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양이











                                                                                                 옛날 옛날 일'이다. 그해 나는 지하 벙커에서 어마어마한 일감을 해치워야 했다. 야근은 필수였고 때로는 자정 넘어서도 일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출퇴근하는 일도 버거워서 회사 근처 모텔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새벽 4,5시에 일을 끝내고 아침 7,8시에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너무 아파서 조퇴 신청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몇 걸음 걷기 시작하면 다시 고양이 우는소리가 들렸고 걸음을 멈추면 소리도 사라졌다.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아아 괴이하도다 !  서서 주변을 샅샅이 훑다가 그 문제의 고양이가 지붕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구냐옹 ?  당시 내가 살던 동네는 집들이 촘촘하게 붙어서 지붕을 타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고양이가 야옹 _ 울었다. 


나도 화답했다. " 이리 내려와. 아저씨가 집에 가서 밥 줄게 ! "  놀랍게도 고양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지붕에서 내려와 내게로 다가왔다. 쭉정이 같은 빈말이었는데 아이고 참말로......        하는 수 없이 고양이를 집으로 초대했다.  당시,  내가 세 들어 살았던 곳은 대문 옆 곁방으로 거실은 없고 마당만 있는 구조였다.  흰 쌀밥에 술 안주로 먹다 남겼던 멸치와 참치를 섞어 주었더니 고양이는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나는 잠시 고양이와 놀다가 피곤이 몰려와서 이불을 깔지도 못한 채 쪽잠에 빠졌다.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닫힌 방문 앞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나가고 싶은 게로구나 ?                 내가 방문을 열어주자 고양이는 마당으로 나가 나무를 타고 올라 담벼락을 따라 이웃집 지붕 위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하루를 쉬었으니 일감은 배로 늘어나서 다음날부터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해서 일주일 동안 모텔에서 생활해야 했다. 일주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주인집 아주머니가 마당으로 나오시더니 내게 물었다. " 혹시 고양이 키우시오 ? "  내가 영문도 모른 채 멀뚱멀뚱 아주머니를 쳐다보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  일주일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가 총각네 방 앞에 서서 울던데요. 내가 쫓아내도 다음날에도 찾아오고, 다음날에도 찾아오고, 다음날에도 찾아오고......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변변치 않은 한 끼를 대접했을 뿐인데 잊지 않고 찾아온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가난했고 외롭고 쓸쓸했으며 몸이 아팠고 서글펐고 막, 막막했다. 그때 그 고양이와 함께 한 시간은 30분 남짓이었으나 세월이 오래오래 흐른 지금도 여전히 오래오래 그 고양이 생각을 한다. 


닫힌 방문 앞에서 상처 받고 돌아갔을 그 고양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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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0524718774     :    벼락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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