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내 인생 - [초특가판]
라세 할스트롬 감독, 안톤 글란젤리우스 외 출연 / 기타 (DVD)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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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의 힘











고1이었을 때 머리를 삭발한 적이 있다. 그것도 새벽 한밤중에 말이다. 면도기로 머리를 밀기 시작했는데 머리에 난 여드름(들)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에라 모르겠다, 시바. 잠이나 자자. 


다음날,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형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비명소리에 어머니가 뛰어오고 누나가 달려왔다. 비명에, 비명에, 비명을 더하니 이런 것이 아비규환이로구나. 처음에는 가족의 호들갑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거울을 보고서야 가족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면도기로 밀다가 터진 여드름 상처 때문에 머리에는 온통 피딱지가 붙었고 핏줄기는 굳어서 빨강머리 대머리 소년이 된 것이다. 피딱지 붙은 민머리를 보고 있자니 가뭄으로 인해 밑바닥을 드러낸 강바닥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찰랑찰랑한 물결을 걷어내자 드러난 것은 황폐한 자갈밭이었다. 


문제는 이 꼬라지로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  심란한 마음에 어물정거리다가 지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중이병-스러운 기질이 있던 나는 지각을 해도 항상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가곤 했는데 그때도 나는 앞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서 교실은 혼란스러웠다. 지각하는 놈에게는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선물하시는 담임도 영문을 몰라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도 선생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내가 미친 줄 아셨던 모양이었다. 선생이 내게 삭발한 이유를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집이 가난해서 머리 깎을 돈이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 두발 단속을 하니 한 달에 한 번은 이발소에 가야 하는데 우리집은 그럴 돈이 없어요. " 나는 이 변명이 기가 막힌 거짓말이라 생각했는데 선생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그날, 죽도록 맞았다. 개 같은 날이었다. 3교시'였나 ? 수업 도중에 교무실에서 나를 긴급 호출했다. 그 자리에는 담임과 교감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입말을 요약하자면 교감은 내게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며 조퇴해도 좋다는 선고를 내렸다.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오는 길. 맑고 밝고 화창했던 한낮. 그때 보았던 영화가 바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 개 같은 내 인생 >> 이었다. 


좋은 영화였다(그 후로도 몇 번, 이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그때마다 머리를 삭발했던 일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곤 한다). 그때 그 사건을 계기로 신경질적인 만큼 잔인했던 학교의 두발 단속 기준은 상당히 완화되었다. 삭발의 힘이었다. 황폐한 자갈밭에서도 내 머리는 자랐다. 사막에서는 풀 한 포기가 자라기 위해서는 자갈밭이 필요하다고 한다. 돌맹이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아침 이슬이 돌덩이를 타고 땅에 떨어져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란다. 내 인생을 " 지랄 발악 " 이라고 고백한 내 이웃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힘 내시라. 인생..... . 시발. 사실은 좆도 아니다. 






ㅡ 이 노래 듣고 힘 냅시다 !!! 

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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