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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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사는 한국인 유튜버가 영화 << 기생충 >> 에 대한 현지 반응을 전했는데, 그 유튜버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그 유튜버는 영화는 눈에 안 들어오고 주변을 살피며 호주 현지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 열광적 반응을 보여서 그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해외로 나가면 애국심이 샘솟는다지만 현지인의 반응부터 살피는 심리는 무엇일까 ? 19세기 국산장려운동의 정신이 표표히 이어져 21세기에도 유유히 도착한 것이다. 그 유튜버가 작품성보다는 해외 현지인의 반응부터 살피는 것은 대타자(서양)에 대한 인정 욕구(열등감)와 민족주의가 결합된 들뜬 열정'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자기만족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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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 버스킹 > 은 공연이 아니라 공해'다. 앰프 출력 최대한 높이고 MR를 틀고 (자신이 부를 가사조차 외우지 못해서) 휴대폰 창에 입력된 가사 보면서 노래를 하는 것은 노래방/버스킹이지 길거리/버스킹이 아니다. 노래방에서나 할 짓을 공공의 영역인 거리에서 하니 공연소음죄'이다. 태극기부대가 앰프 출력 최대한 높이고 음악 송출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노래방/버스킹을 듣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 그것은 공연도 아니고 노래도 아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 노는 " 것이지 " 공연 " 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하면서 앰프 없이 부르는 것이 버스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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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문화는 무명의 가수가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어서 거리 한켠에서 악기 하나 연주하면서 부르는 풍경이다. JTBC 예능 << 비긴 어게인 >> 을 시청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대에 오를 기회가 너무 많아서 권태에 빠진 국내 최정상 뮤지션이라 할 수 있는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한 풍경인가 ? 이 궁금증은 이내 풀린다. 그들이 버스킹하는 곳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이다. 다시 말해서 대타자(서양)에 대한 인정 욕구의 발로인 셈이다. 시청자들은 유럽에서 버스킹하는 한국 가수의 실력에 귀르가즘을 경험했으나 내가 보기엔 열등감처럼 느껴졌다(이 프로그램의 무대가 가난한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쪽팔려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휴. 시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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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꼭지를 << 기생충 >> 으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 살인의 추억 >> 으로 매조지하자. << 살인의 추억 >> 은 식스팩 없는 무능한 한국 남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아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는 범인을 잡아놓고도 범인을 증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과학적) 장치’가 없음을 목격한다. 희생자의 옷에 묻은 정액 유전자 감식을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에서 우편이 발송되기만을 기다리는 무능한 경찰서 내부 풍경을 본다. 사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유전자 감식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조건이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죄수를 처형하기 위한 미국의 승낙’이다. 박두만과 서태윤 형사는 대타자인 아버지의 승낙을 간절히 원하는 결핍의 아들-들'이다(DMZ에서의 남북미 정상 만남 장면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아버지 트럼프의 승낙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승락 없이는 종전을 말할 수도 없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도 없다).