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서 소고기 사 묵겠지 :
우리의 식욕은 유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소비자'다. 또한 소비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 정치적 ㅡ " 이기에 소비 행위가 곧 정치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소비란 무엇일까 ? 친환경 상품이나 공정 무역 상품을 이용하는 것 ?! 아마도 착한 소비에 대한 최선의 윤리적 태도는 죄책감일 것이다.
예를 들면 : 착한 소비는 내가 입은 구스다운 한 벌이 살아 있는 거위 20마리의 깃털을 산 채로 뜯어서 만든 결과라는 사실, 한 번 뽑힌 거위는 깃털이 다시 자랄 때까지 죽음에 가까운 트라우마 속에서 살다가 다시 뽑힌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한 평생을 살다가 깃털 하나 없는 몸으로 죽는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털이 뽑힌 경험이 있는 거위는 다시 뽑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리를 부들부들 떤다고 한다). 성대가 퇴화한 토끼가 유일하게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털이 뽑힐 때라고 한다. 털이 달린 짐승에게 털이 뽑히는 고통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고통 그 이상이다.
개고기를 먹지만 구스다운을 입지 않는 소비자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유행 따라 해마다 구스다운을 구매하는 소비자 가운데 누가 더 잔인할까 ?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의 경우에 손을 들 것이다. 그해 유행하는 구스다운 입고 개 식용 반대 피켓을 든 모습은 이율배반적 태도다. 그리고 친환경 정책을 주요 정강 정책으로 삼은 녹색당 당원(혹은 환경주의자)들이 삼겹살 파티를 즐기는 것도 구스다운을 입고 개 식용 반대 푯말을 든 것만큼 이율배반적이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가스는 인간이 맛있는 육식을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의 날숨(과 방귀)에서
발생하는데 전 세계 메탄가스의 40%, 그리고 2050년에는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돈 벌어서 뭐 하노. 소고기 사 묵겠지 _ 라는 어느 개그맨의 농담이 이제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 되었으니 < 웃겨주다 > 가 < 웃겨죽다 > 가 될 판이다. 기후 변화 위기 시대에 있어서 진정한 정크푸드는 스테이크다. 온실가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소 중심의 가축 수를 줄이는 것이다1). 사람들이 채식주의 식단으로 상을 차리면 온실가스는 63%나 줄어들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을 1조 달러나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언부언하자면 기후 변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쉽다.
채식 중심으로 식단을 차리는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 채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위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고기를 씹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 고기를 보면서 침이 고일 때, 그 식욕이 기후 변화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을 각인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소비자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의 첫걸음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 완전 채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육식을 별식이 아닌 주식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구가 불덩이처럼 들끓는 시대에 있어서 당신의 식욕은 어떤 식으로든 유죄다 !
1) 젖소는 1년에 한 마리당 3.398톤(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돼지 0.128톤과 닭 0.003톤에 비하면 대규모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 소는 약 13억 마리로 추정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전 세계 소가 1년에 메탄가스 1억톤을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1/4(25%)에 해당한다. 소 외에 양이나 염소 등 모든 가축들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까지 모두 합치면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1/3(37%)를 웃돈다. 더욱이 문제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잡아 가두는 능력이 21배나 높다는 데 있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될 입장에서 보자면 메탄가스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 가축 사육 두수는 약 600억 마리 정도인데 이는 2015년보다 그 수가 15.9% 나 증가한 수치이다. 현대인의 식습관이 육식 위주로 급변한 까닭이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2배나 높은 1천200억 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메탄가스의 약 70%이다. 명백하다, 온실가스의 주범은 육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