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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왼손잡이를 위한 변명
살다 보면 종종 " 비판적 지지 " 를 할 때가 있다. 말이 좋아 비판적 지지'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 내키지 않는 덕담 " 이 정확할 테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를 다룬 영화 ●●●●●● 도 그런 경우였다. 이 영화는 소액이지만 내가 시민으로서 영화 제작비를 후원했던 영화였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곳은 속초의 어느 술집이었다. 술동무는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문 좌파여서 내가 강원도 좌파 아저씨라고 불렀던 이'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이웃에게서 들었던 동네 이야기라면서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눈을 감은 스물한 살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가 곁들인 사연은 너무나 구슬퍼서 눈물이 찔끔 났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나 ! 우리는 삼성 이재용과 인두겁을 쓴 이명박에 대한 저주를 퍼부으며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강원도 좌파 아저씨와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의 권유로 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액을 후원하게 되었다. 문제는 영화의 제작 의도가 아니가 결과물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꼭 보아야 할 영화'라고 이웃들에게 소개하고는 했다. 살다 보면 내키지 않는 덕담이지만 비판적 지지'를 할 때가 있다. 조남주 작가의 << 82년생 김지영 >> 이란 소설도 그런 경우'였다. 내가 이 소설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이유는 당대의 고민을 빠르게 포착하여
그것을 상품으로 엮은 상품성 때문이었지 문학적 완성도는 아니었다. 문학이 은유의 세계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순수 문학보다는 직유에 가까운, 프로파간다와 르포르타주 장르에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빙의라는 방식보다 더 억압된 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직유는 없으니깐 말이다. 어느덧, << 82년생 김지영 >> 은 여자 셀럽들에게는 " 금서 " 가 되었다. 여성 연예인 서지혜부터 소녀시대 수영, 레드벨벳 아이린까지, 이 책을 읽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말벌보다 독한 뭇매를 맞았다. 역설적이지만 이 현상은 이 소설이 존재해야 할 가치를 강조할 뿐이다.
김지영의 " 불편 " 을 김지영의 " 불평 " 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 불편이 자신에게는 편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공 시설이나 기계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경우이다. 이것은 오른손잡이가 기어 및 기타 장치 작동 조작에 용이하도록 운전석을 왼쪽에 만든 것이다. 당연히 왼손잡이 입장에서 보면 오른손 편리 중심 시스템은 모두 다 불편한 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다수의 질서를 내재화한 경우이며 동시에 다수의 편리를 위해서 소수의 불편을 내재화한 경우이기도 하다.
심지어 지하철 카드 단말기 위치도 오른손잡이를 위해 만들어졌으니 10%의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한 위치이다. 이 사실을 오른손잡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 남자와 여자의 경우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오른손잡이인 남성은 왼손잡이인 여성의 불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누이 하는 주장이지만 어떠한 사실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 사실이 진실을 담보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진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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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시작은 소설 < 김지영 > 이 아니라 영화 < 김지영 > 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소설 이야기로 빠졌다. 영화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흥미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