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라
글배우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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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라고 ?











글배우의 << 다 괜찮다 >> 라는 짧은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 공부가 조금 늦어도 / 졸업이 조금 늦어도 / 취업이 조금 늦어도 / 다 괜찮다 / 그렇다고 / 인생에서 늦은 게 아니니까 " 글배우가 << 다 괜찮다 >> 라는 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 길게 보면 인생은 마라톤 경기 " 라는 흔한 비유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장거리 마라톤 경기에서는 다른 경기와는 달리 출발이 조금 늦었다고 해서 남들보다 불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부터 선두를 달리는 선수는 바람의 저항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체력 소모가 심한 편이다.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 아니라 지구력이니까 ! 글배우를 좋아하는 애독자는 위로를 받는다. 남들보다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굴렀는데 글배우는 당신 귓구멍에 바람을 넣으며 다 괜찮다고 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주르룩. 그런데 그의 문장을 반대로 작성해 보자. " 공부가 조금 빨라도 / 졸업이 조금 빨라도 / 취업이 조금 빨라도 / 다 괜찮다 / 그렇다고 / 인생에서 늦은 게(or 빠른 게) 아니니까 " 글배우의 애독자는 이 문장에도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빠른 것은 아닌가 하고 발을 동동 굴렀는데 괜찮다고 하니 눈물이 주르룩. 결론은 이렇다  :  조금 늦어도 다 괜찮고, 조금 빨라도 다 괜찮다면 결국에는 하나 마나 한 소리.  글배우는 하나 마나 한 말을 가지고 당신을 위로하는 말이라고 포장했으니 독자를 조삼모사 취급한 셈이다.  당신은 지금 글배우의 위로에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야 마땅하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다른 말로 하자면 잔소리'요, 개소리'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잔소리일 텐데 글배우의 애독자들은 돈을 주고 잔소리를 듣고 있다. 물론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비록 그의 글이 가짜라고 해도 그것을 믿는 독자는 플라시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가짜 약을 굳이 돈 주고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비의료인이 약을 처방하고 파는 행위는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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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 너를 위해서 하는 말 " 은 그 뒷면을 살펴보면 " 나를 위해서 하는 말 " 에 불과하다. 권석천은 정지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 << 4등, 2016作 >>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작은 머뭇거림조차 없는 폭력의 밑바닥엔 ‘이 모든 게 너를 위한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4등? 너 때문에 죽겠다! 진짜 너 뭐가 되려고 그래? 너 꾸리꾸리하게 살 거야? 인생을?”(엄마)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코치) 엄마는 ‘너를 위해’ 짜증내고, 코치는 ‘너를 위해’ 체벌한다. 이러한 ‘너를 위한 폭력’은 스포츠에만 있는 게 아니다..... “ 너를 위한 것 ” 이란 말 한마디면 면책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진정으로 ‘너를 위한’ 것이냐? 이다. 현실의 엄마, 아빠, 부장님, 이사님도 ‘다 너를 위해 목소리 높여 충고하는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우리는 이 “너를 위한다”는 속삭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자식을 위한 게 아니라 엄마 자신의 비교 우위를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은 아닐까. 후배 직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장이나 이사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 처음엔 “너를 위해”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나를 위해”로 바뀌어버렸고, 자신들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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