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태닝 받고 DDT 차 한 잔 :
세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착각
인간은 크게 두 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안전 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인정 욕망이다. 안전 욕망은 외부의 공격이나 환경으로부터 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조건 충족의 실현이다. 반면에 인정 욕망은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망이다. 욕망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불안도 존재하는 법. 욕망의 다른 이름은 불안이다.
안전 욕망이 불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생존 불안이고, 인정 욕망은 존중 불안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생존 불안은 실직과 파산으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느낄 때 발생한다. 헐벗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식),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주) 따위다. 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돈이다. 즉, 돈을 많이 벌면 생존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반면에 존중 불안은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신뢰 회복이다.
자,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심리 실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두 사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① 직장 동료들은 모두 월급을 600만 원을 받는데 내 월급은 300만 원'인 경우. ② 직장 동료들은 월급을 모두 100만 원을 받는데 내 월급은 200만 원인 경우. 이 심리 실험에 참가한 응답자의 7,80%는 ②번을 선택했다. 이유는 ①의 경우는 회사가 내 능력을 과소 평가할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차라리 ②번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즉, 실험 대상자들은 생존 불안 해소(월급 200만 원 대신 300만 원을 선택하는 행위)를 선택하는 대신에 차라리 존중 불안 해소를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육체적 죽음에 대한 공포(생존 불안)보다는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공포(존중 불안)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인간 관계보다 단순하게 먹고 사는 짓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의 자살률이 높아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자살률은 매우 낮다. 이 실험은 개인의 만족도는 절대값보다는 상대값을 통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 개인 삶의 만족도를 평가할 때 주요 지표로 사용해야 될 방법론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라는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극빈층의 소득이 옛날에 비해 소폭 상승했기에 더 좋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그는 인간의 안전 욕망과 생존 불안을 단순하게 절대값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극빈층이 매우 느린 속도로 소득이 올라가는 동안에 극부층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급기야는 세계 상위 1% 부자가 2030년에는 전 세계 부의 64%를 차지할 것이란 소식도 전해진다.
한스 로슬링은 왜곡된 부의 불평등은 외면하고 단순히 최하위 계층 소득 통계만으로 세계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빈층의 소득 수준이 올랐다는 통계값은 생존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존중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의 불균형은 극빈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높일 뿐이다. << 펙트풀니스 >> 는 기득권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른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극빈층의 많은 수가 중간 소득 계층으로 이동했으니 세계 상위 1% 부의 독점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자는 한 명도 없으니 방사능 공포에 신경 쓰지 말고, DDT 같은 화학제품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발명품이니 화학 성분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소개한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_ 라고 외쳤던 이명박의 그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매우 비즈니스 프랜들리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방사능으로 온몸을 태닝 하고 나서 시원한 DDT차 한 잔 원샷 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