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카 게 살 자 :
조필과 검사
영화 << 넘버3 >> 에서는 일주일 내내 짱깨(짜장면)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조직 폭력배 불사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랫것은 입맛이 물릴 때'가 되면 입이 댓발 나오는 법이어서 조직 두목 조필은 짱깨에 물린 조직원을 어르고 달랜다.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헝그리 정신에 관해서야. 헝그리. 배가 고프다는 뜻이지, 헝그리. 에이치, 유, 엔... 뭐 니들 일주일 째 짱깨에 컵라면만으로 이렇게 떼우는 거 잘 알아. 물론 흰쌀밥에 괴깃국 먹고 싶겠지, 응 ? 그걸 참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야, 훈련. 응 ? 니들, 한국 복싱이 왜 잘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지 아나 ?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야. 헝그리 정신. 옛날엔 말이야, 다 라면만 먹고도, 진짜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홍수환. 어... 어,어,어 엄마 챔피언 먹었어. 복싱뿐만이 아니야, 응 ? 그 누구냐.
현정화, 현정화 걔도 라면 먹고... 라면만 먹고도 육상에서 금메달 세 개씩이나 따 버렷어. 골방 수훈의 근엄을 깨트리는 것은 조직원의 한마디'였다. "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아랫것은 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눅눅한 밤에 먼지 휘날리도록 맞는다. 조필(송강호)는 목에 핏대 세우며 외친다. 내, 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 그렇다, 양아치의 세계에서는 오직 오야붕의 팔뚝만 굵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강령이며 게임의 법칙'이다. 조필이 화가 난 이유는 사실 정정 보고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랫것이 꼬박꼬박 말대답을 한다는 데 있다.
복종의 세계에서 말대답은 배반, 배신, 투부정사'다. 그래서 아랫것은 좆나게 맞는다. 어찌 보면 임춘애입니다, 행님 _ 이라고 말대답했던 아랫것은 정직한 놈이라기보다는 눈치가 없는 놈'이다. 사시미 칼 쑤시는 놈들에게 무슨 놈의 정의이고 진실'이 중요할까 ? 적벽대전보다 요란한 조국대전을 관람하면서 검찰이라는 캐릭터는 " 내, 내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 " 라고 외쳤던 조필'보다는 "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말대답했던 아랫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조필에게 좆나 맞는 모습에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요실금 환자처럼 찔끔찔끔 흘리다가 결국에는 대중에게 좆나 맞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조필이 골방 수훈 시간에 흰 쌀밥에 괴깃국 먹고 밴츠 타고 룸쌀롱 가서 여자 젖가슴 만지며 양주 마시자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조직은 검사님들이었다. " 룸살롱과 검사님 " 이라는 짝패는 한국 영화의 흔하디 흔하디 흔하디 흔한 클레셰가 아닌가. 남들은 바른말 했다고 조필에게 좆나게 맞는 꼬붕이 불쌍하다지만 불쌍할 것 하나 없다. 양아치는 양아치일 뿐이다. 나는 조국대전에서 조국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 개혁을 지지할 뿐이다.
이제 어찌되었든, 조국은 되돌릴 수 없는,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조국이라는 칼로 착하게 살자 라는 문신을 새긴 검찰의 팔뚝을 잘라야 한다. 팔뚝에 착하게 살자 라고 문신한 놈치고 착하게 산 놈 본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