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배우는 사람들에게











정석은 바둑 용어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공격과 수비에서 최선이라고 인정한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을 뜻한다. 그러니까 정석은 최고의 수인 셈이다. 그런데 정석대로 바둑을 두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 정석 " 은 최고의 수이면서 동시에 뻔한 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석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하는 책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애의 정석이란 책을 읽고 그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이성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석이란 기본기일 뿐이지 그것이 최고의 수'는 아니다. 글쓰기의 정석을 다룬 책들도 마찬가지'다. 작법서를 읽고 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구쳐 어마어마한 문장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정석대로 쓰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글쓰기의 정석을 다룬 책은 대부분 문장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글쓰기의 기본을 알려주는 작법서를 무시하다 보면 인스타 겜성xx체로 글을 쓰는 글배우 문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글쓰기의 정석을 다룬 책은 문장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형편없는 문장을 쓰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다. 글배우의 " 힘든 힘듦 " 따위의 병맛 문장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비문이 모두 다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코기에 비계가 붙어야 맛이 나듯이 때로는 비문이 문장을 미문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시적 허용이라고 부른다. 종종 글을 쓸 때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라는 충고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그래야 문장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과 글은 장르가 다른 영화와 같다. < 채플린 영화 > 와 < 히치콕 영화 > 는 크게 보면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장르로 구별하면 서로 다른 장르에 속한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다. 요즘, 위로와 성장이라는 코드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에세이들은 대부분 구어체(일상에서 말하듯이) 문장인데 책이란 기본적으로 문어체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런 책들은 형이하학이다. 내 식대로 말하자면 인스타 겜성 지랄체'다. << 위반하는 글쓰기 >> 의 저자 강창래도 같은 주장을 한다. 말과 글은 다르기에 말하는 것처럼 쓴 문장은 이상하다고 말이다. 이 책은 글쓰기 향상을 갈망하는 일반인에게 도움을 주지만, 나는 정작 이 책을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생산한 글배우 님에게 추천한다. 읽어보세요. 적어도 지금보다는 좋은 문장을 완성하실 겁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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