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생 은 망 했 어 :
담배란 문장의 마침표와 같은 것
" 마지막 장면이 좋아서 영화 전체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 차이밍량 감독의 << 애정만세, 1994 >> 가 그렇다. 한 여자가 길을 걷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운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소리 내어, 운다. 운다, 운다, 또 운다. 얼마나 울었을까 ? 여자는 눈물을 닦고 담배를 피워. 담배란 문장의 마침표와 같아서 이제는 어떤 결심에 다다랐다는 마음의 마침표. 이제 자리를 훌훌 털고 그 자리를 떠나리라. 굳은 결심으로 씩씩하게 걸으리라. 하지만 여자는 벤치를 떠나지 않고 다시 운다. 운다, 운다. 더 크게 운다, 운다. 영화는 거기서 끝나.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 사람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독한 고독을 읽었지만 내게는 희망으로 다가왔어. 시작은 엉망이어도 좋아. 과정은 형편없어도 좋아. 마지막 장면만 좋다면 모든 것은 용서가 되니까. 그런 마음. 내 인생의 시작은 엉망이었고 그 과정도 형편없었으니 이제는 화려한 피날레를 희망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지. 인생은 영화와 달라서 라스트 씬만 훌륭하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지. 너무 소란한 장례식장이 그 사람이 살아온 성공의 증거라면 내 인생은 실패야. 인정한다. 이번 생은 망했어, 여기까지야. 물에 빠진 핸드폰 같다고나 할까. 새로 살 돈이 없어서 수리를 맡겼더니 새로 사는 것보다 더 많은 수리비가 청구된 견적서를 보는 느낌. 새로 살 수도, 그렇다고 고칠 수도 없는. 시발. 뭐랄까...... 그래, 이번 생은 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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