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의 진실


 

                               사진은 " 찰나의 예술 " 이다.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찰나를 시간 단위로 계산한 모양이다. 이에 따르면 < 1찰나 >  1/71초로 대략 0.013초'라고 주장했다. 보통 표준렌즈의 경우 셔터 속도가 1/125초(=0.008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진에 찍힌 象은 찰나보다 2배 빠른 꼴이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의 세계는 찰나보다도 빠른 0.008초의 세계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의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세계는 언제나 반짝반짝하고, 미남미녀로 넘쳐나며, 삶은 럭셔리'하다. 초라하거나 추레한 구석을 찾을 수 없다. 나는 그 인화된 현상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스타그램에서 유통되는 상은 0.008초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1/8640100초의 세계를 과시하지만 역설적이게도 86400초의 세계는 보여주지 않는다. 진짜 세계는 언제나 86400초 안에 있는데 말이다. 한때 사진은 진실을 말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보도 사진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보도 사진 한 장의 힘은 기자가 작성한 명문보다 호소력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실을 폭로하기보다는 감추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애통할 필요 없다. 이제는 진짜를 경험하는 것보다 가짜를 체험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세계가 되었고, 가짜야말로 상품 가치가 높아졌다.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대부분은 가짜'다. 리얼리티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100% 가짜에 기반을 둔다. 쉽게 말해서 각본대로 짜인 것이다. 리얼 예능 다큐 << 효리네 민박 >> 은 효리네 민박 체험을 통한 힐링을 표방한 방송이지만 사실 이 방송에서 보여준 모든 것은 가짜'다. 이 방송에서 효리네 식구들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냉장고 문을 열지만 냉장고 안에 배치는 음료수는 모두 고액의 PPL이었다. 계약 조건은 섬세하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상품이 노출되어야 할 것. 물론 출연자가 음료수를 집어 들어서 병뚜껑을 따 마신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자동차, 청소기, 매트리스도 PPL이다. 효리네 집에 배치된 물건 중에서 효리를 제외하고는 진짜는 없다. 효리 또한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가짜다. 모든 방송이 가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가짜가 진짜보다 반짝반짝하고 럭셔리하며 해피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반짝반짝하는 것에 대해 늘 회의적이다. 그것은 86401초 중에서 고작 0.008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0.008초가 86401초를 대표한다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럭셔리한 그 어떤 이미지에도 열광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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