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도련님을 미워했을까 ?









내 생각의 버릇 중 하나는 반대말 연상이다. 예를 들면 < 그녀 > 라는 낱말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 여러분도 함께 고민할 문제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그녀의 반대말은 < 그 > 가 아니다. 왜냐하면 < 그 > 라는 지시어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통칭해서 아우르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 여교수(여교사) > 라는 낱말의 반대말도 없다. 사전에 남교수(남교사)라는 낱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그렇다면 특정 성별을 콕 짚어서 구별 짓는 욕망은 특정된 성에 대한 우대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 알면서 ! 이런 식으로 확장을 하다 보면 속담에 이르게 된다. 내 눈에 포획된 속담은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 이다. 이 속담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 때리는 아버지보다 말리는 남동생이 더 밉다 " 는 없을까 _ 라는 의문이었다. 성별 분포로 보았을 때 폭력을 행사하는 쪽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말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_ 라는 속담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이었다. 


들장미 소녀 캔디의 적은 이라이자이고 달려라 하니의 적은 나애리'다.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 ~  그렇다면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프레임은 작동이 되고 있을까 ?  금시초문이다. 남자는 주로 여자 잘못 만나서 망하는 캐릭터'다. 남자나 여자나 그 적은 여자'인 것이다. 그렇기에 < 악녀 > 라는 단어는 있어도 < 악남 > 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다(악당은 남성을 지시하는 단어가 아니다. 이 낱말은 특정 성을 지시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만 보아도 이 프레임은 명약관화하다. 드라마 시청자가 주인공인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남편보다 더 미워하는 쪽은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년이다.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 ~  


이처럼 한국 드라마에서 시누이는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해서 시청자 염통을 갈기갈기 찢는다. 이 전략은 무엇을 목적으로 한 계략일까 ? 자, 이제부터 레벨을 조금 더 높여보자. 만약에 이건희가 당신을 무식한 놈이라고 무시한다면 당신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릴 것이다.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씩씩거릴 일도 아니다. 그냥 속으로 조까라마이싱이다, 시바 ! 그런데 이웃집 여자와 싸우는데 남편이 자기 편을 들 생각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무식하다고 핀잔을 주면 어떤가 ?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무시는 평생 한으로 남을 무시이다. 


그것이 바로 < 수직적 무시 > 와 < 수평적 무시 > 의 차이'이다. 세계사를 놓고 보았을 때, 빈부격차가 심하고 권력을 특정 소수가 장악을 하게 되면 반드시 폭동이 일어났고 혁명이 발생했다. 소작농은 지주에게 무시를 당할지언정 같은 계급인 소작농 이웃에게 무시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같은 계급 내에서 공동체의 원한 감정이 발생하고 이것이 힘이 되어 상부를 향한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수직적 무시보다 수평적 무시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무시하고 여자가 여자를 무시하다 보니 단결된 힘을 과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시하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주민이어도 40평 아파트 입주민은 20평 아파트 입주민을 무시한다. 이처럼 같은 계급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니 공동체는 분열되고 계급투표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기득권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계급의 분열만큼 효과적인 갈라치기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부장 사회가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 연대이기에 가부장의 망령은 항상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기 위해 < 여자의 적은 여자 > 라는 프레임을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문장이 바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_ 라는 프레임 전략'이다(라고 나는 과감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회초리를 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에게 더 많은 원한을 투사하는 며느리의 심리는 시어머니는 수직적 무시에 해당되지만 시누이는 수평적 무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회초리를 들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그래도 뜯어말리는 시누이가 그나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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