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네 인생 !
부모의 자식 사랑을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부모의 자식 사랑은 어딘가 유별난 구석이 있다. 유물론적 변증법의 관계'라고나 할까 ? 한때 침 좀 뱉고 껌 좀 씹던 한국의 자식들이라면 아마도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 뼈 빠지게 고생해서 키웠더니..... " 일 것이다. 고생에도 레벨이 있나니 한국 부모의 내리사랑은 " 탈골의 지경 " 에 가깝다. 그런데 이 말투는 상당히 계산적이다. 자식을 투자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뼈 빠지게 고생해서 번 돈을 자식에게 투자했는데 자식이 기대에 엇나갔을 때 내뱉는 정서가 배은망덕이다.
성은이 망극을 기대했던 부모는 실망이 이망저망 ! 부모 자식 관계를 투자자와 투자 대상으로 삼다 보니 한국 부모는 자식의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식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기보다는 관계대명사 안에 가두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식에 대한 간섭과 개입이 시작되고 시월드라는 해괴 망칙한 월드비전이 이십 색의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투자 금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품에 대한 기대도 높은 법이어서 하층민보다는 상류층 부모의 (엇나간 자식에 대한) 하악질은 그 수위가 더 높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부모 자식 관계는 < 유사 ㅡ 채권자와 채무자 > 관계'다.
당연히 소유권과 명령권은 채권자에게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연출자로서 배우에게 자신의 이상적 캐릭터를 요구할 수 있다. 부모 말 잘 듣는, 공부 잘하는, 착하고 예쁜 인형이 되라고 명령한다. 만약에 이 장면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형편없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만난 감독처럼 화를 낼 것이다. 괜찮아요 ?? 많이 놀랐죠 ?? 김애란의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조로 병에 걸린 17살 소년 나(아름)의 1인칭 시점 소설이지만 사실은 3인칭 어르신의 욕망이 투영된 소설'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소설 속 화자인 < 나 > 는 소년의 말투가 아니라 어르신의 말투일 수밖에 없고 그 욕망 또한 어르신의 욕망이다.
그러다 보니 " 아름 " 은 외피는 아이이지만 속내는 어른의 욕망이 반영된 인물이 되고 만다. 아름은 " 어른스러운 아이 " 가 아니라 " 어른스러운 아이를 연기하는 어르신 " 이다. 아름은 부모 말 잘 듣고, 똑똑하며, 배려심 많은 예쁜 인형'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을 더럽게 만든다. 이 소설이 기만적인 이유는 가난이 배경이지만 빈곤은 외화면에 가두고 고통에 대한 직시보다는 슬픔의 낭만성을 강조한다는 데 있다. 가난 포르노의 전형적 형태'다. 문제는 이런 작품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비평가의 태도다.
평론의 두 거목 신형철과 권희철 어르신의 조곤조곤한 알랑방귀 비평을 볼 때마다 닭살이 돋는 까닭은 그 칭찬들이 한국 문학을 죽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 문학비평에 대하여 > 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칭찬하는 일이 지닌 위험성은 비평가가 자신의 신용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모든 칭찬은 전략적으로 볼 때 백지수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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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두 슈퍼스타 신형철과 권희철의 공통점은 " 사랑-뽕 " 이다.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랑이 어찌나 지극한지 다정도 병인 양하여 몸져눕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 아래 개미 똥구멍이다. 그들은 주로 이런 문장을 사용한다. 어찌 이것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_ 라거나 사랑의 글쓰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러니까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이 제어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_ 라고 쓴다. 이름을 가리고 읽다 보면 누가 신형철이고 누가 권희철인지 헷갈린다. 이분들, 왜 이러는 걸까요 ? 이들이 심심할 때마다 끼워넣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마치 백종원의 만능양념장 같다. 심형래의 << 디워 >> 도 이들이라면 곡진한 사랑 타령가로 뽑을 것이다. 가령, 도시의 폐허에서 서로 뒤엉켜 꿈틀거리는, 그러니까 제어 불가능한, 상승이 좌절된 하강의 세계가 지금 이곳이라면, 폐허의 욕망을 우리는 과연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어때요, 문장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몇 개 쑤셔 넣으니 꽤 그럴싸하쥬 ? 도대체 언제부터 문학비평은 사랑학 개론이 되었을까. 통탄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