어졌다(권고 조치). 최고 구식인 으원님이 " 욕설로 일관되고 비정상적인 ㅡ "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떠오른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이명박이었다. 그가 누구인가 ?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로부터 " 처먹어, 이눔의 새꺄 ! " 라는 욕을 처먹고 대통령이 된 인물이 아니었던가. 내돈내산 국밥인데 욕을 먹고도 좋다고 해맑게 웃으니 쥐새끼 눈깔이 더욱 사악해 보인다.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처드시는 대통령. 얼씨구, 좋단다. 최고 구식 으원 나리 말 대로라면 욕 처먹고 대통령이 된 인물이 어떻게 바른 정치를 완성시킨다는 것일까(국밥을 말아먹었던 그는 결국 나라를 말아먹은 전과 14범이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국회의원이 연극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육시헐 놈, 개잡놈, 불알 값 운운한 정당이 할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빵꾸똥꾸 때문에 피를 본 어른은 또 있다. 뉴스에서 남자 앵커가 빵꾸똥꾸로 방심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가 웃음이 터져서 방송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웃음이란 참다 참다 참다 참치 못하면 결국에는 울먹이게 되는 법. 옆에 있던 여자 앵커도 웃음을 참다가 결국에는 울먹이는 소리로 변했다. 참고 참고 또 참치 울긴 왜 울어라는 만화 노랫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아, 이 모든 것이 해리의 빵꾸똥꾸 발언 탓인 것이다. 시대마다 유행어가 발생하지만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대사'는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명대사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빵꾸똥꾸 해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려 한다. 독자여, 웃지 마시라. 나..... 진지하다 ! 우선 빵꾸똥꾸에 대한 정의부터 내리자. " 빵꾸 ㅡ " 는 "puncture " 의 일본식 발음으로 " 구멍 " 이라는 뜻이지만 일이 잘못되거나 낙제에 해당하는 학점을 받아 유급되는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 빵꾸를 방구로 해석하는 이도 있으나 그것을 경음화 현상(된소리 되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여기에 똥구멍을 뜻하는 " ㅡ 똥꾸 " 가 결합된 구조로, 똥구멍을 프로이트 언어로 해석하면 항문기를 뜻한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한 지식이 쌀 한 톨만큼이라도 있다면 < 빵꾸똥꾸 > 는 " 항문기에서 남근기로 성장하지 못하고 유급된 상태 " 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해리가 어른을 향해 " 야, 이 빵꾸똥꾸야 ! " 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은 " 어른인 척하지만 알고 보면 항문기 고착 상태인 얼라 " 라는 의미이다. 사실, 해리가 네 가지가 없는 이유는 이 집구석이 크게 두 가지가 없다는 데 있다. 하나는 " 적당히 ㅡ " 가 없고 또 다른 하나는 " 중간이 ㅡ "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서로 각자도생하는 미성숙한 어른이'일 뿐이다.
최고 구식 으원 나리가 빵꾸똥꾸에 대한 내 해석을 읽는다면 노발대발할 것이 분명하다. 어른에게 얼라'라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해리는 왜 어른을 향해 빵꾸똥꾸라고 하는 것일까 ? 항문기 고착 상태인 어른의 성격을 보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는 항문기 고착 상태인 성인의 공통된 성격으로 고집불통, 구두쇠, 수집벽을 뽑았다. 그렇다면 항문기 고착의 대표적인 인물은 누가 있을까 ? 빙고. 그래요. 이명박과 박근혜. 두 어르신 모두 불통의 아이콘이자 구두쇠요, 돈에 대한 집요한 집착(수집벽)으로 깜빵 가셨던 분이 아니었던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빵꾸똥꾸를 외쳤던 해리는 이명박과 박근혜에게도 빵꾸똥꾸를 외쳤을 것이다. " 야, 이명박과 박근혜. 이 빵꾸똥꾸야 !!! " 내가 빵꾸똥꾸를 항문기 고착으로 해석하는 이유는 해리의 캐릭터를 삼파장 발광 다이오드 현미경으로 초정밀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라는 데 있다.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하는 해리에게는 큰 곤경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변비다. 해리는 항상 변기 앞에서 똥과 씨름한다(몇 편의 에피소드에서 해리는 변비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화장실에서 엄마가 해리에게 배변 훈련(toilet training)을 가르치는 에피소드는 꽤 많이 등장한다.
항문기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정의가 부모의 배변 훈련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는 항문기 캐릭터다. 해리는 인간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친구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 빵꾸똥꾸다. 해리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해리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괴랄한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 1단계 > 도전자는 해리가 자신의 빠진 이빨을 친구 손에 쥐여 주었을 때 인상을 쓰면 안된다. 인상을 쓰면 탈락. 응, 바로 빵꾸똥꾸 ! < 2단계 > 는 해리가 싼 똥을 보며 인상을 찡그려도 응, 바로 빵꾸똥꾸.
< 3단계 > 는 해리가 초코아몬드을 입에 넣고 초콜릿만 살살 녹여 먹고 나서 아몬드 알맹이만 친구에게 주었을 때 그것을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마 주름을 三자로 만드느냐 川자로 만드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그럴 용기 있는가 ? 해리에게 친구란 빠진 이빨과 싼 똥과 아밀라아제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다. 허무맹랑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해리의 3단계는 심오하다. 이 에피소드를 접했을 때 나는 감동의 도가니가 되어서 삼삼칠 박수를 쳤다. " 빠진 이빨 " 과 " 싼 똥 " 에 대한 집착은 해리가 구강기를 벗어나서 항문기에 진입한 아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항문기인 해리는 항문기 고착인 어르신보다 고상하다. 해리의 막무가내는 지위 고하를 막론한다. 그러니까 해리의 막무가내는 특정한 세대나 권력 서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 없는 아이이자 공평한 아이인 셈이다. 적어도 막무가내 해리는 어르신처럼 강자에게는 약하지만 약자에게만 막가는 인물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 막가내 " 보다 " 막무가내 " 인 해리를 좋아한다. 이런 막무가내라면 기꺼이 응원하련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해리가 집을 떠나는 신애를 껴안고 목놓아 울었을 때, 나는 관악산 소쩍새처럼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속삭였다.
" 해리야, 행복하렴.... 흙흙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